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이창용 "최소한 출산율 OECD 평균 수준인 1.4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소한 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4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14일 'GEEF 2025' 행사 기조연설에서 "현재의 초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부채 폭증, 그리고 사회갈등의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며 "따라서 출산율을 어느 정도라도 끌어올려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론 주요 선진국에서도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지만 최소한 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4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자료를 인용하며, 우리나라의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로 집계되며 2023년(0.72)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했다.
그는 "출산율이 오랜 기간 하락세를 이어오던 가운데 드물게 전해진 긍정적인 소식이기에 반갑게 느껴졌다"면서도 "출산율 0.75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시사하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인구감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합계출산율 0.75라는 수치는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지적했다.
물론, 현재 한국의 출산율 0.75와 OECD 평균인 1.4 모두 인구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0.75와 1.4의 차이가 가져오는 장기적인 효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이 총재는 "우선, 이 두 출산율 수치의 차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느냐를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출산율 0.75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인구는 5,170만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연평균 인구감소율은 -1.1%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출산율이 1.4인 경우, 50년 후 인구는 현재의 83%인 4,300만명 수준으로만 감소하며, 연평균 인구감소율도 -0.4% 수준에 그치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인구감소율 차이만 고려하더라도, 두 경우의 GDP성장률은 매년 0.4%p 차이를 보이게 된다며 "여기에 더해 혁신과 창업을 주도하는 청년층이 줄어들면서 경제의 역동성과 창의성이 저하되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경제성장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은행 연구(이은경 외, 2024)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수준에서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출산율 0.75가 지속된다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출산율이 1.4 수준이라면 2050년대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총재는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되며,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 의료, 돌봄 등 재정지출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양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며 "국회예산정책처의 최근 연구(국회예산정책처, 2025)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기준 46.9%이지만 출산율이 0.75 수준을 유지할 경우 50년 후 국가채무 비율이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면 출산율이 1.4 수준이라면 국가채무 비율은 163%로 상승폭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양부담의 증가도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청년세대는 청년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이지만, 출산율이 0.75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50년 후에는 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반면, 출산율이 1.4 수준이라면 부양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되고, 세대간·계층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이나 현금지원과 같은 재정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만 낭비하면서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