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정치인들의 예산 농락...야당 예산 압박도 계엄 사태의 한 원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야당이 오늘 중 예산안 국회 통과를 공언한 가운데 추경도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결특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4.1조원의 감액 예산안을 오늘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하고 필요한 부분은 추경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8월 하순 정부는 2025년 예산안 규모를 약 677.4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24년 예산안 대비 3.2% 늘어난 규모였다. 의무지출 비중 53%, 재량지출 비중 47%였다. 국채발행규모는 201.3조원으로 올해 대비 42조원 가량 늘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야당이 각종 특활비 등을 4조원 넘게 삭감한 뒤 여와 야의 갈등이 증폭된 상황이었다.
■ 계엄령 선포 사유에도 있었던 '예산'...여당 다시 협상 시도했으나...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예산 폭거'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은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은 또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천억원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다. 이런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령 발동으로 탄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줄인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삭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막판 협상에 힘을 모으기도 했다.
김상훈 국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다시 3.4조원을 증액해 내년 예산안은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7천억원 삭감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여당이 제안한 3.4조원 증액엔 재해 대책 관련 예비비 1.5조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3천억원도 포함해 협상의 지렛대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 야당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야당, 감액 예산 '일단 통과' 공언
이날 오전 9시 민주당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경제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고 정부가 내년 국가 살림을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오늘 본회의에서 즉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 대표도 예산안 처리 등 경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끝내겠다"면서 "예산은 국민 삶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급 내수 한파에 고용은 더 악화됐고 생산, 소비, 투자, 트리플 감소로 민생이 파탄 지경"이라며 "신속한 예산안 처리가 현재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한 가지 제안도 한다고 했다.
그는 "여·야·정 3자의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구성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고 여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해보겠다고 경거망동하고 있다. 이럴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 그리고 정부 3자가 모여서 최소한 경제만큼은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야당의 이런 발표 뒤 여당은 '협상'을 제안해 민주당인 '감액'한 예산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야당은 받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는 오늘 중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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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시간 흐를수록 수급부담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야당의 '약 올리기 전법' 성공 평가도
채권시장은 야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추경' 얘기가 나오자 긴장하기도 했다.
야당이 부족한 예산을 향후 추경을 통해 늘리자고 하자 장중 시장이 긴장하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야당 원내대표가 추경을 거론하면서 시장이 긴장하기도 했다. 시장에 별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자충수로 앞으로 야당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부터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앞으로 건전재정도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아져 2025년이 다가올수록 수급 문제에 대해 긴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야당 기재위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 등은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은 총재가 △ 실물경제 어려움에 따른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지하고, △ 정치 불확실성을 명확히 제거할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국민 세금을 갖고 정치권이 벌이는 예산 파동이 꼴불견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감액 예산 통과시키고 추경하자 하고, 여당은 그럴 바에야 감액한 것 다시 늘리자고 했다"면서 "정치권이 국민 돈을 가지고 국민을 농락하는 작태이자 블랙 코메디"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야당의 여당 약올리기 전법은 대성공이었다. 특활비 삭감 등 예산 문제로 압박하니 감정 제어 능력이 없는 윤 대통령이 결국 욱하면서 폭발해 여당이 폭망해버렸다. 윤석열의 돌발행동이 나라를 위기로 몰았지만, 야당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국의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C 채권딜러도 "예산 통과도 시키기 전에 추경 얘기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제대로 맛이 들려 앞으로 정치가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일들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도 보였다.
D 딜러도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정권 잡고 싶은 생각만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통해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한국 사회의 진정한 악당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지자들이 있으니 정치인들이 더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한국은 정치 팬덤 문화 확산으로 경제까지 어려워지는 기괴한 일을 성공시켰다"고 비꼬았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