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감액된 예산안 통과에 대해서 두 당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추경과 관련해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온도차가 느껴진다.
민주당은 "국힘은 더 이상 여당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책을 협의하라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정부, 야당(민주당)과 협의해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여당, 추경 '당장' 밀어붙일 일 아니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추경 논의 제안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병 주고 약 주는 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산안이라는 게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속에 있는 공깃돌이냐고 비판했다.
여당의 새 지도부는 시간을 두고 추경을 편성하자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정부는 야당의 무책임한 추경 선동 휘둘리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 집행에 만전 기해달라"라며 "집행을 하면서 3월이든 6월이든 예산 조정 필요성이 있을 때 그때 가서 추경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연말 경기가 전혀 살아나고 있지 않다. 자영업자들이 정말 힘들어하고 있어 내수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면서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67%인 수출 의존형 국가여서 이럴 때일수록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국경제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야당, 국힘은 여당 아니다...추경 조속히 편성 필요
민주당 의원들은 국힘의힘이 더 이상 여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민생 정책과 관련해 민주당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가 이를 반대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려웠던 민생이 내란사태로 더 어려워져 국회가 즉각 나서야 한다"면서 "(국힘은) 내란수괴 윤석열 구하기에 열중해선 안 된다"고 윽박질렀다.
그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할 경우 정쟁과 갈등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면서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그러면서 추경 추진, 확대 재정에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민생경제회복단을 꾸려 이 문제에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허영 의원이 민생경제회복단장을 맡았다.
허영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은 17일 "민주당은 현 정부 예산안을 자멸적 긴축재정으로 규정해왔다. 국가재정은 양극화, 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단장은 "모든 경제지표가 하방하면서 이제서야 국민의힘도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은 민생경제와 상관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검찰 등에서 사용하는 특활·특경비는 민생과 상관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추경과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허 단장은 "지금 하방하는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국가재정의 역할과 추경 예산 편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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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통과 후 외국계 금융사들이 보는 추경과 정책금리
여와 야 모두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속도와 강도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들은 한국의 추경과 금리 인하가 어떤 강도로 진행될지 주시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일단 주말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점을 '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추경 등 정책적 대응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국의 추경에 대해 적극적인 예상을 제시했다.
씨티는 "우리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25년 1분기에 30조원이 편성되는 형태"라며 "대안으로 1월 중 10~15조원이 먼저 편성되고 하반기에 15~20조원이 추가 편성되는 시나리오도 상정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씨티가 30조원의 추경 편성을 예상한 가운데 바클레이즈는 한은의 좀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바클레이즈는 우선 "한국은행이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경제정책에서 여야 및 정부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한 사실은 내수의 추가 하방위험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클레이즈는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2, 5,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 다만 그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쏘시에떼제네랄은 "향후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도 한국 정치 상황이 악화되거나 경기둔화가 확인될 경우 25년초부터 추가경정예산이 발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 둔화 확인시 통화정책 완화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회복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했다.
노무라는 "최근 한국 수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두된 정치적 혼란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신속하고 선제적인 통화정책 대응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탄핵사태로 한국의 이미지가 추락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굳건한 민주주의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통화당국 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무디스는 "강력한 법치주의가 한국의 신속한 의사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통화·재정정책을 포함한 기타 제도적 기능들도 효과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다만 헌재의 최종 결정 지연 등으로 경제활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여·야 갈등과 추경에 대한 온도차...그리고 외국 금융사가 보는 한국의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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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5년 예산배정계획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여·야 갈등과 추경에 대한 온도차...그리고 외국 금융사가 보는 한국의 추경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