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비싸진 채권, 매수 찜찜해도 잘 안 밀리는 국면

  • 입력 2024-07-18 13:4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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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40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40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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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고채 금리의 2%대 진입 시도가 막히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싸서' 채권 매수가 망설여진다는 진단이 많다.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와의 역전폭을 50bp로 벌리려다가 막혔다.

회사채 3년 AA-는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물건들은 기준금리를 밑돈다.

미국에서 우호적인 채권 재료들이 많이 나온 데다 여전히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상당히 큰 데다 더 강해지더라도 추가로 먹을 룸은 많지 않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 국채, 3% 앞에서 계속 막히는 중

국고3년물 금리는 15일 3.0%대로 레벨을 낮춘 뒤 3일째 3.0%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선물 매수 속에 금리 2%대 진입 여부가 주목 받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숏커버가 아니라면 적극 매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내 기준금리 2회 인하도 과도한 기대인 상황에서 채권 금리가 2차례 넘는 인하 기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도 많았다.

다만 6월부터 외국인이 거대한 선물 매수로 만든 금리 레벨이어서 계속해서 이들의 움직임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미국시장의 지원 분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이 금리에서 사기 어렵다는 진단도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 가격에서 굳이 산다면 이는 숏커버를 해야 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그게 아니면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채권을 못 채운 쪽에서도 이 레벨에서 사길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B 딜러는 "시장이 한은의 금리 동결 의지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역캐리로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채권을 사기 어렵다"고 했다.

■ 신용채권 가격 부담도 커져

올해 신용 채권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크레딧 스프레드 메리트도 대폭 줄었다.

이날은 산금채 2년 3개월짜리가 3.17%에서 모집되고 농협 3년짜리가 3.25%에서 발행되는 신용도가 좋은 채권들은 이미 기준금리를 대폭 밑돌고 있다.

크레딧 채권들은 올해 국채 금리 하락 속에 우호적인 수급을 바탕으로 레벨을 크게 내렸다.

최근 회사채 정기평정이 무난히 마무리돼 크레딧 이벤트 등에 대한 부담도 줄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래도 채권을 사야하는 곳에선 금리 메리트가 조금이라도 더 있는 물건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AA급 회사채보다 A급 이하에 더 적극적으로 몰리는 등 일드에 대한 욕구는 주체하기 어려웠다.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괜찮은 물건을 구한 뒤 유통시장에선 별로 거래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금리가 좀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나오면 선호하지 않는 종목인 경우들도 많다.

가격 메리트는 없어도 돈은 많기 때문에 회사들이 모집하는 규모를 대폭 웃도는 돈이 모여든다.

박경민 DB금투 연구원은 "크레딧 캐리 매력도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면서 "발행시장엔 예년에 비해 자금이 강하게 유입되고 있으며, 7월중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는 모집자금의 4.22배, A급 이하는 5.62배에 해당하는 기관수요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비우량 회사채에 더 강한 수요가 몰린다"면서 "건설, 연료전지 등 비선호 업종을 불문하고 기관 수요가 유입되는 점을 미뤄볼 때 고금리 캐리를 우선시하는 수요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등급이 좋은 채권들은 이미 금리 메리트가 크게 저하돼 있다보니, 등급을 낮춰라서도 일드를 조금이라고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 비싼 채권? 제대로 밀리지도 않는데...

채권가격이 많이 비싸졌지만 시장은 밀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시장에선 3년 구간이 3%에 붙여본 뒤 더 강해지는 데 한계를 보이자 장기구간은 3%에 밀착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레벨 부담과 외국인 선물 매수, 미국의 금리인하 펌프질 분위기 등이 겹쳐 3%대 초반 좁은 박스에서 서로를 밀착시키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금리 레벨 부담이 매우 크지만 여기서 밀리기에도 미국 상황 등 재료가 우호적"이라며 "시간이 좀 지나면 금리가 어디로든 튈 수 있어 위, 아래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2021년 8월 수준까지 좁여져 있다. 당시 첫번째 금리인상 시점을 맞아 3년 국고채와 AA- 스프레드가 43bp 수준을 나타낸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저점은 31.4bp였고 이 보다는 높다.

부동산PF에 대한 경계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크레딧 스프레드의 밀착은 과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일드에 목마른 자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 레벨을 고려할 때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크레딧 스프레드 수준"이라며 "일드 레이쇼(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비율)와 회사채 금리에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14년 저점 수준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과열이라고 부를만 하지만 크레딧 스프레드는 벌어지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좁힐 여지를 찾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우호적인 채권 수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전에 회사채 등 크레딧 채권을 담으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5년 이상 장기 채권에 대한 니즈가 크지만 8월 중반까지 회사채 발행도 크지 않고 발행 기업들은 현재 금리 수준에서 장기 회사채를 제한적으로 발행하면서 장기 채권이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계절 요인이나 금리인하 기대 선반영 흐름 등을 감안할 때 찬바람이 불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예상들도 보이지만, 당장 크레딧 스프레드가 크게 밀리기 쉽지 않다는 진단은 많은 편이다.

박경민 DB금투 연구원은 "크레딧 스프레드는 강보합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기평정 등을 통해) 신용등급 하향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감안할 때 A급 이하 비우량 등급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현재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거론하는 가격 부담도 시장의 큰 흐름 변화를 감안할 때 틀린 진단일 수 있어 매수를 미뤄선 안 된다는 주장도 보인다.

오랜기간 채권 기관투자자와 중개인으로 일해온 D씨는 "금리 인하를 앞둔 지금 채권이 특별히 비싸다는 식으로 따질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자금 니즈에 맞게 채권을 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이하면 그냥 사는 것을 추천한다. 다 비싼데 조금 덜 비싼 걸 찾느라고 고생하지 말고, 지금은 분위기상 여차하면 더 비싼 영역으로 훅 들어가버릴 수도 있으니 일단 필요하면 채권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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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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