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독일 총선 이후 유럽의 재정정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독일에서 거대한 규모의 특별기금 편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전반이 재정 확대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강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유럽 금리는 급등하고 유럽 주식시장에선 만만치 않은 기대감이 나타났다.
독일은 '건전재정'을 중시해온 유로존의 맹주인 데다 유로존 내 GDP의 30%를 차지하는 큰 국가다.
금융시장은 독일의 변화가 불러올 각종 여파를 주시하는 중이다. 독일이 건전재정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유로존 국가들도 이를 따를 수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역도 관세로 압박하면서 미국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자주국방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성장 위기에 몰린 제조업 강국 독일은 큰 결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독일의 재정정책 기조 칼대기
독일의 경기부양 규모는 총 8,000~9,000억유로로 향후 10년에 걸쳐 집행될 계획이다.
이 중 4,000억유로가 국방비, 4,000~5,000억유로가 인프라 개발에 투입되는 것으로 논의 중이다.
추가로 국방비 지출에 사용되는 재원의 경우 GDP 대비 1% 규모(430억유로)까지는 재정준칙에 제한받지 않도록 법을 고칠 계획이다.
즉 현재 논의 중인 재정 부양책대로라면 인프라 투자가 연간 400~500억유로, 방위비가 연간 400억유로 늘어난다.
독일 재무부가 2025년 예산안에서 제시한 인프라 투자(도시개발, 에너지 및 수자원관리, 교통인프라) 규모는 766억유로, 국방비가 752억유로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는 안은 기존 계획보다 금액을 1.6배 키우는 것이며, 이 수준은 10년간 유지될 수 있다.
■ 놀란 유로존 채권시장...이젠 건전재정의 대명사 독일은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정책금리를 25bp씩 내렸다. 예금금리는 연 2.75%에서 2.50%로, 레피금리(재융자금리)는 연 2.90%에서 2.65%로, 한계대출금리는 연 3.15%에서 2.90%로 각각 25bp씩 인하됐다.
작년 6월 이후 6번째 인하이며, 5번 연속 연속 금리 인하다.
하지만 독일 시장금리는 4일 연속으로 올랐다.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5일 29.67bp 폭등한 뒤 6일엔 4.55bp 더 올라 2.8318%를 기록했다.
프랑스10년물 금리는 6일 9.32bp 급등한 3.58368%,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7.58bp 상승한 3.9873%를 나타냈다. 스페인 10년물 금리는 7.59bp 상승한 3.4951%를 나타냈다.
유로존 주요국 장기금리는 5일 30bp 내외로 폭등한 뒤 ECB의 금리 인하 이벤트에도 더 뛴 것이다.
현재 독일은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 대비 0.35% 이내(독일 부채 브레이크), 일반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EU 재정준칙)로 제한하는 두 가지 준칙에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부채 한도를 여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채권 공급 확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현재 독일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6%로 EU 재정준칙까지 0.4%p 추가로 지출을 늘릴 수 있다. 대략 170억 유로 남짓 정도밖에 룸이 없어 예컨대 재정준칙을 4% 등으로 완화하는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채권시장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 같은 곳은 이번 정책으로 인해 독일 국채금리가 100bp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JP모간은 독일의 국방지출이 GDP 대비 3.5%로 늘어날 경우 재정적자가 최대 5.5%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독일은 지난해 GDP의 2%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국방비를 지출했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3%까지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이 매년 GDP의 1.5%를 추가로 지출할 경우 국가부채는 2029년 GDP의 70%까지 증가하면서 '건전재정'의 대명사 독일은 옛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국채 발행 증가가 나타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지백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 전 공표된 독일 예산안에서 중기적으로 적자 지속을 예상했던 만큼 추가 지출액 만큼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독일이 준칙 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추가 지출 규모는 GDP대비 1.25%(약 537.5억유로)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반대로 EU 재정준칙에도 국방예산 관련 1% 예외 조항이 추가된다면 800억유로의 추가 국채발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 연구원은 "독일 채권시장이 감수해야하는 발행 물량은 540~800억유로로 추정된다"면서 "기존 예산안에서 언급된 2025년도 차입목표가 513억유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에 부담이 되는 수준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해외 채권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 비중을 축소하고 차후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 놀란 유로존 채권시장, 다른 나라 자극하기도
독일 금리가 다른 나라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박승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선 "유력한 차기 총리인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예상을 상회하는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발표함에 따라 독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지만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병존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경기부양으로 인해 향후 ECB의 금리인하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는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일본 등 여타 국가 금리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유로/달러 환율은 뛰었으며, 일본 국채금리는 전날 1.5%를 넘어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독일 금리 급등으로 미국, 한국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다른 나라 대비 금리 변동폭이 제한적인 일본 국채10년물 금리는 전날 6.62bp 뛰면서 1.5070%를 기록했다. 일본 금리는 이날도 올라 5일 연속 상승 중이다.
■ 대규모 재정정책이 주는 경기부양 기대와 주식 지원...그리고 유로화
최근 재정 확대 기대감을 반영해 독일 주가는 뛰었다.
DAX30 지수는 5일 3.38% 급등한 뒤 6일엔 1.47% 올랐다.
시장에서는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펀드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중장기적으론 성장 잠재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이 운송, 에너지, 기업 지원에 지속적 투자가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론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뛰었다. 아울러 최근 한국, 일본 등도 마찬가지지만 유럽 방산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했다.
독일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경기가 상당폭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들은 많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올해 연간 성장률 컨센서스 0.3%를 기준으로 접근해 보면 2025년 GDP 대비 3~4% 재정적자 비율 범위 내에서 증액할 수 있는 순 재정지출 규모는 176~608억유로"라며 "여기에 재정준칙의 제한을 받지 않는 연간 국방비 증액분 400억유로를 더하면 예상되는 순증액은 576~1,008억유로"라고 계산했다.
이 연구원은 "독일의 재정승수가 재정집행 당해 기준 0.3이라고 가정했을 때 재정승수효과로 유발되는 올해 독일 GDP 증액은 173~302억유로로 성장률로 환산하면 0.4~0.7%p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독일이 유로존 전체 GDP 중 3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독일 재정부양에 따라 유발되는 단순 유로존 성장률 증분은 0.12~0.21%p로 볼 수도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특별기금이 최대 한도(9,000억유로)로 결정되는 경우는 국방비에 적용되는 1% 외에도 EU 재정준칙이 4%로 추가 수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며 독일과 유로존 전체에 유의미한 경기 상방 압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의 재정 부양 이슈는 최근 유로화를 띄우기도 했다.
지난주 1.04를 밑돌던 유로/달러가 이번주 급등해 1.08을 상향돌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최대 규모 확장재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유로존 경기 기대가 개선됐으며, 높아진 금리는 유로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가파른 기대감 반영 등도 고려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4년 독일 명목 GDP가 4.3조 유로인 가운데 의회 2/3 이상이 동의하면 앞으로 10년 간 1조 유로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금융시장에선 독일의 확장재정 이슈가 정부부채 우려보다 경기기대 개선 재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유로/달러는 24년 4분기부터 시작된 절하세의 61.8% 수준까지 되돌렸다. 당분간 유로화 절상은 쉬어갈 것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독일 재정부양 이슈, 한국 야당은 '확장재정' 주장의 근거로
한국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 조만간 대선이 열릴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 각종 경제 공약들을 던지고 있다.
최근엔 한국형 국부펀드 등을 거론하면서 대통령 선거을 앞둔 경제 관련 이슈 선점에 나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야당의 각종 경제정책 관련 아이디어엔 최근 최고위원으로 합류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21대 국회의원)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민주당이 3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 등을 주장한 가운데 홍 최고위원은 확장재정의 미덕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경제 논리를 가다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어려움에 처한 한국에겐 독일의 변화도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민주당은 '독일의 변화'를 한국 재정확대 논리를 보완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독일 신정부가 재정 확대정책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단 1년에 70조원씩 10년간 700조 투자를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지금 재정준칙을 포기하려고 하는 중"이라며 "하지만 한국의 극우(국민의힘과 정부 지칭)는 긴축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거대 야당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추경 이슈와 관련해 '독일의 실험'을 예로 들면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늕 중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정협의회를 했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이 추경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었다. 내수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추경이 시급하다"면서 "(여당과 정부는) 월요일까지 구체적인 추경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엔 동의하지만 한국 역시 국채 발행 문제가 있어 대규모 추경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구체적인 추경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정책위의장은 "추경 문제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먼저 협의한 뒤 추경 실시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로 민주당과 어제 협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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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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