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3-1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논란에 휩싸인 상법 개정안...주주 이익인가, 궁극적 주주 피해인가

  • 입력 2025-02-26 14: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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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상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개정안을 주도하는 야당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주장을 편다.

한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개에선 상법 개정안 통과시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경제계는 이 법안이 결국 한국을 더욱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24일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이룬 뒤 "기업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게 경제와 주식시장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친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 야당 말대로 상법 개정되면 주주를 위한 시간 열릴까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논리는 주주 이익 제고다.

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현재의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로 바꾸려는 중이다.

소수 지배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선 상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투자자들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작전주가 판을 치고 있는 데다 기업 쪼개기, 이상한 물적분할이나 합병비율 산정 등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주주의 소액주주 무시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강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은 법 개정 내용에 대기업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도 주장해왔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그 수도 1/3로 확대하자고 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국내 글로벌 기업의 주가조차 기업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저평가되는 것은 대주주의 전횡, 주주 무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상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주주 전체에 대한 이사의 의무가 법률상 명확해지고 자본시장에서 만연한 주주 경시 풍토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 개정은 기업 가치 재고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져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일단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를 내세운 상법 개정안를 통과시킨 뒤 보다 철저히 지배주주 전횡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법도 주주 이익에 맞도록 개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 등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서 중요한 표밭이기도 한 주식투자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때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서 우리 기업과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여당, 민주당 방식 상법 개정은 위험...헤지펀드 먹잇감 될 수도

하지만 여당은 민주당이 내세우는 상법 개정안을 받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상법 개정안을 강행처리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면서 국가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사가 각종 주주의 눈치를 보게 되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26일 "민주당 상법 개정안은 간단히 말해서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미래지향적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 발목 비틀기"라며 "또한 정략적 표계산만 따져가며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질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상법자체를 뜯어고쳐서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넣게 된다면 이는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수 많은 주주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반영시켜야 한다"면서 "이 경우 이해가 서로 다른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하고 기업을 키우는 인수합병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소액 주주 권리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이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합병과 분할, 우회상장 등 특정 상황에서 개미투자자들의 권익 침해가 주로 발생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부분에서 적절한 통제를 하면 주식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굳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써서 기업을 망가뜨리려 하느냐고 우려하는 것이다.

야당은 24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27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킨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그러나 '경제도 어려운 이 시기에' 왜 자꾸 기업들에게 짐을 지우느냐고 개탄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기업인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짓밟았다"면서 "회사 이사에게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게도 충실 하라는 법조문은 독버섯이다. 겉으로는 주주 보호를 내세우지만 통과되는 순간 기업들은 무한 소송과 경영 마비라는 맹독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물적 분할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면서 "민주당은 2,500여개의 상장사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100만개가 넘는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간 분쟁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경영권을 노릴 길을 넓혀줄 것이라고 했다. 이 시나리오 대로라면 기업들은 미래 투자를 포기하고 경영권 방어에만 매달려야 할 수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으로 국내기업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공격 대상이 됐을 때 과연 주주의 이익도 온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궁극적으로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실패하면 기업은 핵심 기술을 탈취당하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면 기업가치도 추락해 주주는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상법을 손 댈 게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고쳐보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 경제계, 상법 개정안에 '화들짝'...일제히 반대하는 중

민주당이 상법개정안 통과에 따른 '주주 이익'을 거론하고 있지만 경제계는 일제히 반대하는 중이다.

경제8단체는 지난 24일 상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일제히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의 등 경제8단체 일동은 "경제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 기업지배구조 강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바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경제8단체는 "우리 기업은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따른 저성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전쟁이 심화되고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는 것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경제8단체는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송 리스크와 투기자본의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결국 선량한 국내 소액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단체는 "기업이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회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야당은 주주권 강화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여당과 경제계는 이 법이 한국 기업의 몰락을 부추겨 궁극적으로 주주와 한국경제 전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의 입장도 다소 갈린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이런 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거수기 역할만 했던 사외이사들을 자기 마음대로 못하니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소송도 많아질 것인데, 그래도 가야할 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 베테랑 주식투자자는 "간단하다. 결국 돈을 잘 버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법"이라며 "(상법 개정이) 주주 권익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경직적인 법안이 오히려 기업의 도전과 의사 결정을 막을 수도 있어 주주 피해를 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최근 한경협이 매출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법 개정이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응답이 56.2%를 차지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3.6%)을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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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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