[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연내 2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QT 규모를 축소하자 금융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시장 일각에서 점도표 상 연내 인하 횟수를 1회로 줄일 수 있다거나 QT 축소 시기상조를 예상하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도비시한 회의 결과였다.
국내시장에선 연준의 성장 불확실성에 무게를 둔 스탠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한은의 금리인하 사이클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 연준, QT 축소와 파월의 인플레 부담 완화 발언...인하 사이클에 다시 힘 실어줘
FOMC는 19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한 뒤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물가 전망을 올렸다.
연준은 성장률 전망을 1.7%로 0.4%p 가량 낮추고 PEC 물가 전망은 2.8%로 0.3%p 올렸다.
미 국채의 QT 월간 한도는 종전 25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축소된다. MBS의 월간 한도는 350억달러로 유지됐다.
특히 파월 의장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밝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다.
FOMC는 성명서엔 "경제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문구가 처음으로 삽입됐다.
이러자 연준이 성장과 물가 중 성장 우려에 비중을 두고 있어 금리 인하 사이클이 기존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란 식의 진단이 많았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연준의 성장률 전망 큰 폭 하향, 관세의 물가 충격적이란 진단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이 물가 우려 보다는 경기둔화 및 불확실성 증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 오름세와 관세의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하방 위험과 금융상황 긴축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완화적 입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미국 금융사 애널들이 보는 올해 인하 횟수는
미국 주요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 중 1차례의 금리인하는 가능할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절반 정도가 6월 기준금리가 4.25%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BOA, 도이치은행, 노무라 같은 곳은 '연내 동결'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씨티는 5월부터 금리가 25bp씩 인하돼 연말 기준금리가 3.25%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올해 기준금리가 4% 전후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제시한 연준 점도표와 비슷하다.
골드만삭스, JP모간과 같은 대형 금융사는 6월에 금리를 내린 뒤 12월(골드만)이나 9월(JP)에 한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금융여건 긴축도나 경제지표 악화 정도가 금리인하 부합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관세부과 본격화 시 고물가 상황하에서도 금리 인하를 개시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은 "2019년 스타일의 인슈어런스 컷(insurance cut) 가능성이 유력하다"면서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선제적 인하에 제약이 크지만 관세적용 대상과 세율이 높아 이에따른 성장 약화 우려도 2019년에 비해 큰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금리인하 전망에 적극적인 씨티는 "관세와 무역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성장·물가 동반 악화(stagflationary) 위험이 통화정책을 제약하고 있지만 연준이 관세의 물가충격을 일시적(transitory)인 것으로 판단한 점은 비둘기파적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기본 임무가 인플레이션이며, 연준이 관세의 물가 악영향에 대해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쪽에선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도이치은행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규모가 예상보다 커 소비자가격 전가 효과 확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제 인플레이션간 악순환, 인플레이션 압력 중 관세 기인분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준은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을 일회성으로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은, 시장의 도비한 FOMC 평가 확인 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 경계
한은 워싱턴 주재원은 FOMC 결과가 나온 뒤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았다.
전재환 차장은 "경제전망요약(SEP)이 다소 악화된 모습이지만 FOMC 정책결정문 문구가 거의 변화가 없고 파월 의장이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과 입수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매 회의마다 정책금리 조정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FOMC 결과가 나온 뒤 한은 집행부는 회의를 열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리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연준의 국채 보유규모 축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발언 등이 다소 도비시하게 평가됐다면서도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날 아침 FOMC 점검회의를 주재한 유상대 부총재는 "FOMC 결과가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으나 파월 의장은 미 관세정책 등으로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향후 통화정책은 이러한 효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풀이했다.
유 부총재는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중동·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대외 리스크 요인이 국내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움직임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치 불확실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한은 총재 등과 회의를 갖고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시장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책 동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최 대행은 "최근 피치가 우리 대외건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관계부처가 함께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WGBI 편입 관련 이달 중 해외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국채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공매도 재개, 대체거래소 안착 등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라"고 했다.
■ 한은 입장에선...연준 인하 스탠스 유지는 다행스럽지만 금융안정 변수 흐름 확인해야
연준이 향후 통화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만큼 한은의 통화완화에도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대외 정책 환경의 긴축 강도가 낮아지면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도 커지기 때문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일부 지역 중심으로 전세와 매매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추가 증가가 우려된다"면서 "하지만 연준이 하반기로 갈수록 통화완화 정책 기대를 높인다면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한은의 정책 지향점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금융안정 사이드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봐야 한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글로벌 달러가 약화되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강해지는 데 한계를 보여 한은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국내 정치 불안, 해외 투자 지속 등이 원화의 체력 보강을 방해하는 가운데 한은에서도 이런 경계감이 남아 있다.
전날엔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 때문에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장 위원은 지난해 10월, 11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동결 소수의견을 낼 만큼 금통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인물이긴 하다.
장 위원은 "한동안 환율 상승이 달러화 강세에 기인한다고 봤는데 지금은 달러지수의 하락에도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작년에 했던 고민이 다시 제기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급등과 관련해선 "물가 안정이 제일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집값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나오면 예전에 고민했던 국면으로 다시 돌아갈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최근 서울 강남지역 집값이 급등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2월 소위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한 뒤 한 달 남짓만에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변으로 번져가는 모습이 나타나자 더 넓은 구역을 규제하는 강수를 쓴 것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추가로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자료: 연준 성명서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보다 도비시한 연준, 한은 입장에선 다행...금융안정 변수 봐야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