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03 (목)

(장태민 칼럼) 최상목·이창용·박춘섭, 경제정책가 3인의 계엄 관련 '증언'

  • 입력 2025-02-07 14: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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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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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국조특위나 헌재 탄핵심판 변론 등에서 경제 정책가들이 12.3 계엄사태와 관련해 자신들은 '무관하다'는 점을 항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소위 '쪽지'에 대해 여러 차례 추궁을 받았지만 계엄을 지원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은 총재는 F4 회의에서 '계엄용' 예비비 지원 논의 등이 일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박춘섭 경제수석은 계엄을 준비 중이란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하면서 야당의 예산 독주, 국무위원 등에 대한 무차별 탄핵, 경제를 망치는 민주당의 입법 행위 등이 계엄을 자극했을 것이란 나름의 입장을 밝혔다.

■ 대통령 권한대행의 '증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6일 국회 국조특위에서도 12.3 계엄당시의 소위 '쪽지'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최 대행은 비상계엄이란 '초현실적인 상황'에서 자신은 쪽지에 담긴 '지시 내용'을 바로 확인하지 않았으며, 쪽지의 의도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미 공개된 것처럼 쪽지에는 세 가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쪽지 문장의 마침표도 일관되지 않았다. 쪽지의 모양새는 이렇다.

기획재정부장관

ㅇ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ㅇ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ㅇ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 할 것

즉 ▲ 예비비 확보 ▲국회 예산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이란 세 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야당 입장에선 쪽지의 내용 중 우선 '예비비'와 관련해선 비상계엄을 위한 돈 마련이라고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최 대행은 그러나 쪽지를 받았을 때 바로 확인할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최 대행의 이런 진술은 계속해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 대행을 아끼는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사석에서 '상목아'라고 불렀다는 소문에 착안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쪽지를 줄 때 '상목아'라고 불렀는지도 질문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쪽에서 쪽지를 줄 때 '상목아'라고 했는지 '기재부 장관'이라고 했는지 질문하자 최상목 대행은 "기재부 장관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추 의원은 대통령실이 마치 초등학교 학급회의처럼 운영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듯했다.

지난번 국회 조사에선 쪽지를 전달한 사람이 삼성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동조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최 대행은 당시 김 비서관에서 받은 쪽지를 윤인대 차관보에게 건넸다고 했다.

윤 기재차관보는 최상목 부총리에게서 받은 '듬성듬성 몇 자 안 되는' 쪽지를 받아 보관했다고 했다. 그런 뒤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최 대행은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쪽지를 '무시했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 대행의 이런 입장을 6일 국회 국조특위에서도 유지됐다.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을 불렀고 누군가 참고자료라고 해서 줬습니다. 지시라고 생각 안하고 참고자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이었으며, 외환시장을 모니터링 하느라 경황이 없었습니다."

최 대행은 쪽지를 윤 차관보에게 맡겼으며, 자신은 계엄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자신은 '금융시장'이 신경쓰였다고 했다.

원화가 거래되는 글로벌 외환시장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오픈돼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챙기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계엄은 12월 3일 9시 55분 대접견실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10시 40분 F4 회의를 소집했고 회의는 11시 30분~40분 정도에 끝냈습니다. F4 회의 이후엔 기재부로 가서 1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기재부 간부들에게) 용산과 F4 회의 상황을 전하고 제가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이창용 한은 총재가 만류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계엄에 응하지 않겠다고 (기재부 간부들에게) 말했습니다."

최 대행은 기재부 간부들과 회의를 하면서 계엄 해제 상황을 지켜봤다고 했다. 기재부 1급 회의 중 새벽 1시경 계엄을 해제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했다.

최 대행은 외환시장이 2시까지 열려 있으니 이를 모니터링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7시엔 다시 F4 회의가 잡혀 있었다. 증권시장을 정상적으로 오전에 오픈할지, 아니면 오후에 열지, 그것도 아니면 휴장을 할지를 논의했다고 했다.

이후 12월 4일 증권시장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 한은 총재의 '증언'

최 대행은 비상계엄 관련 쪽지 내용 모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예비비가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최 대행은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계엄을 위한 돈을 한국은행을 통해 마련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한은 대출과 연결시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쪽지 내용에 담겨 있는 '국회 관련 보조금 차단'과 관련해선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회를 대체할 국가 비상기구 설치에 대해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 대행은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F4회의가 재정을 다루는 회의도 아니고, 이 회의를 의심하는 것 자체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런 입장은 이번주 이창용 한은 총재가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4일 국회에 출석해 "회의 당시 예비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최 대행이) 요청 안 한 것으로 자신한다. 한국은행의 경우 제도상 예비비를 만들도록 요청이 왔더라도 저나 한은 직원이 해 줄 수 없는 항목"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계엄날 F4 회의에선 예비비나 한은 일시대출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총재는 "12월 3일 TV를 보고 비상계엄을 알았다. F4는 11시40분에 시작했다. 10시30분 최상목 부총리 쪽에서 전화해서 TV 봤냐고 해서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계엄 전 윤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가 중앙은행 등 국가중요시설을 접촉한 일이 있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1공수여단이 한국은행 강남본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이 일반적이냐고 묻자 이창용 총재는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취소 요청을 해서 취소됐다"고 했다.

한은 총재는 이미 몇 차례 당시 F4 회의에 대해 "비상 상황이 발생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회의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F4 회의는 지난 2년 동안 이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역대 어떤 한은 총재보다 자주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계엄의 경제 영향에 대해선 "아직 진행 중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 상당한 데미지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야당은 계엄 과정에서 경제정책가들의 협조가 있었을 것이란 의심을 깔끔하게 거두진 않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합리적으로 볼 때 한은 총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대통령 지시 대로 예비비를 확보하기 위한 회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일각의 지나친 추궁이 비합리적인 데다 교묘한 한은 총재가 이런 일에 말렸다고 의심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많다.

한은의 한 베테랑 직원은 "비상계엄 관련해서 국회에서 총재를 증인으로 부른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면서 최상목 대행의 발언이나 중앙은행의 대출구조 등을 감안할 때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 경제수석의 '증언'

최상목 대행이나 이창용 총재의 증언이 계엄과 전혀 관계없다는 쪽이었다면 박춘섭 경제수석의 발언은 계엄이 발동될 수 있었던 '상황'에 맞춰져 있었다.

박 수석은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자신의 추론을 제시했다.

박 수석은 전형적인 '예산통' 출신이다.

기재부 예산실장을 역임한 뒤 조달청장을 지낸 바 있다. 이후 2023년 4월엔 한국은행 금통위원에 임명돼 중앙은행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짧게 금통위위원으로 하다가 갑자기 그 해 12월 경제수석으로 발탁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

탄핵심판에도 최상목 대행이 받았다는 '쪽지'는 관심사였다.

박 수석은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와 관련해 "계엄 선포 전이나 후에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국회 측 대리인이 '박 수석은 경제전문가이니 만큼 빨리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게 경제에 좋다고 보지 않느냐'고 묻자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수석이 예산통 경제수석이니 만큼 헌법재판소에선 '경제적 이슈 차원에서의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관심을 끌었다.

우선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

12.3 계엄은 전시, 사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요건을 만들자면,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었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

■ '경제문제'가 비상사태 관련 탄핵 쟁점될 수 있을까

박 수석은 이 질문에 대해 '헌재가 판단해 줄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말했다. 대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관련해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단 '경제문제' 때문일 것이란 뉘앙스의 답을 해 주목을 끌었다.

박 수석은 "탄핵 남발과 재정에 부담을 주는 (야당의 경제관련) 입법, 예산의 일방적 삭감 등이 종합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예산안 4.1조원 삭감이 문제가 아니라 특활·특경비 예산을 삭감하는 등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예산안 처리가 문제였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또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예산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회 측에선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급기야 대통령이 엉뚱한 이유(?)로 계엄을 단행하는 지경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심도 이어졌다.

황영민 국회 측 대리인이 "예산에 대한 인식이 피청구인(대통령)과 유사한 것 같다. 피청구인이 경제전문가가 아닌데, 두 사람이 인식이 비슷하다"고 하자 박 수석은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모르는 게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예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건 비상계엄과 관련이 없다. 예산은 탄핵쟁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통령 측 변호인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로) 사법, 행정 기능마저 현저히 곤란해졌다. 예산 삭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줄탄핵, 방탄 입법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계엄을 한 것이지, 예산 문제 하나 때문에 한 것은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관료들은 자산들 모두 계엄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이 일과 무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누구도 이 뜬금없는 비상계엄을 제어할 만큼 책임감을 못 느낄 정도로 '영혼 없는 공무원'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스로 '영혼없는 공무원'이라고 자조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정치가 경제를 좀먹는 나라가 됐습니다. 생각 같아선 지금의 민주당, 국민의힘 정치인들 모두를 물갈이 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체제가 없어 이 나라는 계속해서 진영논리에 빠진 정치인과 이들을 추종하는 무지한 국민들에게 이끌려가겠지요."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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