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2-0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융 불확실성 주도하는 딥시크, 주요국 통화정책, 그리고 트럼프

  • 입력 2025-01-31 15:1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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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설 연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몇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우선 가장 주목을 끈 일은 딥시크발 엔비디아 등 AI주 주가 폭락이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뒤 '불확실한 정책금리 방향성' 논란이 있었다.

금리시장과 외환시장에선 딥시크가 미칠 쓰리쿠션 효과나 연준과 기타 중앙은행들의 정책행보를 주목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시대'이니 만큼 관세와 관련한 트럼프의 직접 행동 여부가 시장에 다시금 큰 변동성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 딥시크 충격, 주식시장 제각각 행보 시나리오 가동...채권엔 우호적?

설 연휴가 끝나고 문을 연 국내 주식시장은 딥시크 충격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업종, 종목별로 엇갈린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초반 10% 넘게 폭락하면서 AI 판도 변화 가능성에 긴장했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장 초반 3%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8단 HBM3E 납품을 승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12단 HBM3E 제품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들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초 8단 HBM3E를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작년 말부터 더 발전된 12단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해 삼성을 앞서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딥시크 충격으로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폭락한 상태다.

딥시크 충격으로 AI모델을 저렴하게 사용힐 수 있게 되면 하드웨어 업종보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기도 했다.

AI 인프라 관련 주식들이 급락한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는 장중 급등세를 보이는 등 AI 기술 방향성에 따른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는 등 시장은 속살은 균일하지 않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딥시크 모델의 비용 효율성의 정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딥시크가 유사 성능을 나타내는 글로벌 경쟁 모델 대비 적은 비용으로 매우 훌륭한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비용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오픈AI가 리드하고 있는 미국의 LLM 기술을 중국 기업이 따라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업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면서 "딥시크는 훈련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추론 기술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경쟁 모델 대비 현저히 낮은 API 요금제와 무료 배포를 통해 LLM의 상업화 정도를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딥시크가 제시하는 기술의 진화 방향에 따라 수혜 종목과 피해 종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가 '규모의 경제' 법칙을 깨트렸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법칙은 데이터 많을수록, 모델이 클수록 AI모델의 성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딥시크는 더 적은 데이터와 모델 사이즈로 오픈 AI의 기능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딥시크 충격은 투자 우선순위를 하드웨어에서 알고리즘과 강화학습 개발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이번 딥시크 사태는 범용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폐쇄적 생태계인 애플 ios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는 느낌도 든다"면서 영향과 추이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자율 시장에선 딥시크 충격은 향후 더욱 거칠어질 미중 갈등을 예고하는 큰 사건이라면서 안전자산선호 등으로 영향을 줄지 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번 딥시크 사태는 일단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선호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유럽이나 한국같은 나라는 경쟁력 둔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딥시크가 줄 수 있는 쓰리쿠션 효과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딥시크의 저비용·고성능 AI 모델 발표 등으로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가 이후 긍정적 실적 전망 등으로 다소 회복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설연휴 후 시장점검회의'에서 "이번 FOMC 결과가 예상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연휴 기간 중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이 IT 부문을 중심으로 상대폭 확대된 만큼 국내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와 강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 국내 정치 상황 등 불확실 요인이 여전히 높다고 해석했다.

■ 예상 수준의 FOMC와 추가 금리인하 열려 있는 ECB...한국도 ECB처럼?

미국 FOMC는 28~29일 FOMC에서 정책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4.25~4.50%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현지 금융사들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회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 3월 회의에선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금리가 높다'고 연준에 경고장을 배달한 상태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압박과 연준의 당분간 금리 동결 의지 사이에서 어떤 갈등이 빚어질지도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ECB는 금리를 내렸다.

ECB는 작년 6월 세 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25bp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전환한 뒤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이후 9·10·12월과 올해 1월 회의까지 4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유로존 맹주인 독일과 이 지역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자 이번에도 정책금리가 인하된 것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50bp 인하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으나 "세계경제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도이치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월은 "ECB가 적어도 중립 수준(2%~2.5%)까지 금리를 계속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연말까지 중립 이하로 인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역시 유럽처럼 경기 우려가 큰 나라로 꼽히기 때문에 금리는 몇 차례 더 인하될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물론 1월 금통위 당시 한은은 2월 인하 시그널을 준 상태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우리 2월 금리인하는 별다른 논란이 없다"며서 "다만 2월 인하는 이미 선반영해 놓은 게 문제"라고 했다.

■ 계속되는 트럼프 불확실성

일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경고' 뒤 실제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당장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다시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가 토요일(2월 1일)에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1일 토요일에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들 국가에 큰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정말로 부과해야 한다. 이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의 '반달러 전선' 구축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브릭스가 달러 대안을 꿈꾸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역시 미국에 대해 큰 무역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조치 대상'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미국에 공장을 더 지어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규제완화, 법인세 감면 등으로 자국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반면 경쟁국에 대해선 채찍 정책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한다"면서 "취임 전 멕시코와 캐나다에 고율의 관세를 가장 먼저 위협한 것은 미국 내 자동차, 에너지 생산의 경쟁력을 유지해 일자리와 사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은 필연적으로 연준과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진단 역시 많다.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며, 트럼프는 일단 일단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즉시 금리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관세, 이민정책 등이 인플레와 고용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거나 제어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또 에너지 정책 전환을 통해 유가 안정을 유지하고 재정효율성을 높여 재정적자 확대를 최소화하려는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행정부와 중앙은행, 즉 트럼프와 파월의 공방이 이제 시작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되기도 했지만, 최근 미국 현지에선 1분기 중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강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트럼프 변수는 계속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 받는다.

자료: 1월 FOMC 성명서, 출처: 연준

자료: 1월 FOMC 성명서,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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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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