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국 재무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재정적자의 금융시장 위험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2024회계연도(23년 10월~24년 9월)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발표된 뒤 미국 국가부채 증가세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 재정적자는 의회예산처(CBO)가 10월 초 내놓은 추정치와 같았지만, 늘어난 빚이 전세계의 조달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가 전년 1조6,950억달러(2,300조원 남짓)보다 8%가량 많은 1조8,330억달러(2,500조원 남짓)라고 발표했다.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코로나 사태 때 역대급으로 급증한 이후 낮아지다가 작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상태다.
■ 우리돈 2천조원 넘는 미국 재정적자
미국 재정적자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1조달러를 하회했다.
하지만 전염병 사태로 2020년 3조1,320억달러, 2021년 2조7,700억달러 대폭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 수습으로 2022년엔 1조3,7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그렇지만 2023년 1.7조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뒤 올해는 1.8조달러를 넘어섰다.
23,24회계연도 재정적자는 각각 GDP의 6.2%, 6.4%에 달할 정도로 크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늘어난 채권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큰 돈을 쓰는 나라가 됐다.
미국 이자비용의 GDP 대비 비중은 3.9%를 넘어 1998년(4.0%) 이후 가장 높다.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은 1년 사이 29%인 2,540억달러나 늘어 이자비용이 1조 달러를 넘겼다. 미국의 이자비용은 1조1,330억달러에 달한다.
소셜시큐러티(노령연금) 관련 지출이 7% 늘며 1조5,200억달러에 달했다.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지출도 4% 늘어난 1조50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국방 지출은 6% 늘어난 8,260억달러에 이른다.
연준이 9월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흐름에 돌입하면서 이자율이 내려간 것을 긍정적이었다. 9월말 미국 미결제 부채의 가중평균 이자율은 3.32%로 근 3년 만에 처음으로 월별 이자율이 하락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국가 빚이 최대 리스크라는 평가들도 나오는 중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들 역시 세계 최강대국의 국가부채 증가에 대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 미국 정부 이자 왜 이렇게 늘었나...코로나 따른 막대한 지출, 이후의 높은 이자율, 복지 확대, 감세 공히 작용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막대한 재정지출은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배경이 됐다.
코로나 사태를 수습한 뒤 지출이 줄었지만,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상황은 재정에 부담이 됐다.
미국이 2017년 전면적인 감세를 실시한 뒤 사회 보장을 확대한 것 역시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는 회계연도 9월까지 순이자 지급에 8,820억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24억달러를 넘는 거액이다. 이는 또 GDP의 3.0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에 해당한다.
재무부에 따르면 순이자 규모는 처음으로 국방부 군사 프로그램 지출을 초과했다. 또한 연방세입의 약 18%에 달해 2년 전보다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 적자재정의 민간투자 위축 효과...그러나 더 늘어날 수 밖에 부채
미국 CBO는 적자 재정지출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민간 투자가 33센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CBO의 샤이 아카바스 경제정책 프로그램 전무이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볼 때 이자비용이 부채를 늘리고 다른 경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경제에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부채 이자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복지, 국방 등의 정부 지출 감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적 이해득실이 얽혀 있어서 지출을 감축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 시 빚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초당적 비영리기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트럼프 공약 실현 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7.5조달러 늘어나고 해리스의 공약 이행 시 부채가 3.5조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IMF 미국 부채 경고 가능성...투자자들, 미국 재정적자가 미칠 파장 감안해야
이번주 G20 회의와 IMF·WBG 연차총회가 예정돼 있다.
IMF와 월드뱅크의 연차총회가 21~26일 열리는 가운데 22일엔 IMF 세계경제전망이 발표된다. 연례총회 기간 중인 24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열린다.
이런 가운데 IMF가 미국의 부채 문제를 거듭 경고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대규모 글로벌 부채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를 감안할 때 23일 IMF의 피스컬 모니터링(Fical Monitoring, 재정점검보고서)에서 관련 위험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센터는 "실제로 미국과 중국 등 시스템 측면에서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의 부채 급증과 재정정책 불확실성은 전세계적으로 조달 비용 상승과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의 위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미국 재정위기는 전세계에 영향일 미칠 가능성이 높아 미국 부채의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커질 경우 금융시장에 심각한 우려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미국 재정 우려가 미국채 금리 상승을 견인할 경우 전세계 금리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진 가운데 관세 부과와 함께 미국 재정 악화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채권시장의 경우 트럼프발 경기 악화에 따라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시장의 트럼프 트레이드는 장기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요약된다"면서 "공약의 현실화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시장은 대부분 관세를 통한 재원 마련의 현실성이 크지 않으며, 이에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채권 발행 규모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한은의 8월 분석에 의하면 트럼프 승리로 미국이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6% 이상 하락한다. 이는 2018년 미-중 무역 당시 하락 폭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한국 GDP도 최대 1% 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채권시장 트럼프 트레이드의 핵심은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악화"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