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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총재의 '교묘한 소수의견 핸들링'과 시장의 볼멘소리들

  • 입력 2024-08-22 15: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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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월 금통위의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8월 금통위의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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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은 다가오고 있다.

한은은 예상대로 금융안정 문제(부동산·가계부채)를 신중하게 다루면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상당수 채권시장 사람들이 기대하던 인하 소수의견은 없었다.

하지만 금통위원 절반 이상이 '인하를 열어두는' 입장을 취해 금리인하는 다가와 있다.

■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기, 금통위원 절반 이상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 상의 '인하를 열어두자'는 의견은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인하 열어두기 의견은 올해 2월 1명에서 7월 2명, 그리고 8월엔 4명으로 증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번에 소수의견이 없었지만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 상의 소수의견'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총재는 "3개월로 소수의견을 내기 시작한 이후로 미래에 대한 방향은 소수의견이 아니라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서 하고 있다"면서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4명은 미래에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해서 현재와 미래 결정을 분리해 놓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미국의 9월 금리인하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도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전체적으로 지난 번만큼 매파적이진 않았다"면서 "당초 기대하던 대로 10월 인하가 대세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 '포워드가이던스'가 중심...총재의 '소수의견' 핸들링

시장 일각에선 한은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 중시 발언에 소수의견의 가치는 이제 떨어졌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총재의 말을 들어보니 앞으로는 소수의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소수의견이 나온 뒤 금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총재가 미래는 '포워드 가이던스'로 한다는 지침을 줬기 때문이다.

B 중개인은 "이제 소수의견은 필요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총재의 만장일치 동결 발언에 팔았다가 당황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C 증권사 중개인은 "한은 총재가 '소수의견' 핸들링을 예술처럼 하면서 금리가 변동성을 잃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는 만장일치 동결 후 포워드가이던스에 집에 넣는 예술을 썼다"면서 "이창용 총재의 머리가 좋다. 아니면 금통위원들이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시장, 당초 예상대로 미국 9월 인하와 한국 10월 인하 구도에 무게

9월 FOMC의 미국 금리 인하폭이 25bp냐, 50bp냐가 관심이다.

전날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이 9월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의 인하 '폭'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국내 시장엔 10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많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D 증권사 딜러는 "이제 대략 애초에 전망한 대로 다들 10월 인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10월 인하에 나설 것이란 '자연스러운' 구도가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10월 인하가 확정이다, 아니다 알 수는 없지만 사실상 8월에 인하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란 점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는 것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와 연동된다는 건 책에서 배운 지식이고 실제 주담대 신청해 보면 정부의 입김으로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 대출금리에 더 크게 영향을 준다. 금리 인하해도 주담대 금리는 앞으로 오를 것 같아 총재 발언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은 원래도 돈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금리를 10%로 올려도 살 사람은 사는 동네인데 지방 아파트 매매 추이도 같이 봐야 균형이 좀 생길 것 같다"면서 "대출금리가 높아서 고통받는 건 서민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부자들이 강남집 사는 것 때문에 인하를 못하겠다는 건 좀 맞지 않는 것같다. 미국이 9월에 인하하고 금융위에서 주담대 규제 강화하고 대출 좀 줄어드는 것 보이면 10월에 인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혹시라도 미국이 9월에 빅컷을 하게 되면 한국의 10월 인하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보인다.

D 딜러는 "다들 10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들 보는데, 혹시라도 연준이 빅컷을 하게 되면 국내 10월 인하도 확정적이 된다"고 했다.

■ "총재 발언만 보면 이번에도 꽤 매파적이었다"...10월 인하 자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다만 총재의 발언들을 감안할 때 여전히 매파적인 냄새가 강해 10월, 더 나아가 연내 인하를 확신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를 감안할 때 6명 중 2명은 연내 인하 생각이 없으며, 4명도 '열어두자'고 한 것일뿐 인하한다고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과 향후 국내 부동산(가계부채) 시장 흐름 등에 따라 금리인하 시기는 유동적일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1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원은 "총재는 정책금융 및 보증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대출이 증가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금통위원 모두가 한은의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알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공급 대책과 스트레스 DSR 실행 등 수요 억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억제될 수 있지만 10월 금통위까지 1~2달 둔화되는 부동산 가격 데이터를 갖고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한은의 부동산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여전히 한은 총재가 시장금리 움직임에 대해 '과도하다'고 평가한 점, 2.4% 성장률에 대해 잠재성장률(2%)보다 높다고 거론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여전히 매파성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진단들도 보였다.

■ 채권시장에선...'총재 말 대로 하면 잃는다'는 주장, '통화정책 부동산에 함몰됐다' 평가 등도 나와

한은 총재와 금통위가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을 주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총재 경고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들도 여럿 보인다.

지난 7월 매파적인 금통위 이후 시장 금리는 더 내려갔으며, 한은 스탠스를 경계하던 사람들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C 딜커는 "한은 총재가 교묘한 말 재주로 금리 하락으로 막 달려 가려던 열차를 붙잡아 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이젠 미국 금리를 따라서 국내 금리가 천천히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침 총재의 과도한 금리 하락에 대한 경고가 또 있었던 만큼 국고10년 2.80%, 30년 2.70% 정도까지 타겟을 잡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총재가 억지를 부릴수록 총재 말을 들으면 손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금리는 더 내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한은의 '부동산 집착' 때문에 통화정책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F 운용사 매니저는 "시장금리가 이미 세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고, 기준금리 동결이 갖는 정책효과가 사실상 부동산 시장의 시그널링 기능 밖에 없는 상태같다"면서 "이미 시중은행들 단속에 나서고 있고 매년 연말, 연초가 계절적으로 가계대출이 축소되는 시기라 (만약 10월 동결한다면) 10월 기준금리 동결이 가져다줄 실익이라는게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때문에 홀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불과 두 달만에 인하로 돌아서야했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은으로서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정책 실기에 대한 부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결의 이유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강조했으나 동결 결정 직후 대통령실의 유감표시가 나오는 것을 보면 누구와 공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할 따름"이라고 했다.

자료: 3시8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3시8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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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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