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현금 지급법안 등의 본회의 통과를 주장하는 민주당
(장태민 칼럼) 올트먼의 기본소득 실험과 한국의 '25만원' 입법 시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기본소득 지지자'였던 오픈 AI CEO 샘 올트먼의 실험 결과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실험은 샘 올트먼 등이 지원한 오픈리서치의 연구였다.
실험 결과는 '별 효과 없었다'는 쪽에 맞춰졌다.
한국에서도 민주당이 '기본소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또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주자'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까지 통과시켰다.
올트먼과 민주당의 실험엔 우선 큰 차이가 있다.
올트먼의 케이스는 자신과 자신의 친구 돈으로 하는 실험이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의 돈이 아닌 '국민의 돈'으로 하는 실험이다.
■ 올트먼의 흥미로운 실험...돈 들어오면 당연히 더 쓴다
사실 경제학자들이나 경제 관련 쪽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이나 일시적 현금 살포로 국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실험을 해보자'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한국에선 이 주장이 한국내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의 주요한 정책이 됐다.
그러면 최근 기본소득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던 올트먼의 실험 결과를 보자.
올트먼은 미국 텍사스 지역 등에 거주하는 21~40세의 저소득층을 둘로 나눠 실험했다.
표본 3천명 중 실험군인 1천명에겐 1천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대조군인 나머지 2천명에겐 50달러만 나눠줬다.
실험군이 된 운 좋은 사람들에겐 매달 130~140만원을 주고 운이 덜 좋은 사들에겐 7만원을 준 것이다.
일단 돈 씀씀이 부문에선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공돈이 생기자 더 많이 사먹고 더 많이 이동(교통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돈이 생기자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부모에게 용돈을 더 드리는 등 효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 이 돈으로 '진짜' 가난을 탈출할 기반을 만들었을까? "NO"
기본소득 주장자들은 공돈이 생기면 이돈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제에 맞춰 실험 결과를 보자.
우선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냥 들어오는 돈이 있으니 육아나 가족 보살핌이 늘어났다. 맞벌이 부부 중 한 쪽이 이 돈을 이용해 애들을 교육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등 효과도 있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주당 노동시간을 1.3시간 줄이면서 여분의 시간을 확보한 뒤 가족을 위해 썼다.
이런 일들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노동의 질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기본소득 관련 주제의 핵심은 과연 이런 정책이 개인과 국가의 '경제'에 공헌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이런 바램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기본소득 주장자들은 기본소득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기술 교육을 받거나 학업을 연장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것으로 믿었다.
기본소득이 '인적 자본'의 질을 올려 그 사람들의 '진짜 미래'를 개선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이 능력을 향상시켜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일도 별로 없었다. 미국인들은 오히려 공돈이 좀더 생기니 자식과 함께 놀러다니는 쪽을 택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픈리서치는 "기본소득으로 일자리의 질이나 인적 자본이 개선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 국가 차원에선 '이런 류의 실험'을 해선 안 된다는 점 시사하는 것
올트먼의 실험은 올트먼과 올트먼의 친구(잭 도시 등) 돈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국가가 이런 실험을 하려면 '국민 세금'이 든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전국민에게 '25만원 1차례' 주는 데도 13조원이라는 무지막지한 돈이 든다. 만약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이 드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티몬·위메프 피해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면서 걱정하고 상황이다.
이번주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의 유동수 의원은 자료들을 받아 계산해 보니 7월 티몬·위메프 사태로 7월까지 누적결손이 1.3조원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번 사태로 1조원 이상의 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했다.
1조원만 해도 국가가 경계해야 할 큰 돈이다.
그런데 1인당 25만을 주기 위해 법까지 만들면서 세금을 13조원 탕진해야 할까.
25만원으로 미래를 바꿀 수 없다. 필자의 친구는 25만원을 받으면 비싼 쇠고기 한번 사 먹고 치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작은' 행복을 위해 국가의 곳간을 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5만원이 소비를 자극하고 경제를 진작하고 없는 사람들에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
25만원을 주면 식당 경기가 활성화되고 이 돈이 마중물이 돼 내수가 살아난다고 믿을 수 있을까?
기본소득을 실시한다면 누군가는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더 큰 희생을 해야 한다. 기업이 될 수도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될 수도 있다.
올트먼은 3년간 이 실험을 하느라 우리돈으로 1천억 가까이를 썼다.
한국 민주당 내 기본소득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전국민이나 훨씬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이런 위험천만한 실험을 왜 굳이 해야 하는 것인가.
■ 25만원 실험, 민주당 의원들 주머니 털어서 해야
민주당이 중심이 된 국회 법사위는 7월의 마지막 날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을 처리했다.
각각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란 이름을 달고 의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민주당의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고, 전 국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액은 지급 대상에 따라 25만∼35만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과연 이런 식의 현금 살포가 지역 경기를 활성화해 경기를 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의문이다.
KDI 등 각종 연구기관에선 이미 지난 코로나 때의 현금지원이 '별다른 효과 없었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즉 '승수효과'가 사실상 별로 없었던 것이다.
좋게 봐서 현금성 복지는 일시에 경기를 잠깐 자극할 수 있지만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
전체 물가만 상승시켜 실질소득을 낮추는 쪽으로 역할을 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자꾸 이런 식의 정책이 나오면 국가 경쟁력만 나빠질 뿐이며, 궁극적으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일도 더 어려워진다.
'허공'에 13조원을 뿌리는 식의 일을 반복하게 되면 결국 나라 재정이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해외 신평사들은 한국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스스로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싶어하는 나라라고 비웃을 것이다.
전국민 대상 일회성 현금 지원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사실 정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굳이 하고 싶으면 이를 찬성하는 정당과 정당원들 자신의 돈으로 하면 좋겠다.
왜 자꾸 국민의 돈(결국 세금)에 쉽게 손을 대려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가.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