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윤석열 대통령, 출처: 대통령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집값 이상 급등엔 '정책금리 관리' 거론한 대통령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금리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 등 금통위가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도 집값 상승 기대에 기댄 투기수요는 금리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8월 금통위도 7월처럼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금리를 동결했으나 대통령실이나 여당 쪽에선 '금리를 동결해 아쉽다'는 메시지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이 한은 총재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평가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창용 총재가 역대 어떤 한은 총재보다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여당이나 대통령실보다 한은 총재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통령, 집값 시장원리 거론...비정상적인 상승 '정책금리' 대응 언급해 눈길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국정브리핑 기자회견에서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 "실수요가 늘면 상관없지만 투기수요가 끌어올리면 정부는 공급을 철저히 하고 정책금리 관리 메시지를 보내서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처럼 집값이 올라가는 건 공급정책과 수요정책을 통해 과열 분위기를 잡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패닉바잉까지 거론된다고 하자 "주택 등 자산가격은 수요와 공급 등 시장원리 따라 결정돼야 한다"면서 "다만 경제 리스크가 될 만큼 과열 분위기가 있을 때는 공급정책, 수요정책 관리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저금리가 가진 명암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금리가 내려가면 돈이 돌고 투자가 이뤄져 좋지만, 집값을 비롯한 자산가치가 오르다 보니 투기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를 합쳐서 3천조에 이른다고 하자 GDP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가부채가 48%를 좀 넘고 우리 정부 들어 1.3% 늘었다. 가계부채는 2천조 정도"라며 나름대로 관리를 해 왔음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내려가 투기수요가 늘면 경제에 위험요소로 작용해서 늘 대비를 해야 한다. 연준 금리 인하 기미 보이니 우리 시장이 들썩거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 소득이 올라가거나 수도권에 기업과 인력 집중이 점점 강해져 수요 압박에 의해 집값이 오른다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급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대통령은 "공급도 안 하고 징벌적으로 과세를 때리면 시장 구조가 아주 왜곡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게 된다"면서 "우리 정부는 부동산 시장 메카니즘이 가동되도록 징벌적 과세를 대폭 줄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 최근 금리 동결 아쉬운 정부와 여당 실력자들
지난 2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에선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는 평가를 냈다.
대통령실은 물가가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은이 금리를 내려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사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여당 의원 등은 이미 6월 정도부터 금리인하 메시지를 내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6월 중순 KBS에 출연해 "근원물가 지표가 최근 완화되고 있다"면서 금리인하가 가능한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국회 기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은 "미국이 빠르면 9월, 늦어도 11월에 금리 인하가 전망되는 지금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저금리 선호 바이어스'가 심한 KDI에선 5월부터 금리를 전진적으로 내릴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 총재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고금리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단기적 고통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한은 총재, 집값과 금리 악순환 메카니즘 우려...금통위 내 '최강 도시비 위원'의 변화도 눈길
한은 총재는 7월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 금융안정을 강조한 상태다.
총재는 이달 22일 금통위에서 "금융안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낮춘다든지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그런 실수는 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총재는 금통위 이후에도 "구조 개혁 없이 단기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지난 20년과 같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면서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22년 7월부터 금통위원으로 참여해 금통위 내 가장 도비시하다고 평가받은 신성환 위원마저 금융안정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잭슨홀 행사에 참석한 신성환 금통위원은 23일 미국 현지에서 "국내 주택 가격이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통화정책도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주택정책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지난 7월 금통위 회의 때부터 도비시 멤버를 대표하는 신 위원이 달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의 한 직원은 "그간 가장 도비시했던 신 위원이 7월 회의 때부터 유독 금융안정을 강조해 주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고 전했다.
■ 대통령의 한은 총재 신뢰 두텁다?...그리고 대통령이 말한 '정책금리'란
대통령실의 사실상 금리 인하 주장 등과 달리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정책금리 활용'을 거론하자 일각에선 대통령의 한은 총재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B 증권사의 한 직원은 "수개월 전 이창용 총재의 총리나 경제부총리 기용과 같은 루머가 있었고, 대통령이 한은 총재를 상당히 신뢰한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이제 현실적으로 총재 임기 만료 후 경제부총리나 총리 기용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대통령의 금리 관련 언급이나 부동산 과열 억제 의지를 감안할 때 10월 금리 인하를 자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보였다.
A 증권사 딜러는 "윤 대통령이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과열시 금리 대응까지 언급한 만큼 10월 기준금리 인하도 자신할 수 없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직접 언급하는 게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대통령이 말한 '정책금리'가 한은 기준금리가 아닌 정책금융의 금리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C 시장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국은행 정책금리를 거론하는 건 뭔가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이날 대통령이 말한 '정책금리'는 각종 정책적 지원과 관련한 정책금융 상의 금리 관리를 말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부동산 급등에 금리 대응을 거론한 만큼 한은의 금융안정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