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3-09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트럼프의 관세 강도 끌어올리기...트럼프발 경기·물가 불확실성 확대

  • 입력 2025-03-04 14: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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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알리는 백악관

자료: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알리는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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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압박을 한층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드디어 현지시간 4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10%의 관세를 더 얹었다. 트럼프는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는 4월 2일부터는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농산물에 대해서도 4월 2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이익을 앞세운 트럼프의 행보는 끝이 없다.

주말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 불러 세계인이 충격을 받을 만한 'TV 리얼리티 쇼'를 연출했다.

트럼프는 한 국가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외교사에 유례없는 전법까지 쓰면서 미국의 이익을 앞세웠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위협하면서 희토류 등 돈 되는 물건을 챙기고 그간 미국이 지원한 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 트럼프, 전방위 관세 압박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있으며, 대상 산업도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이미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산업, 특히 제조업을 보호하고 활성화시키 관세 부과 대상을 크게 넓혀 놓았다.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목재, 구리 등 다양한 분야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근엔 농산물에 대한 관세도 도마 위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내에서 판매할 농산물을 많이 생산할 준비를 하라. 농산물 수입품 관세가 4월 2일부터 부과될 것"이라며 이를 즐기라(have fun)고 했다.

트럼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각종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지원하기 위해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식량 수입이 급증하면서 올해 미국의 농업 무역적자가 49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트럼프는 농산물 관세까지도 들고 나온 것이다.

■ 각국의 응전

트럼프는 기존의 무역 질서를 갈아엎고 있다.

당장은 미국의 앞마당이자 이웃 국가들과 맺었던 자유무역협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그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 물품에 대해 무관세로 무역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엔 이런 교역이 이뤄질 수 없게 됐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마약 유입 차단이 목적이었지만, 트럼프가 보호 무역을 공언해왔던 만큼 질서의 재편은 불가피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에 대해 상대국이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현지시간 3일 성명을 발표에 미국에 맞설 것임을 선포했다.

미국의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 캐나다도 300억캐나다달러, 우리돈 30조원 정도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3주 이내에 1,250억캐나다달러, 즉 우리돈 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맞관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관세, 비관세를 모두 포함해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20% 관세를 얹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의 권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조금전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에 15%를 부과하고 수수, 대두, 돼지고기, 소고기, 수산물, 과일, 채소, 유제품 등에 10% 부과한다"고 전했다.

■ 관세전쟁, 경기와 물가 불확실성 모두 높여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전쟁은 경기, 물가 모두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리시장은 최근 둔화되는 경제지표를 보면서 관세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추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월 19일부터 3일까지 연속으로 하락했다. 금리는 9일 연속으로 하락해 레벨은 4.55%에서 4.15% 수준으로 40bp 가량 낮췄다.

뉴욕 주가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2월 하순부터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은 최근 8거래일 동안 8.5% 하락해 18,350.19로 주저앉았다.

금융시장 등에선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경기와 물가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들을 내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은 2일 미국 CBS 방송에 나와 "관세는 어떤 면에서 전쟁 행위"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관세가 상품에 대한 세금으로 작용해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버핏은 이전에도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경기와 함께 물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방해 받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알베르토 무살렘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3일 전미경제학회(NABE)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갈 것으로 보지만 더 높아질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 몇 주 동안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우려했다.

■ 한국, 경기 리스크 커진 국가...계속되는 경기 우려 속 희망 찾기

한국에선 정부가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 혼란으로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한 가운데 넋 놓고 있다가 우크라이나처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해외에서 큰 파도가 몰려오지만 한국 정치권은 조선시대처럼 당파 싸움에 여념이 없다"면서 "그나마 정치권이 어쩌다가 아이디어라고 내놓으면 다 나라 경제를 망치는 포퓰리즘 정책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아침에 발표된 1월 산업생산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이 작용했지만 생산·소비·투자 모두 좋지 않았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기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수 지방 건설사들은 무너지는 중이며, 이날 아침엔 유명 유통업체가 위기에 빠졌음을 알렸다.

홈플러스는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지난달 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 여건마저 좋지 않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리면서 경고장을 배달했으며, 이날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내수부진 속에 한국의 수출도 녹록지 않다.

1월 수출이 2개월만에 증가로 전환했지만 설연휴 효과 등이 작용했으며 일평균 수출은 5.9% 감소해 부진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수출은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으나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이 상존한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 전환되는 등 수출 하방 우려가 크다"면서 "올해 수출 둔화 기여도가 가장 컸던 품목은 반도체"라고 밝혔다.

반도체는 작년 11~12월에는 전년대비 평균 31% 늘었으나 올해 1~2월엔 2.4% 느는데 그쳤다. 범용 반도체 중심으로 고정가격이 2월 중 소폭 반등했으나 전년대비로는 하락(DDR4 -25%, NAND -53%)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아직까지 반도체 전반의 수요 둔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수요의 중심에 있는 빅테크업체들의 AI 투자는 진행형"이라며 "2분기까지는 관세 정책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수출 개선세가 지지부진할 수 있지만 선진국 중심의 재화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빅테크의 AI 투자 역시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월 수출부진 원인으로는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 영향과 반도체 수출 감소를 거론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2월 관세부과를 앞두고 1월에 교역활동이 집중됐고 2월 들어서는 그 반작용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최근까지 대중 관세율 인상, 반도체/자동차/의약품 관세 적용, 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 종료(3.4~), 상호관세 강행(4.2~) 등이 거론되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켰으며, 이는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고 투자 의사결정을 지연시켰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부가(HBM, DDR5) 반도체 수출은 견고히 늘고 있으나, 레거시 부문, 특히 NAND 수출가격이 2월 중 급락(중량 기준 수출단가 -60%)했다"면서 "다만 우리는 3월 이후 반도체 매출과 수출이 플러스 증가세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격조정이 연초에 이뤄져 하반기로 갈수록 되려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조금씩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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