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4년 10월 금통위 모습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4년 5개월만에 구경한 금리 인하...미국 추종 어림셈법과 물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4년 5개월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로 25bp 인하했다. 인하 결정 과정에서 장용성 금통위원이 반대(동결 주장)해 1명의 소수의견이 나왔다. 한은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1.75%로 25bp 낮췄다.
이번 금리 인하는 2020년 5월 25bp를 내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2023년 1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뒤 1년 9개월이라는 긴 기간 금리 동결을 유지하다가 인하로 방향을 튼 것이다. 14번의 회의 끝에 이뤄진 정책금리 변경이다.
또 2021년 8월 25b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가 38개월(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나타난 것이다.
■ 한은, 일단 1월까지는 '동결' 무게...총재, 시장이 거론하던 '매파적 인하'에 가까워
한은의 금리 25bp 인하는 채권시장 다수가 예상하던 바다.
하지만 한은은 연속적인 금리인하 등 인하 기대감이 과도해지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일단 내년 1월까지는 금통위원들 사이에 동결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을 알렸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인하를 열어두자는 의견은 1명,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5명이었다.
시장의 많은 사람들은 연속 인하는 어렵고 한은이 '매파적 인하'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봤다. 한은 총재도 실제 통화정책 결과가 시장 예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매파적 금리인하'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지만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히 해야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어림셈법(rule of thumb)...미국 2번 하면 한국 1번
시장에선 금리 인하와 관련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미국이 두 번(25bp 기준) 내릴 때 한국이 1번 내리면 적당할 것이란 어림짐작법도 거론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창용 총재가 부동산을 많이 문제 삼았지만 결론은 미국 추종"이라며 "앞으로 대략 3번 정도 더 인하해 기준금리를 2.5%에 맞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금리도 적극적인 방향을 잡기 어려워졌다"면서 "미국 금리가 급등락하면 반응하는 다소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미국에 종속됐다는 점을 확인한 이벤트였다"면서 "부동산 등 복잡한 얘기 할 것 없이 미국이 하면 우리도 한다. 단 미국이 2번 할 때 한국은 1번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미국이 250bp, 한국이 125bp 정도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개인적으론 국내 최종금리를 2.25% 정도로 본다. 길게 보면 국고3년이 2.5%, 10년이 2.7% 정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당장은 미국도 보면 10년 4.1% 위에선 사자가 많이 포진한 듯하다. 미국10년 상단을 4.1~4.15%, 한국도 3.1~3.15% 정도 보고 밀리면 사자로 대응하는 것도 나을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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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우려 감안하지만...물가가 핵심 역할한 과거 감안해야
이번 금리 인하의 원인으로는 물가상승률의 1%대(1.6%) 둔화, 연준의 50bp 인하, 가계부채·서울 집값 상승세 둔화 등이 꼽힌다.
한은이 금융안정을 인하와 관련한 '핵심 키'로 제안했지만, 결국 미국 정책과 물가 둔화가 핵심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한은의 금리 결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지표는 물가다.
한은의 한 직원은 "9월 물가가 1.6%로 대폭 둔화되면서 금통위가 (동결로)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했다.
문홍철 DB 금투 연구원은 "결국 금리는 금융안정이나 고용, 성장보다는 물가가 결정한다"면서 "현재 1%대 중반의 물가 수준이라면 과거 사례와 단순 비교할 때 기준금리와 물가가 거의 같은 수준이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물론 다른 나라의 기준금리와 거시건전성, 경제의 구조변화도 같이 고려해야 하나 금융위기~코로나 이전 시기에 우리 뇌리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물가였다. 성장이나 고용을 중시하는 이유는 이 지표들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하기 위해서이지 실질적으로는 부차적인 지표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중립수준보다 금리가 높았던 건 인플레 때문이었다. 이제 물가에 관한한 2% 타겟 정착됐다고 본다"면서 둔화된 인플레가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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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종 '룰오브썸'과 물가...기준금리 2%대 중반 향한 여정 시작
투자자 등 채권시장 관계자들간 편차는 있지만 향후 기준금리는 2% 중반 정도까지 인하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좀 낮게 보는 사람들은 2.25%, 좀 높게 보는 쪽은 2.75%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터미널레이트는 2.50~2.75% 수준일 것으로 보이며 국고3년 2.9%대에서 매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폭과 한국 물가의 하향 안정이라는 두가지 요인에 집중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인하 강도는 미국의 절반 정도로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점들도 보인다.
C 운용사 매니저는 "일단 한은 스탠스를 감안할 때 당장 다음달 추가 인하는 어렵고 내년 1분기 중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며 "미국이 11월과 12월 25bp씩 내린다면 우리도 연초(1월이나 2월)에 25bp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1월 금통위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 기대는 소멸됐지만 2025년 1분기 중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전망이 강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물가는 2% 내외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1월 금통위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 기대는 소멸됐지만 2025년 1분기 중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