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0-18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ASML이 증폭시킨 반도체 우려와 계속되는 '필반' 변동성

  • 입력 2024-10-16 10: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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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여름 시즌부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심심찮게 급등, 급락을 보이고 있다.

7월 중순 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는 5% 이상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월 17일 6.81% 폭락하면서 반도체 피크에 대한 우려를 키운 뒤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그 이전엔 5% 이상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모습이 없었다.

■ 7월 중순 이후 달라진 필라델피아 반도체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7월 17일 폭락 이후 24일엔 재차 5.41% 급락했다.

7월 31일엔 7.01% 급등했지만 다음날인 8월 1일과 2일 각각 7.14%, 5.18% 연이은 급락을 기록했다.

8월 8일엔 6.86% 급등했으며, 9월 3일엔 7.75% 급락했다.

이후 5%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나지 않다가 이달 15일 재차 5.28% 급락한 것이다.

반도체 업체 실적이나 관련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반도체 피크에 대한 '우려' 혹은 '우려가 과했다'는 평가가 혼재되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급락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문제였다.

■ ASML이 증폭시킨 반도체 우려

15일 뉴욕 시장에서 ASML 주가는 16% 넘게 폭락하면서 연쇄 작용을 일으켰다.

ASML이 뉴욕 주식 정규장에서 16.3% 내린 730.43달러를 기록하자 엔비디아가 4.7% 하락하는 등 반도체 주식 전반이 다시 크게 흔들렸다.

ASML 실적은 실적 발표 예정일보다 하루 빠른 15일 자체 웹사이트에 일시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ASML은 서둘러 웹사이트에서 내용을 삭제했지만 시장엔 소문이 퍼진 뒤였다.

ASML은 3분기 자사 반도체 생산 장비 주문이 시장 전망의 절반에 그친 데 이어 내년 전망 역시 어둡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크리스토프 포케 CEO는 "AI 부문에서 강한 성장과 상승 잠재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다른 부문은 회복에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ASML은 25년 순매출 규모를 이전 전망치의 절반 수준인 300억~350억유로, 즉 대략 45조~52조원 수준으로 낮춰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361억달러)을 밑도는 수치였다.

9월 분기 순예약 규모는 26억유로로 예상액인 56억유로를 대폭 하회했다. 다만 순매출액은 75억유로로 예상을 웃돌았다.

ASML이 반도체 피크 가능성을 증폭시키자 AMD는 5.2% 속락한 156.64달러, 마이크론은 3.7% 하락한 104.32달러, 인텔은 3.3% 내린 22.66달러를 기록했다. 브로드컴도 3.5% 하락한 175.98달러를 나타냈다.

TSMC와 퀄컴 주가 하락폭은 각각 2.6%, 2.2% 수준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뉴욕 주가 급락엔 때 마침 제조업 지수가 부진을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 연은의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11.9를 기록하며 컨센서스(3.4)와 전월치(11.5)를 대폭 하회했다.

■ 양분된 반도체...미중 갈등 여파도 계속

최근 반도체 경기는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AI 부문의 경우 시장 수요가 양호한 반면 자동차나 산업 부문의 경우 저조했다. 최근 인텔 등은 대규모 재고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도체 피크 우려와 속에 '미중 갈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리스크다.

최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재차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이 심화될 수 있으며, 그 중심엔 반도체가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와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 등이 실적 우려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들도 나오는 중이다.

ASML의 2분기 대중 수출은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으나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ASML의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어하는 조치를 내놓은 바 있어 실적 우려가 커진 상태였다.

ASML은 미국의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20%까지 급감(직전 분기 49%) 할 것으로 추산했다.

■ 반도체 전반 흐름과 개별 회사 상황 모두 고려

투자자들은 반도체 전반의 흐름을 고려하는 동시에 개별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도 눈 여겨 보는 중이다.

ASML 주가가 1998년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하자 번스타인은 "3분기 양호한 실적보다 기대보다 약한 예약주문, 실망을 안겨준 내년 전망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번스타인은 "하향조정된 ASML 실적 전망,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특정 고객사의 어려움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려를 키운 인텔을 더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칸토 피츠제럴드는 "인텔은 내년 사업 역시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여름부터 AI나 반도체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진 가운데 계속해서 관련 주식들의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급락에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 남짓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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