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5일 미국채 금리 급락에 강세로 출발할 듯하다.
미국 대선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금리시장도 트럼프 트레이드의 되돌림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나타냈다.
최근까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지만 선거일을 앞두고 박빙이라거나 해리스 상승세에 모멘텀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금리시장이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간 트럼프, 해리스 누가 승자가 되든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나 수급 부담이란 지적도 많았다. 다만 단기적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가격변수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방향을 예단하긴 어렵다.
■ 美금리 급락, 트럼프 트레이드의 되돌림
미국채 금리는 4일 장기구간 위주로 하락했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해리스 부통령이 뒷심을 발휘하자 트럼프 트레이딩이 되돌림됐다. 특히 공화당 표밭인 아이오와주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시장 반응이 컸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40bp 급락한 4.279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2.40bp 속락한 4.459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5.35bp 하락한 4.1620%, 국채5년물은 7.30bp 떨어진 4.1470%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해리스의 추격 속에 대선이 박빙 양상을 뛰는 모습을 보면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57.59포인트(0.61%) 하락한 41,794.6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6.11포인트(0.28%) 내린 5,712.69, 나스닥은 59.93포인트(0.33%) 떨어진 18,179.98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약해졌다. 유틸리티주가 1.2%, 통신서비스주는 0.9% 각각 내렸다. 반면 에너지주는 1.9%, 부동산주는 1.1%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엔비디아가 다우지수 편입 호재에 1% 가까이 올랐다. 반면 메타플랫폼과 아마존, 알파벳은 1% 이상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역시 0.5% 내외로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금리 급락 여파에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6% 낮아진 103.9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40% 높아진 1.0878달러, 파운드/달러는 0.06% 오른 1.2953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53% 내린 152.18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33% 하락한 7.1119위안에 거래됐다. 중국 경기부양책을 승인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가 개막된 점이 주목을 받았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38% 강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70불을 넘어면서 지난달 2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가 당초 다음달로 예정됐던 원유 증산을 한 달 미루기로 한 점이 가격을 지지했다. 달러화 약세도 유가 상승을 도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98달러(2.85%) 높아진 배럴당 71.47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98달러(2.71%) 상승한 배럴당 75.08달러에 거래됐다.
OPEC+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 등이 일평균 220만배럴 추가 감산을 12월 말까지 한 달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및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 혼란스러운 국내 정국과 대통령 담화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대통령 부인의 공천 개입 이슈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은 7일 10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15~16일 페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G20 회의 등을 앞두고 있었지만, 최근 정국이 혼란스럽게 흘러가자 대국민 담화를 열어 '김건희-명태균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야당은 이번달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앞두고 지지율이 추락한 윤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날 미뤄왔던 '금투세 폐지' 발표 역시 정치적 승부수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어차피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은 많이들 예상하고 있었으나, 언제를 타이밍으로 잡느냐가 문제였던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전날 이같은 결정을 알렸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가 전날 대독한 연설을 통해 여전히 '4대 개혁'을 강조하면서 정책 스탠스를 밀고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은 지지율 추락과 야당의 압박, 여당과의 갈등 속에 담화 일정을 당겨서 실시하게 된 것이다.
금융시장 일부에선 대통령이 조기에 물러나는 일이 발생하거나,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통해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을 경우 이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일부 시장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야하고 포퓰리즘이 보다 강화되면, 한국의 국채 발행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권의 정치적 관심이 미국 대선 결과에 쏠려 있지만, 국내 정치 상황도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
미국보다 제한된 한국 금리 상승룸
최근 미국 금리가 크게 올라오는 사이 국내 금리는 상승이 제약됐다.
대선 결과, 특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세, 재정적자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것이다.
다만 한국 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물가 상승률이 1%대로 크게 둔화된 데다 경기 펀더멘털 상대적으로 약해 미국 만큼 금리가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최근 수출 모멘텀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미 차별화 인식이 강해지기도 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국채 발행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WGBI 편입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연말을 향해 흐른 시점엔 내년 초부터 한 단계 더 늘어나는 국채발행 물량 부담을 표출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
트럼프와 해리스의 박빙 승부
미국 대선 투표가 임박한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들의 결과는 차이가 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7개 경합주에서 해리스를 박빙의 차로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더힐은 7개 중 트럼프가 4승2무1패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진행해 4일 공개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명)와 노스캐롤라이나주(선거인단 16명)에서 각각 49% 대 48%, 조지아주(선거인단 16명)에서 50% 대 49%, 애리조나주(선거인단 11명)에서 50% 대 48%로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해리스는 미시간주(선거인단 15명)에서 50% 대 48%로 트럼프에 앞섰고 네바다주(선거인단 6명)와 위스콘신주(선거인단 10명)에서는 두 후보가 48%(네바다)와 49%(위스콘신)로 동률을 기록했다.
더힐은 통계적으로 두 후보는 경합주에서 사실상 동률의 판세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하루 전 뉴욕타임스의 발표는 더힐의 보도와 달랐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이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7대 경합주 유권자를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4승2무1패의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박빙 분위기 속에 선거 결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최근엔 해리스 지지율이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시장이 무게를 실었던 트럼프 트레이드에 균열이 나타나는 등 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편 국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9월(1.6%)보다 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금리 시장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채권-장전] 트럼프 트레이드 되돌림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