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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임대차2법 4주년...4년 전의 추억과 현재

  • 입력 2024-07-31 15: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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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임대차 2법이 시행 4년을 맞이했다.

4년 전 전문가 등 상당수의 반대로 무릅쓰고 도입된 이 법안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다시금 수급 위협이 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을 '2+2', 즉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재계약할 때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임대차 2법은 전세 관행을 많이 바꿨다. 또 이미 4년간의 실험을 통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효과는 확인했다. 결과는 좋은 쪽이 아니었다.

■ 임대차법 시행되던 2020년 여름...지인의 4년전 뜨거웠던 추억

4년전인 2020년 여름 여의도 증권맨으로 일하는 한 지인이 전세를 구하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이 증권맨은 임대차 2법이 막 시행된 직후인 2020년 8월 3일부터 전셋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그가 8월 초 처음 계약을 시도했던 여의도 삼부아파트 38평 전셋값이 6.5억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집주인은 다년계약을 원했다.

당시 지인은 "2+2 정형화된 계약은 사람들의 선택권을 축소시켰다. 임대인, 임차인 다 계획이 있는데 여기에 맞추라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이후 그가 알아본 곳은 화랑아파트 35평이었다. 당시 전세가는 6.5억원으로 삼부보다 집수리 상태는 좋았다.

그가 망설이다가 계약을 하려고 했으나 10분 전에 먼저 보고 간 사람이 매물을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계약이 불발됐다.

이미 제도변경이 알려진 만큼 '2+2'가 시행되기 전인 2020년 상반기부터 전세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으며, 지인처럼 다급하게 물건을 찾는 사람들은 고생을 해야 했다.

매물을 놓친 지인은 세 번째로 반전세를 알아봤다. 삼부 40평으로 '전세 4.5억원+월세 80만원'이었다.

매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만큼 지인은 동시에 여러곳을 태핑했다.

당시 광장아파트는 전세가가 9억원으로 너무 비싸 패스했다. 그 때 지인은 좀 흥분했다.

"집주인이 살던 집을 수리했다고 배짱 호가를 불렀습니다. 너무 과하다고 판단해 여의도 외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은하아파트 쪽에 수리 상태가 좋은 7억원 짜리 매물이 있다고 해서 약속을 잡고 가봤더니, 7억원이 아니라 '7.5억원'으로 순식간에 5천만원을 올려버리는 경험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뛰다보니 지인은 속이 타 들어갔다.

그는 결국 임대인 측의 계약수수료를 모두 자신이 물고 간신히 여의도 전셋집을 구했다.

뜨거웠던 2020년 8월 여름 그는 전셋집을 구하느라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계약한 은하아파트 37평의 2년전 시세는 4.5억~5.5억원이었다. 하지만 임대차2법 시행 직후 나온 물건들은 2~3억원이 뛰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였다.

지인은 2020년 11월에 다시 말을 끄냈다.

"여름에 계약을 못했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6.5억~7.5억 하던 전셋값이 11월 들어선 9억원을 불러도 소화가 될 정도였습니다."

■ 수급 원리 무시한 정책이 입힌 피해

부동산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이 '임대2법 실시하면 매물 감소 등으로 임대시장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책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임대2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의 거주가 안정됐다"면서 자화자찬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무식한 소리였다.

경제부총리가 '세입자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수장의 억지스러운 주장일 뿐이었다.

2020년 8월 당시 동여의도에 매물 하나가 나오면 시간별로 약속을 잡아야 했다. 몇 개 안 나오는 전세도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고 이동하는 집주인들이 많았다.

지인도 '잘못된 가격 규제 때문에 가격만 더 뛰고 세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연일 볼멘 소리를 했다.

당시 이 일은 안 그래도 고공행진 중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매매값 폭등의 기폭제가 됐으며, 한국인들의 '계급 사다리 파괴'와 '노동가치 추락'으로 이어졌다.

필자의 친구 중엔 "부동산이 아니라 고등학교 사회 과목(정치경제)만 공부해도 알 수 있는 단순한 수급원리를 정책가들이 모른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수급 원리, 돈을 더 벌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 심성, 현실의 흐름을 역행하는 과도하는 규제는 반작용으로 이뤄진다는 점 등을 정책가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의 상식을 무시한 정책가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매물은 잠겼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누리려던 많은 국민들은 피해를 봤다.

그리고 문제의 이 제도는 4년을 맞이했다. '기존 세입자'로서 임대차법의 수혜를 받았던 임차인도 이제 다시 냉엄한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 4년 후...

사실 임대차2법 시행 당시 이미 4년 뒤를 예상하는 시각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당시 세입자는 계약 1회 경신으로 2+2, 즉 4년간 임대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4년 뒤엔 임대가격 상단이 열릴 수 있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집을 세 주는 사람 입장에선, 집값이 상승하는 흐름이라면 4년간 거래가 묶이는 데 따른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게 너무 당연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이미 매매가격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대충 이사하기 3개월 전 집을 알아본다고 하면 5월 정도부터는 매수가 많이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당연했다.

박상우 국토장관도 최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임대차법 시행 4년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의 진폭이 굉장히 커졌다. 집주인이 4년치의 인상분을 한꺼번에 요구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대가격은 사실 물건의 상태에 따라 그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아울러 최근 수년에 걸쳐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들을 대거 시장에서 퇴출시킨 탓에 임대 공급은 줄어들어 '실수요 시장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임대가격 하단은 이미 무너져내렸고 임차 수요가 매매로 전이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얼핏 임대차2법이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것 같았지만, 이 법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위험성이 컸던 만큼 시행하면 안 됐던 법이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기라면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정책 실기

문재인 정부 후반부인 2021년 가을 이후엔 역대 보기 힘든 '주택거래 침체기'가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가격 상승을 제어하는 데 실패하자 거래 자체를 죽이는 극약처방을 썼다.

물론 거래 급감엔 미국, 한국 등의 금리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정책가들은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하거나 금리가 내려가면 누적된 대기 수요 등으로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은 빨리 손 보는 게 옳다.

정책이 효과를 내는 데는 시차가 걸리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이 정책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게을리 한 채 거래 실종시대 집값 안정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책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이다.

임대차2법의 부작용은 이미 확인이 됐다.

매물이 4년간 묶이는 수급 효과, 집값 상승기 4년 치 인상분을 미리 받으려는 임대인의 '기본적 욕구' 등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집값 안정을 위해선 무엇보다 공급 정책이 중요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문제를 풀지 못해 최후의 카드로 쓴 내놓은 부동산 거래 말살 시기'의 후반부를 즐기면서 미래에 대비하지 않았다.

파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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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0년 7월 30일 국토부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자료: 2020년 7월 30일 국토부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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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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