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상목 경제부총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탄핵 둘러싼 대치전선과 확대된 한국 '평판 리스크' 제어 노력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여와 야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맞서고 있다.
야당은 반드시 탄핵시킬 것이라고 벼르는 중이며, 여당은 이를 제지하려는 중이다.
일단 야당은 어제와 오늘 계속해서 대통령 탄핵과 하야 등을 거론하고 있다. 관건은 여당의 스탠스였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반대 입장을 정했다.
한 대표는 5일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선포 당일보다 어제와 오늘 새벽까지 고민이 컸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3일밤 계엄 선포 후 4일 새벽 계엄 해제에 힘을 실었던 한 대표는 이날 이렇게 입장을 정리했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한국의 정치 불안이 국가신용도 하락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
일단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 그리고 해외 조달시장에서의 한국 조달금리 상승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힘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 사의 표명한 경제부총리의 노력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경제 불안감이 짙어진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 이슈로 내부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국 경제 컨트롤 타워마저 떠나면 누가 대내외 상황을 진두지휘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 상황이었다.
일단 최 부총리는 주요국, 신평사 등에 한국을 '오해하지 않도록' 서한을 발송했다.
최 부총리는 4일 "각국 재무장관 및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평사 및 금융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의 한국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안정적인 경제정책 운영 의지를 강조하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부총리는 서한을 통해 "비상계엄 및 이에 따라 발령된 모든 조치들은 헌법과 관계 법률에 의거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됐다.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비경제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 혼란은 건전한 경제시스템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이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은 것도 이러한 경제적 혼란이 장기화 되지 않을 것임을 입증한다"고 했다.
부총리는 "관련 부처간 협력을 통해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수출 등 경제 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지속해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와 한은 등 금융당국은 무제한 RP 매입, 채안펀드·증안펀드 적극 가동 등을 발표하면서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다짐했다.
■ 미국은...한국의 뒷수습 지켜본다
다만 한국 신용은 해외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 지형이 계속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외국인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나빠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아울러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 신용도 추락이 두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일단 미국 측도 한국인 다수의 평가처럼 이번 계엄 선포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현지시간 4일 애스펀전략그룹 주최 행사(ASF)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결정은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며 "매우 문제가 있고(deeply problematic) 위법한(illegitimate)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캠벨 부장관은 "한국 국민들이 밖으로 나와서 계엄령이 매우 불법적인 과정임을 밝힐 준비가 돼 있으며, 이는 한국 국민들의 의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최근 상황을 심각한 우려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 모든 정치적 분쟁이 평화롭고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장관은 또 "한국과의 동맹이 철통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한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도전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한국과의 동맹이 완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벨의 말처럼 한국이 '직면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한국의 국가신인도와 관련해 중요한 이슈다.
특히 한국경제는 내수, 수출 모두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번의 '정치 이슈가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 계엄 사태 여진, 최소화할 수 있을까...한은도 해외 오판 막기 위해 노력
한국은행은 이날 GDP 잠정치 설명회에서 "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0.5% 이상이면 연간 2.2%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전년동기비 2.3% 나오는데, 4분기 전년동기 1.7%로 나오더라도 연간 성장률 2.2% 달성은 가능할 듯 하다"고 했다.
3분기 GDP 잠정치는 전기비 0.1%, 전년동기비 1.5% 증가해 속보치와 동일했다.
한국은행 등은 올해 성장률을 2%대 초반, 내년 1%대 후반의 성장을 예상하는 중이다.
때가 때인 만큼 이번 계엄 사태를 과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은의 강창구 국민계정부장은 "이번 사태가 비교적 빠르게 해제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긴 성급하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도 한국 경제에 대한 오해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총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국제파'인 이 총재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 총재는 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치적 사건은 매우 단기간에 끝났으며 지금 시점에서 경제 전망을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정치적 부작용보다는 경제의 강점과 약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재는 "한국의 강력한 시장 펀더멘털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고려할 때 경제적 역동성은 정치적 역동성과 분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랜기간 한국경제를 떠받히던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이 중국의 추격과 가격 덤핑 등으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한국 경제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경제인들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게 한국의 안타까운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쟁을 일삼고 있는 22대 국회의원들은 여야 가릴 필요 없이 역대 가장 무능하면서도 부도덕하다. 정부 역시 무능하기 짝이 없다"면서 "이제 이런 자들 때문에 이 나라가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