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 칼럼) 미국 대선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폭락

  • 입력 2024-07-18 15:34
  • 장태민 기자
댓글
0
사진: 도널드트럼프닷컴

사진: 도널드트럼프닷컴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주식시장의 트럼프 트레이드와 함께 중국 관련 섹터의 위험성도 부상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미-중 갈등이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트럼프의 당선으로 또 한번의 밸류 체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AI 시대 산업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 '필반' 폭락이 부른 반도체 우려

17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나스닥은 2.8% 급락했다.

최근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다우지수도 올랐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크게 떨어졌다. 이번 나스닥 급락은 반도체 때문이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 가까이 폭락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8% 하락해 기술주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미국 행정부는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대중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추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동맹국들에 전달했다.

이런 발표에 놀라 뉴욕시장에서 ASML은 13% 가까이 폭락했다.

이번 일은 반도체 산업이 미-중 패권다툼의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누가 차기 미국 정부를 이끌더라도 미중 갈등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도체 역시 정치적 리스크에 따라 큰 진폭을 보일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번 반도체 급락엔 일차적으로 바이든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강화 검토' 메시지가 영향을 미쳤지만 트럼프의 위협도 작용했다.

트럼프보다 동맹국들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중국 제재와 관련해 동맹국들도 같이 힘을 보탤 것을 주문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보다 한술 더 떠서 미국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나 '미국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원한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해진 트럼프의 중국 위협은 바이든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트럼프는 대중 관세 60% 공약 등은 상당히 위협적이며, 바이든 보다 더욱 자국 중심주의를 꾀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특히 트럼프는 전날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다 가져갔다. 대만은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반도체 투자자들을 압박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양쪽에서 나온 발언들은 반도체 낙관론에 취해있던 투자자들에게 '미중 갈등의 위험성'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필반 폭락이 상기시켜준 미-중 패권 다툼 리스크

17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낙폭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남짓만에 최대였다.

한국 수출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역시 이런 글로벌 흐름을 보면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가 장중 낙폭을 줄이는 등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중국 수요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향후 미중 갈등의 여파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전날 미국 정부가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s) 적용 검토를 알리자 순식간에 세계 반도체 주가가 얼어 붙었다.

미국은 FDPR을 거론하면서 ASML, 도쿄일렉트론을 지목한 것이다.

ASML은 양호한 2분기 실적과 수주잔고를 발표했지만 3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2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49%까지 확대돼 시장에 걱정을 끼쳤다.

누구든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미국의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ASML은 미국 정부로부터 대중국 거래와 관련한 다시 한번 경고장을 받았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상용됐다면 특정 국가에 반입을 금지할 수 있는 제재다. 특정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선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이다.

예컨대 한국 회사가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미국산 장비나 기술을 활용했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중국에 수출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나라에 대해선 기술 이슈로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 국가엔 반도체, AI, 5G통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FDDR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20년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FDPR을 적용했으며, 이로 인해 화웨이는 지난 2020년 4분기부터 스마트폰 매출 급감을 기록한 바 있다.

■ 계속 '느껴지는' 트럼프

사실 FDPR은 오랜 전통을 가진 법안이며, 반도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법은 1950년대 후반에 제정됐으며, 법 제정의 목적은 미국의 국가 안보 뿐만 아니라 '기술 우위'를 위한 것이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가 이 법안을 적극 적용했으며, 바이든도 22년 AI나 슈퍼컴퓨터 견제 등을 위해 이를 활용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품목의 범위는 다양한 산업에 모두 걸쳐 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는 대만이 미국의 팹리스 기술을 활용한 파운드리로 큰 돈을 벌고 있으면서 정작 미국에겐 주는 게 없어 방위비라도 제대로 내라고 다그치고 있다.

한국 역시 트럼프 당선시 방위비를 더 내라는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구상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밸류 체인 추가 재정립에서 한국이 제 역할을 할 것을 요구 받을 것이다.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대중국 강경 메시지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폭락은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알려 주고 있다.

아니, 미·중 갈등과 미국 정치 개편은 주식시장 주가나 금융 가격변수 움직임 차원을 넘어 한국 산업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 활용 없이 중국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 정치 격변은 한국에겐 위기이면서 동시에 큰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