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3-15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성큼 다가온 국고채 200조원대 시대...현재, 그리고 미래

  • 입력 2024-08-28 14:0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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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채발행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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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정부가 확정해 발표한 25년 예산안 내용에 따르면 2025년 국고채 발행규모는 201.3조원으로 올해(158.4조)보다 42.8조원 급증한다.

순발행이 83.7조원으로 올해(49.9조원)보다 33.9조원(67.9%)나 늘어난다. 차환 발행은 8.7조원(9.3%) 증가한 102.2조원에 달했다.

적자국채 순증 규모는 86.7조원으로 올해(81.7조원)보다 5조원 늘어난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를 거치면서 국고채 발행 물량이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통상 예산 규모는 정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국고채 200조원 시대 개막을 앞두고 이같은 수급 악재는 아직 멀리 있는 성격도 있다.

시장에선 여파를 더 봐야 한다는 지적들도 보이지만, 시장이 전날 반영한 데다 당장은 급하지 않은 이슈라는 평가도 보인다.

■ 기형적인 나라 살림살이 운영의 여파

2024년 국고채 발행 계획 규모가 158.4조원으로 예상보다 적었던 이유는 정부의 절묘한 '돌려막기'식 살림살이 전략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국고채 한도에서 외국환평형기금 관련 돈을 직접 빼서 21년만에 외평채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같은 조치로 국고채 발행규모가 2023년 한도(167.8조원)보다 더 줄어들어 '수급 호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작년 8월말 정부는 외평채 18조원 한도를 따로 뺀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1년이 지난 뒤 정부는 외평기금 버퍼가 한계를 보이자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2025년 국고채 발행 계획을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국고채 발행규모 201.3조원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101.7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물론 외평채 발행 예정액인 20조원 수준까지 감안할 경우 사실상의 국고채 발행은 220조원을 넘을 정도로 많다.

■ 국채 발행 증가의 남아 있는 여파 vs 금리인하·WGBI라는 우호적 변수

시장에선 국채 발행 증가가 경험적으로 미치는 금리 상승 효과, 그리고 일드 커브 스팁에 미칠 추가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과거에 추경을 계속 할 때 국고10년물 기준으로 10조원에 대략 7~10bp 상승 효과를 보였다"면서 "외평채를 국고로 돌린다는 건 커브 스티프닝 요인이니 조정 국면에서는 계속해서 스팁 압력으로 작용할 듯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만간 정책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만간 도래할 수 있다는 점, WGBI 편입에 따른 수급 보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같이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이 매니저는 "내년 국고채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만, 정책금리가 인하기에 들어서고 WGBI 기대도 감안하면 대략 20bp 정도의 상승 영향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채 발행 이슈가 일단락 됐다, 안 됐다고 말 하는 건 부적절하다. 그냥 롱 재료 큰 게 나오면 일단락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정 사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국고채 수급 악재 이슈는 진행 중"이라며 "얼마나 더 반영할지가 관건이지만 금리 인하가 기다리고 있으니 급격한 추가 반영은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햇다.

그는 "마침 내년 초 WGBI 편입이 예상되니 이런 부분들이 수급을 보강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단 한숨 돌리기...내년 수급 부담은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재료

이런 가운데 국고채 발행 증가는 내년의 일이고 전날 상당 부분을 반영한 만큼 이 이슈가 당장 추가로 이자율 시장을 옥죄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들도 보인다.

물론 언젠가 다시 수급과 물량 소화에 대한 의구심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C 증권사 딜러는 "국고채 발행 증가 악재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반영이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다시 미국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장이 밀리면 국내 커브도 더 스팁될 것으로 본다. 미국장 금리 상승이 막히고 하락하면 우리도 다시 쫓아가는 그림이 재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D 운용사 매니저는 "내년 국고채 발행 이슈는 당장 겪어야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절대적인 발행량이 많은 데다 연간 증분만해도 2020년 팬데믹 첫 해 증가 규모와 맞먹어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소화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나 내년 3월 정도로 예상되는 WGBI 편입 이슈 등이 수급 부담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이미 현재 시장금리에 이런 기대가 꽤 녹아 있어 부담이라고 보기도 한다.

아울러 금리인하와 채권 물량 증가는 계속해서 커브 스팁을 생각하게 만들 것이란 평가들도 적지 않다.

이 매니저는 "시기적으로 국고채 발행 증가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과 맞물려 있는 데다 이미 75bp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상태에서 듀레이션 확보를 위한 장기물 매수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스티프닝 압력이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당장 추가로 미래의 물량 부담을 계속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면서 "향후 시간이 흐르면 물량 소화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질 것이나, 이 부분 때문에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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