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최근 급락한 삼성전자 주가,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어닝쇼크'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와 다짐...20일 연속 팔아 10조 처분한 외국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전영현 부회장(DS 부문장)이 이례적인 '사과'와 함께 '재도약'을 다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금융시장 예상을 밑도는 발표를 했다.
삼성전자에 투자해 물린 다수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자 주가는 더 떨어졌다.
■ 2분기 실적 때의 기대감은 3분기 어닝쇼크와 함께 우려로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1조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에 비해 매출은 6.7% 오르고 영업이익은 12.9% 떨어진 수치다.
증권가는 대략 '10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를 15% 정도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특히 2분기 실적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바뀐 모습이다.
2분기 실적 후 투자자들은 잘 하면 3분기엔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실은 10조원에도 못 미치는 이익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3분기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274.5% 늘어난 것이지만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와 '다짐'
삼성은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와 다짐을 담은 자료를 별도로 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은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에게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반드시 씻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기를 얘기한다"면서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경영진)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서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진 데다 시스템 반도체 쪽에서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최근 몇 년간 경쟁자들에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5월 삼성전자는 당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던 전 부회장을 DS 부문장에 위촉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는 전 부회장을 통해 '삼성 반도체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은 다시금 삼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말았다.
전 부회장은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부회장은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면서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했다.
이어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면서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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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몰락...한국 몰락의 신호인가, 이제 차고 오를 바닥인가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 일각에선 글로벌 대기업 가운데 '종합' 반도체를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유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감정적인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이제 과거 한수 아래였던 엔비디아에 주문을 구걸해야 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이 '더 이상 과거의 삼성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많았으며, 글로벌 경쟁업체에 뒤쳐지는 삼성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 기업 몰락의 전조'라는 을씨년스러운 전망을 하기도 한다.
삼성의 실패와 관련해선 '기술의 삼성 DNA'를 잃어버렸다는 진단과 함께 안일한 경영, 시대 흐름 읽기 실패, 인재 관리 실패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 본부장은 "과거 HBM 사업부를 접는 등 시대 흐름을 잘못 읽었던 삼성은 인재 관리마저 실패했다. 고급 인력들이 상당수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으로 빠져 나가 이전부터 위기의 기미가 있었다"면서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삼성이 정상화되는지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삼성의 리더십 부재 문제가 크다고 본다. 지금은 이같은 혼란기가 지나가면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의 경영진들이 주말에도 출근해 일하는 등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삼성전자의 한 간부급 직원은 "조직 문화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금만 일하면 52시간 초과된다고 시스템에 뜨는 상황"이라며 기업하기는 어려워지고 직원들의 불평불만만 증폭되도록 바뀐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6일 근무를 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AI 시대 잘 나가는 기업들은 주4일 근무를 실험하는 데 '뭐하는 거냐'는 비아냥도 있다고 할 정도다.
■ 한국 대표주, 6만주 추락 후에도 기약없는 미래...20영업일 연속 팔면서 10조 털어낸 외국인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주식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되지 못했다.
악재가 많이 반영된 주가를 감안할 때 잠정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주가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법도 했지만, HBM 납품 지연이나 '과거와 같지 않은' 삼성의 위상에 대한 우려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3E 납품 지연,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중국 메모리 레거시 공급 증가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 여전히 고전하는 중이다.
이 사이 삼성 주가는 6만원을 사수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7월 초순만 하더라도 9만전자를 넘어 10만전자에 안착할 듯한 분위기였지만, 최근엔 '5만전자'로 추락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투자자들에게 걱정을 안기고 있다.
이 우려를 계속해서 가중시키는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연속 매도기간'인 20영업일(7일까지) 동안 무려 9조 7,28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20일 연속 삼성전자를 매도해 무려 10조원을 팔아치운 것이지만, 이들의 매도세가 언제 끝날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잃어버린 뒤 국내에선 SK하이닉스가 이젠 삼성의 대안이 된다. 또 외국인들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인 삼성전자를 팔아 상당부분 중국 주식을 사고 있다"면서 "한국 대표주의 경쟁력이 떨어져버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료: 8일 발표한 삼성전자 잠정실적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어닝쇼크'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와 다짐...20일 연속 팔아 10조 처분한 외국인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