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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밴스, 러스트 벨트에서 건져올린 젊은 스트롱맨

  • 입력 2024-07-17 14: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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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미국 상원의원, 출처: 미국 상원

사진: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미국 상원의원, 출처: 미국 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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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뒤 부통령 후보로 '젊은 스트롱맨' J.D. 밴스를 낙점했다.

트럼프는 15일 "오랜 숙고와 고민 끝에,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재능 등을 고려한 끝에, 미국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오하이오주의 J.D. 밴스 상원의원이라고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밴스 의원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공식 선출됐다.

나이 80세를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9세의 젊은 정치인을 자신의 메이트로 선택하자 금융시장의 트럼브-밴스 브로맨스가 미칠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정치적인 견해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보여 금융시장에선 이와 관련한 산업 섹터도 주목받고 있다.

■ 밴스, 30대 초반에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명성

밴스는 2016년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통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밴스는 군인(해병대)으로 5년간 복무한 뒤 오하이오주립대를 거쳐 2013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인물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린 입지전적인 젊은이였다.

힐빌리(촌놈)의 노래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의 젊은 시절을 다룬 스토리로 밴스 자신의 얘기다.

밴스는 한 때 잘 나갔으나 지금은 쇠락한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주 남서부 미들타운 출신이다.

늙은 백만장자 트럼프가 젊은 '흙수저' 출신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기용하면서 스윙 스테이트에서 확실히 우위를 다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밴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성공한 기업가를 거쳐 상원 의원까지 꿰찬 인물이지만, 이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사람이 됐다.

■ 트럼프의 '강공', 시너지 끌어올릴 젊은 정치인 선택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는 트럼프처럼 '미국의 부흥'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선진국 경제에서 이미 '미국만 부흥'한지 오래됐지만 트럼프와 함께 밴스라는 미국 우선주의자가 세계 최강대국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밴스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그 자신이 '엘리트'가 됐지만, '백인 노동자들의 삶'을 무시하는 소위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백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삶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적인 가치로 둔다. 자신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깊은 것이다.

밴스는 미국 중심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놓고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고자 한다. 빅테크 업체들을 손 봐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으며, 국경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해 '정통' 미국인들의 삶의 터전을 개선하고자 한다.

빅테크에 대한 밴스의 반감은 다분히 중국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밴스는 빅테크들이 중국에 정보를 유출해 중국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던 인물이다.

또 트럼프처럼 러-우 전쟁을 빨리 종식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 트럼프 트레이드 입맛에 맞는 밴스

밴스가 40살이나 나이가 차이나는 트럼프와 함께 더 강한 미국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밴스를 극우 성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념보다 상당히 '실용'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트럼프처럼 러-우 전쟁을 끝내고 21세기에 새롭게 떠오른 '제국주의 국가' 중국을 손 보길 원한다.

밴스가 트럼프처럼 세계 경제를 옥죄었던 러-우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만큼 주식시장도 그의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선 러-우 전쟁 종전 테마주들이 들썩거렸다.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재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주들이 밴스의 등장에 환호했으며, 국내 건설주들도 '금리인하 기대감 플러스 종전 기대감'으로 힘을 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 분위기에 밴스가 양념이 돼 관련 섹터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키고 있다. 가상화폐, 방산 관련주, 건설 등이 힘을 냈다.

미국 국채 금리가 4.1%대로 내려가고 페드와치는 연내 금리인하가 '3차례까지 가능하다'는 신호를 발신한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 스트롱맨들이 이끌어갈 미국 경제

최근 주식시장 순환매 배경엔 두 가지 요인, 즉 사실상 '확정'된 연준의 9월 금리인하와 차기 대통령 트럼프라는 이슈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이 적지 않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 강세엔 경기침체 확인 후 후행적 인하가 아니라 선제적 인하로 골디락스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에서 세계 최강대국의 정권 변화로 인한 포트폴리오도 반전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Trump 2.0 Trade'와 관련해 △ 달러 지배력 약화와 비트코인 강세 △ 의외의 골디락스 가능성(감세로 기업 OPM과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 압력 생각보다 낮을 가능성) △ 상호 무역법(중국 제외하면 상호 관세 인하도 가능)으로 관세 추가 인상도 제한적일 여지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정책(Agenda 47) 측면에서 빅테크, 은행, SMR, 철강, 조선, 화학, 방산, 주택건설, 우주, UAM, 제네릭, 바이오 시밀러를 '롱 섹터'로 분류했다.

반면 ESG,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 중국은 '숏 섹터'로 분류하면서 유의해야 할 산업이라고 했다.

늙은 스트롱맨과 젊은 스트롱맨의 등장으로 투자자들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입맛에 맞춰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우선주의'에 맞춰서 대응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무리가 권력을 잡으면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이 새롭게 꾸리고 있는 '밸류 체인 설정'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이 신경을 써야 하는 주요 우방국이다. 미국 산업이 제조업 강국 한국과 따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이 틈을 스터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 광물(희토류), 의약품을 주요 전략자산으로 설정했다. 국방, 보건, ICT,에너지, 운송, 농업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스트롱맨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한국의 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 투자 포인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포트폴리오를 지킬 전략은 미국 장기 정책 방향성 베팅"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전략자산 경쟁력 제고를 지속적으로 억제할 것"이라며 "해당 구간에서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전기차), 바이오헬스(주로 CMO) 종목들이 그 범주에 속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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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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