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
(장태민 칼럼) 계엄령 파장 후 한 금융사 대표가 보는 '아, 대한민국'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난리가 났네요. 흔히들 하는 얘기로 어리석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 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연말에 이게 무슨 변고입니까."
한 금융사 대표는 3일 밤~4일 새벽에 사이에 일어난 계엄령 발표와 해제를 보면서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대통령이 '플랜이나 디테일'이 없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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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없는 기분파 대통령과 정실 인사들이 초래한 비극
"계엄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계엄령을 발동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같은 사람들도 다 알지 않습니까. 당장 국회의원들 체포하고 언론사 장악하고 하는 건 기본 아닙니까. 계엄을 하는 사람이 비폭력적 수단 운운한다는 게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른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이 금융사 대표는 '왜 이래야 했을까요'라는 질문에 아주 명쾌하게 답했다.
"그냥 바보입니다, 한 마디로. 별 생각없이 충암고등학교 형·동생들과 대포 한잔 하다가 홧김에 저지른 일과 비슷할 겁니다. 괜히 대단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머리 아프게 추론하지 마세요"
이번에 계엄을 건의했다는 김용현 국방장관이 윤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다. 이상민 행안장관, 계엄이 진행됐더라면 합수본부장을 맡았을 여인형 중장 등도 충암고 동창들이다.
사실 세간에선 대통령의 정실 인사를 비판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금융사 대표도 '능력이 출중하고 도덕성이 담보된' 믿을 만한 인물이라면 그 사람이 동창이든 뭐든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대통령은 이런 것 따지지 않는 '그냥 의리파'라고 결론 내렸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대통령이 좋은 말만 할 줄아는 환관·내시들에게 둘러싸여 일을 벌인 것이라고 추론했다.
■ 금융시장 심리 흔든 악재...문제는 한국시장 신뢰성
이 금융사 대표는 계엄 사태에 대한 의구심을 표한 뒤 이번 사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탄핵 사태는 시장만 흔들었습니다. 우선 주식은 안 그래도 골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 골로 가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국장, 국장거리면서 한국 주식을 떠나는 데, 이를 더 부추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제는 시장이란 게 가던 방향을 계속 가려는 속성이라고 했다.
"예컨대 주식은 하락 트렌드에 더 힘을 실어줬고 환율은 위쪽으로 힘을 모아줬습니다. 금리는 아래 쪽 같은데, 일단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됩니다. 금리 쪽은 오래 전 계엄할 때도 보면 일단 전체적으로 상대적 영향이 적었습니다."
이번 일은 전체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짚었다.
결국 한번 사고를 크게 쳤지만, 다시 잘 수습하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과거의 큰 정치적 변고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점도 거론했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사망과 같은 큰 일이 있었을 때 북한 남침 위협, 외국인 자금 이탈 위험 등을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결국 그 영향이 제한됐습니다."
■ 놓을 수 없는 정치에 대한 관심...한국인들이 사모하는 '파퓰리스트'
이번 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진로는 하야나 탄핵 쪽으로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다시 실책을 만회할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차기 한국을 이끌 유력 주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재명 대표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이 대표의 '뽑히지 않는 잡초와 같은 근성'에 감탄한 것이었다.
"(여러 재판에 연루돼 있으나) 생존력이 기가 막힙니다. 이재명은 계속해서 재판을 미루면서 잡초같은 생명을 이어갈 확률이 커졌습니다. 바보같은 윤석열이 잡초같은 이재명을 살려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의 성향이라고 했다.
이 금융사 대표는 '이재명은 돈 푸는 파퓰리스트의 전형'이라고 우려했다.
남미 국가들은 지도자를 잘못 뽑아 파퓰리즘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이재명이라는 지도자를 만나게 되면 남미행 열차를 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한국인 지배할 다음 사람은 '파퓰리스트'가 될 가능성
이 금융사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국가에 '해가 되는' 인물로 봤다.
기본적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지만,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 대통령이나 야당의 가장 힘센 인물이 된 사람들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무능함은 이미 확인이 됐지만, 이제 더 강력한 파퓰리즘이 한국을 덮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파적인 얘기는 다 빼고 말해 봅시다. (그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문제가 많은 정당이라고 봤다) 우리, 경제를 조금이라고 공부했다는 사람들끼리 얘기해 봅시다. 이재명이 엄청난 파퓰리스트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금융시장 바닥에 누가 있나요? 다 알지 않습니까. 솔직해집시다."
그는 이재명이 윤석열의 '계엄 쇼'를 통해 기사회생해 권력 최상부로 올라게게 되면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차기 지도자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또 다른 쇼를 벌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재정정책에 힘이 실릴 것입니다. 본인이 대통령 된 기념으로 100만원, 아니 이재명 성격에 500만원씩이라도 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축하금을 돌리고 우매한 국민들은 그를 추앙하겠죠."
농담같이 들리는 이런 얘기들이 '각종 재정정책'을 통도해 상당히 많이 나오면서 결국 한국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런 말들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재명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윤석열 정부는 하다못해 재정적자 비율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윤석열 정부조차 최근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추경 얘기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새로운' 파퓰리스트의 등장이라면 미래는 뻔하지 않습니까."
■ 우리는 남미행 열차를 탈 것인가
이 금융사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상당수도 경기 우려에다 계엄 사태까지 더해져 한국의 통화완화와 재정팽창을 예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헤지펀드 이런 쪽에서 일하는 외국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계엄사태 같은 일까지 더해져 한국 경기침체 가속화에 베팅하고 싶어 하기도 했습니다. 외국 친구들이 CNN같은 걸 보면서 한국 거래를 미루기도 했습니다. 우리 50대, 60대들도 계엄이 어색한데, 외국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
WGBI 편입과 같은 외국인 채권투자를 끌어들이는 재료도 있지만, 지금은 애매하다고 했다.
"내년 국고채가 월별 20조 정도 발행되지 않습니까. 11월에 WGBI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또 지금 금리대에서 얼마나 추가 랠리가 가능할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국고3년 금리가 최근 2.5%대를 찍었는데, 정치·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금리까지 메리트가 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들어올지 봐야할 것 같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방치할 게 아니라 뭔가 수를 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한국 주식시장 어려움의 근원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가 있다. 또 각종 정책 실패, 주가 조작 등이 맞물려 한국 주식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시장이 됐다.
이 금융사 대표도 한국 주식시장은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두면, 계속해서 비전을 찾지 못해 다들 한국장을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은 1,500원대로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환율 쪽보다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린 주식이 더 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