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은행 전경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새해 첫 금리결정회의...금리 인하 얼마나 자신할 수 있을까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다음주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우세하다.
수출 경기 둔화 흐름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진 뒤 계엄 사태도 터지면서 금리 인하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과연 3연속 인하를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 역시 남아 있다.
■ 우세한 금리 인하 기대감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채권 매매자들의 인하 기대감이 매우 절실해 보인다. 실제로 전망도 인하 대 동결이 대략 7:3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현재 인하 대 동결을 놓고 시장의 기대 7:3 정도가 가장 무난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간 높은 환율, 2차례 연속 인하에 따른 점검 필요성 등으로 3차례 연속 인하는 과욕이라는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계엄 사태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인하 쪽으로 무게 중심이 확실히 넘어온 상황이라는 주장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아무래도 최근 환율이 더 오르지 않고 내려온 부분이 금리인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하 대 동결을 대략 7:3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경기 우려가 워낙 크다 보니 환율에 신경 쓰지 말고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불쏘시개로 쓸 때라는 인식이 강한 것같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인하는 거의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D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고 하지만, 주변에 보면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도 꽤 있다. 내 주변엔 대략 5:5 정도인 분위기"라며 "금리 3연속 인하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 출범이라는 무시 못할 변수 때문에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은 수라는 주장도 있다.
■ 심리위축 우려했던 한은 총재...사회 분위기는 인하에 무게
12.3 계엄사태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심리 위축을 크게 우려한 바 있다.
총재는 그러면서 '기민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전례없이 높아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간의 상충관계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총재는 신년사 등에서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 전개 양상,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은 총재가 계엄 사태 후 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급선무라고 지목했지만, 연말에 항공기 참사까지 터져 심리가 더욱 악화돼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지난 12월 24일 한은이 발표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2.3p 급락한 88.4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현재경기판단CSI(52)와 향후경기전망CSI(56) 모두 전월대비 18p나 급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2023년 3월(52) 이후, 향후경기전망CSI는 2022년 11월(54)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리가 냉각된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 데이터가 발표된 뒤엔 국내 공항에서 역대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지금은 경기를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란 진단도 많은 편이다.
정치 불확실성, 높아진 경기 하방 우려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와 추경이라는 정책을 버무려 경기회복에 진력해야 때라는 것이다.
■ '미국 3연속 인하 뒤 쉴 태세' vs '한국도 일단 3연속 인하 가능성'...소수의견 구도도 관심
지난해 미국이 3연속 금리를 통해 기준금리를 총 100bp 내린 가운데 연초에 일단 금리 인하를 건너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경기 우려가 큰 만큼 3연속 인하를 통해 '경기지원'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많다.
안 그래도 심화됐던 수출경기 불확실성에 정치적 우려까지 더해진 만큼 금리 정상화 차원의 인하가 아닌 '경기 부양 목적'의 인하가 절실하다는 진단들도 나온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통위원들이 전원 일치 인하로 경기 부양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다시금 의견이 쪼개질지도 관심이다. 소수의견 등은 추가적인 금리 결정 방향 '강도'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11월 기준금리가 연속으로 인하됐을 때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 등 두 명이 금리 동결을 주장한 바 있다.
최근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2명 출현했던 가운데 계엄사태 이후에도 만장일치보다는 백중세의 표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그간 금리 인하와 관련해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거론했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12월 27일 한 때 1,486.7원까지 뛰면서 1,500선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1,460원을 밑돌기도 하는 등 다소간 안정을 찾았다.
투자자들은 관점에 따라 환율 '급등세가 제어됐다'는 쪽에 무게를 두기도 하고,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데 중점을 두기도 한다.
한은이 물가, 성장, 환율 등 금융안정 간의 상충으로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든 근소하게 결정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동결, 인하 모두 가능하지만 동결 가능성이 소폭 우세하다고 본다"면서 "금리가 총재의 캐스팅 보트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금통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경기, 물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대한 비중이 다른 만큼 이번 표결에선 백중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중간간부는 "이번 금통위 금리 결정은 진짜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역사적으로 한은 총재는 2001년 7월 25bp 인하, 2006년 8월 25bp 인상, 2013년 4월 동결 때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금리 방향을 결정한 바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