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야구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30)가 현지시간 19일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 기록을 작성했다.
메이저리그 6번째 '40-40' 달성자로 이름을 올렸던 오타니는 이날 가공할 파괴력과 빠른 발은 앞세워 '50-50 클럽' 창시자가 됐다.
이날 오타니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6타수 6안타, 3홈런, 2도루, 10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오타니의 활약으로 다저스는 20-4로 대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꼴찌인 마이애미 마린스 팬들은 커튼 콜을 통해 50-50 창시자를 기념해 줬다.
페넌트레이스 9경기를 남겨둔 현 시점 오타니는 51-51을 기록 중이다. 오타니의 기록 경신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위대한 야구 선수들과 함께 우뚝 선 오타니
미국 야구 언론들은 일제히 오타니의 기념비적인 날을 기념하는 찬사를 쏟아냈다.
미국 시간 9월 19일 오타니는 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선수들과 나란히 섰다.
오타니의 '50-50' 대기록은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0.406), 56게임 연속 안타를 친 조 디마지오, ERA 1.12에 빛나는 밥 깁슨, 7개의 노히터를 달성한 놀란 라이언과 함께 야구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투수와 타자를 동시하는 하는, 사실상 '현대 메이저리그 최초의 인물'이 된 오타니는 부상 재활 때문에 올해 투수로 나서지 못했다.
대신 '타자에 올인'한 오타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세계 야구팬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2024년 타타니(타자 오타니)는 시즌 초 야구팬 대부분이 생각하지 못했던 '50-50'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 이날 하루의 기록도 엄청났다
오타니는 8월 23일 40-40 클럽을 달성할 때 '투아웃 끝내기 만루홈런'을 날리면서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40-40 클럽은 6번째 가입자가 가장 극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50-50'을 달성한 날은 더 대단했다.
이날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2개의 도루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날 한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우선 오타니 개인적으로는 6회와 7회, 9회에 3연타석 홈런을 치며 개인 통산 첫 '한 경기 3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자신의 홈런, 타점, 득점, 안타, 도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물론 이 기록들은 아직 진행중이다.
LA다저스의 기록들도 수없이 깨트렸다.
오타니는 2001년 숀 그린이 기록했던 한 시즌 다저스 홈런 기록 49개를 넘어섰다.
또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10점) 타점을 기록한 최초의 다저스 선수가 됐다.
한 경기 10타점과 5개의 장타(홈런 3개, 2루타 2개)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다저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가 처음이었다.
■ 오타니의 '50-50'...홈런
오타니는 어떤 홈런을 쳤을까.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 따르면 오타니는 50명의 투수들로부터 51개의 홈런을 쳤다.
이날 처음으로 한 게임 세 개의 홈런을 쳤으며, 이번 시즌 한 게임 두 개의 홈런을 두 차례 작성했다.
51개의 홈런 중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26개를 때렸다.
오타니의 연속 홈런 기록은 세 게임이며, 이번 시즌에 이를 두 번 달성했다.
오타니가 홈런을 치지 못한 최장 기록은 9게임이다. 올해 5월 하순 오타니는 홈런 가뭄에 빠진 바 있다.
오타니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6월 11일부터 7월 2일 초여름 시기였다. 이 때 오타니는 19게임에서 12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좌타자 오타니는 당겨서 27개, 중앙으로 18개, 밀어서 6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동일한 점수지만, 시각적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킨 것 중 하나는 오타니의 홈런 비거리였다.
오타니는 450피트가 넘는 대형 홈런을 무려 9개나 때렸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인 애런 저지(현재 53개)보다 이 '장거리 홈런'은 3개가 더 많았다.
■ 오타니의 '50-50'...도루
오타니의 도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성공률'이다.
흔히 야구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무리 도루를 많이 하더라도 성공률이 70%가 안되면 '민폐'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홈런 타자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무려 93%에 달했다.
오타니는 55번 도루를 시도해 51번 성공했다.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50회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들 중 역대 3위에 해당한다.
맥스 케어리가 1922년 기록한 53회 시도·51회 성공이 성공률 96.23%로 1위다.
2위는 현대 야구팬들도 잘 아는 제이콥 엘스버리가 기록한 56회 시도·52회 성공(92.96%)이다.
오타니는 남은 9게임에서 한 차례 더 시도해 성공하면 엘스버리와 동률이 된다.
성공률 4위는 작년 코빈 캐롤이 기록한 59회 시도·54회 성공(91.53%), 5위는 1980년 제리 멈프리가 기록한 57회 시도·52회 성공(91.23%)이다.
오타니의 도루는 '영양가' 면에서도 역사적 수준에 속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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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와 스피드의 콤비네이션
50-50은 파워와 스피드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다.
통상 장타자들은 발이 느리지만, 오타니는 다른 차원의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50홈런을 때린 선수를 31명에 달한다. 이 31명의 선수가 49차례에 걸쳐 50홈런을 생산해 낼 때 평균 도루 개수는 7.4개였다.
홈런 50개를 때린 선수가 기록한 가장 많은 도루 개수는 24개였다.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꼽히는 현대의 인물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역사적 인물 윌리 메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시즌 초엔 도루에 그렇게 많은 비중을 두지 않았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타니(투수 오타니)로서의 부담을 내려놓은 뒤 시즌 초엔 홈런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키 베츠의 부상으로 오타니가 6월 하순부터 1번 타자를 맡게 됐다. 이 때부터 오타니는 발에 모터를 달고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타니는 7월에 1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도루 개수를 28개로 늘린 뒤 쉬지 않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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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역사를 만드는 오타니
오타니는 야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오타니는 2021년 10개의 홈런과 10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이 밖에도 그가 새롭게 작성한 기록들은 많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아메리칸리그 MVP가 됐다. 만장일치 MVP를 두 번 받은 선수는 오타니가 최초였다.
세계 야구팬들이 오타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상식을 깨 버린 선수이기 때문이다.
굳이 축구에 비유하자면 '최고의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수비수'가 오타니다.
미국에서 '늙은이의 스포츠'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 애런 저지와 같은 최고 스타들의 등장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오타니가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뛰어난 실력과 외모 뿐만 아니라 그의 야구, 그리고 야구팬에 대한 '진심' 때문이기도 하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인간 물고기' 마이클 펠프스가 "모두가 수영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던 것처럼 오타니도 "모두가 야구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표출하는 선수다.
오타니의 기록 경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출처: 오타니 인스타그램
(장태민 칼럼) 오타니 최고의 하루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