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윤석열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체포된 한국 대통령과 정치 혼란...정치요인 따른 통화완화의 문제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헌정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으로서 체포된 가운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한국의 정치 불안'이 통화 완화에 영향을 줄지도 주목을 끈다.
정치권에선 정치 혼란으로 경제심리도 매우 나빠진 만큼 한은이 연초에도 금리를 계속 내려서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려 주길 원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계엄사태 이후 성장률 전망 등이 더욱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 통화당국이 과도한(?) 연속 금리인하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보인다.
■ 체포된 대통령의 법정 투쟁 다짐과 48시간 내 구속 시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체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과 공수처는 대통령을 일단 구속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와 법원의 최근 행위가 '불법'이라고 논지를 펴고 있다.
이날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대통령은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과 법 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불법적 법 집행에 맞설 것이란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간 헌법재판소에 나와서 입장을 밝힌다는 얘기를 해왔지만 야당과 공수처, 경찰이 빨리 수를 쓴 것이다.
대통령 측은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 수사는 받지 않겠다거나 서부지원 영장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혀온 상태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에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된 가운데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고 체포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정치 불안...통화완화에 힘 실어줄까
커다란 사회적,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면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과거 세월호 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 금리 인하에 힘이 실렸던 경험이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에선 비상계엄 사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 정치·사회적 참사가 모두 발생했다.
안 그래도 내수 부진과 수출 경기 둔화, 트럼프 등장에 따른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 내부적인 혼란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를 충분히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한국사회의 이같은 혼란은 투자심리, 소비심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신평사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 등을 감안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옥스포드 경제학 박사 출신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일곱 명의 금통위원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달라"면서 "오직 통화당국의 결단만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 내란으로 시장이 다시 경색됐고 한국은행은 62.6조원의 환매조건부채권을 매입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25bp 내렸을 때 연간 3조원의 이자부담 경감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면서 지금은 금리인하를 아낄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고환율에 따른 금리인하의 어려움도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20년 한국은행이 3월과 5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은 5월 1,238.5원으로 소폭 상승 후 지속 하락해 연도 말에는 1,086.3원으로 안정세를 보인 바 있다. 테이퍼링 과정에서 한미 금리차가 200bp 벌어진 2023년 7월에도 환율은 되려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270원대를 기록했다"면서 한미 금리차로 금리 인하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정책당국자들 역시 향후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2월 취업자수는 5만2천명 감소해 3년 10월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나온 고용지표에 대해 "연말 직접일자리사업 종료 등 일시적 요인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심리 악화도 복합 작용한 결과"라며 "건설업 등 내수회복 지연, 주력업종 경쟁심화, 생산연령인구 감소폭 확대 등으로 향후 고용 여건 또한 녹록하지 않다"고 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한국 대표산업들의 문제도 만만치 않아 일단 지금은 '어차피 더 내려야 할' 금리 인하 시간을 미룰 때가 아니라는 주장들도 보인다.
전통적으로 통화정책과 관련해 '통화완화 편향성'을 보여온 KDI는 최근 "소비자 심리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얼어붙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경기도 안 좋고 대통령도 잡혀갔다"면서 "지금은 금리 인하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한은, 정치 분위기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진단도...3차례 연속 인하 과하다?
하지만 이미 한은이 10월, 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추가로 한번 더 내리기 보다는 최근 금리 인하 효과, 연준의 스탠스, 트럼프 정부 출범 뒤의 입장 등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낫다는 평가들도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과거 세월호 때 심리 악화를 이유로 금리를 내렸다가 한은이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면서 "정치, 사회적 사건을 통화 완화의 이유로 내세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대내외 불확실성은 일단 '웨이트 앤 시' 하라는 신호"라며 "금리는 필요하면 2월에 내려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 등으로 최근엔 국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축소되기도 했다.
15일 코스콤 CHECK의 금융시장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총 954명 중 606명(63.5%)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25bp 금리인하 답변은 342명(35.8%)을 기록해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한 채권딜러는 "계엄사태, 무안공항 사태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되고 한은 총재도 이에 동의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우세해진 듯했으나 최근엔 다시 동결 전망이 강화됐다"면서 "내일 금통위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동결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좀더 우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퇴조한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도 정치혼란에 휩쓸리기 보다는 이미 금리를 2번 내려 놓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