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김경목 기자]
한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던 이 대표는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윤석열을 축출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는 그를 탄핵하고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윤석열과 그의 지지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한 다시 계엄령을 선포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한국 국회의원들은 계엄령 선포에 대한 윤석열 탄핵을 위한 의결 정족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국회 과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표결에 불참하면서 부결됐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대선 정국이 조기에 열릴 경우 이 대표가 가장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조사에서 '선생님께서는 다음의 인물 중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관련한 조사 결과 이 대표가 52.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 9.8%, 뒤를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6.7%,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5%, 홍준표 대구시장 4.9%, 김동연 경기지사 3.9%, 김경수 전 경남지사 3.1%였고, '기타 다른 인물'이 6.1%, '없음' 5.5%, '잘 모름'이 2.2%였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이 후보를 방어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해 시간 끌기를 시도하고 있다.
8일 한동운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이뤄질 때까지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국정 운영이나 외교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민생 문제와 국정은 여당과 한덕수 총리가 공동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은 "이 합의는 한 총리와 여당의 '제2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는 위헌이며 형사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는 것이지 국민의힘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은 9일 출국금지됐다.
WSJ는 한국정치 상황을 전쟁과도 같다고 평가한 이재명 발언을 소개하며, 한국 정치는 극도로 양극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진 괴한에게 목을 찔린 바 있다. 그 후 그는 전쟁 같은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지만, 정치적 우파와 좌파 사이의 긴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재명은 위증, 직무유기, 대북 불법자금 송금 연루 등의 혐의로 5건의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그는 항소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유죄 판결 후 10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과거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젊은이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진보적인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그의 법적 문제, 열정적인 지지층, 소셜 미디어에서의 존재감으로 인해 또 다른 비교가 등장했다. 이재명은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재명은 자신이 초당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실용주의자라며 "나는 현실주의자"라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