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 칼럼) 트럼프 2기 대비한 미·중 경제전쟁 '복기'

  • 입력 2024-07-05 14:2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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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인스타그램

출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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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길 경우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외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피곤해질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각국의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장 트럼프가 공언하고 있는 관세 인상, 방위비 증액 가능성 등으로 한국의 긴장감도 높다.

지난주 1차 대선 토론 이후 금융시장에선 '트럼프에 줄서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트럼프 1기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 볼 필요도 있을 듯하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중 패권전쟁(기술·무역·관세 분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세계 경제의 블럭화도 진척됐으며, 바이든도 일단 그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 트럼프 재등장 '무섭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대중국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다.

특히 트럼프는 '집권 2기'엔 대중국 관세율을 60% 이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면 관세가 지금의 3배 이상이 된다.

일부에선 만약 2025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이 되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현재의 11.2%에서 1%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23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인 4,272억이 거의 다 사라져버린다는 예상이었다.

미국의 관세 공습은 중국 자산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무기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달러/위안 환율이 7.35위안을 넘어 중국 자산시장을 맹폭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세계 교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희대의 '스트롱맨'이 재등장하면 세계 경제는 다시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만' 손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른바 '보편적 기본 관세'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트럼프가 우방국, 경쟁국 가리지 않고 관세를 인상하게 되면 상대국들 역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각국의 관세 인상 러시가 지속되면 물가는 재차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금리인상을 통해 낮춰온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트럼프 관세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국가는 경기가 망가지는 데 따른 금리 인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인들에겐 '호재'일 수도, '악재'일 수도 있는 반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트럼프를 둘러싼 세계인들의 논란과 우려는 일단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그리고 트럼프 당선 시 이후 4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세계는 전체적으로 더 피곤해질 수 있지만, 각국은 트럼프 2기 정책을 활용해 이익을 얻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트럼프 2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트럼프 1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좋든 싫든 트럼프는 세계경제의 물꼬 방향을 이미 상당히 틀어버린 '역사적' 인물이다. 이 과정은 미중 패권전쟁과 함께 이뤄졌다.

■ 18~19년 본격화된 미중 경제 패권전쟁

트럼프 재임시절인 2018~2019년엔 미중 기술·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주요 공격무기는 '관세'였다.

2018년 7월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2018년~2019년 2년간 미국은 총 3,6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2019년 말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체결되면서 4A List 품목 관세를 기존 15%에서 7.5%로 하향 조정하고, 남은 2,9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19%가 넘는다. 기타 지역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인 3.0%의 6배에 달한다.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제품의 비중은 2/3에 달해 상당 품목이 이 패권 전쟁의 영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위험국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상당히 줄인 상태다.

2023년 기준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4,272억 달러로 고율관세가 부과됐던 2018년 대비 21% 줄었다. 대중 무역적자도 2,794억달러로 2010년 이전 수준까지 축소됐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인 2020~2022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이 다시 2018년 수준까지 빠르게 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관세 효과가 없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관세 부과 품목들의 수입은 줄었다. 특히 25%의 관세가 부과된 품목의 수입은 관세 부과 전에 비해 25% 가까이 감소했으며,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40% 늘었다.

코로나 공급망 교란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중국 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입 증가를 견인하기도했지만, 결국 2023년 글로벌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산 제품 수입이 다시 줄었던 것이다.

■ 트럼프가 바꾼 세계경제 질서

이미 글로벌 교역질서는 미중 무역분쟁 이전 시기와 꽤 달라져 있다.

2023년 미국의 국가별 수입규모에서 멕시코가 15.5%를 차지해 중국(13.6%)을 넘어섰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멕시코가 미국의 1위 수입국이 된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 뿐만 아니라 인근 캐나다로부터의 수입도 늘렸으며, 아시아권에선 일본과 한국 등을 중심으로 판을 새롭게 짰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로 향하는 수출길에 이상이 생기자 아세안 지역에 부쩍 공을 들였다.

미국의 위상에 도전해 21세기의 제국주의 국가를 꿈꾸는 중국은 러시아, 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거리가 먼 국가들에 공을 들였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 비중은 16%에 달했다. 대신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은 각각 1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 중국의 미국, 한국, 일본에 대한 수입 비중은 축소됐다. 동시에 아세안, 러시아, 브라질 등으로부터 수입 비중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은 미국의 '세계 질서 나누기'에 동참해야 했다.

여기에 '한국제품의 상대적 경쟁력 저하'도 작용했다.

중국의 자체적인 제품 경쟁력 향상에 더해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자 한국의 대중국 비중도 줄었다. 이제 한국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합하는 수준이 됐다.

■ 세계의 분절화...약속 이행보다 내 이익이 우선

세계 강대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긴 어렵다.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무역 합의 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월 15일 미국과 중국 양국은 1단계(Phase one)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이 합의안에서 미국은 2019년 12월 15일에 예정돼있던 1,5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기로 했다. 아울러 1,1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 중인 관세 15%를 7.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대신 중국은 향후 2년에 걸쳐 미국산 제품을 2017년보다 추가로 2,000억 달러를 더 구매하고 금융산업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등 기타 분야에 대한 개혁을 약속했다.

중국은 그러나 2020~2021년 2년간 약속한 금액의 60%만 구매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거칠지 않았다. 바이든은 2023년말 352개의 중국산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예외 조치를 24년 5월까지 연장해주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바이든처럼 너그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들과 저개발국을 규합해 미국에 맞서고 있지만, 트럼프는 서구 선진국, 동아시아의 한국·일본·대만 등을 규합해 만다린 제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정치권, '친중파' 이미 세 크게 확대한 상황

미중 무역분쟁 이후 세계 무역질서는 상당부분 분절화됐다.

중국이 미국의 절대적 지위에 도전하는 중이다. 미국은 과거 일본의 도전을 분쇄해 일본을 '30년간 정체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현재 중국에 맞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중국이라는 더 강력한 적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이 주도하는 권위주의 국가 블럭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가 블럭간의 '경제 분절화'가 진척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런 흐름을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한국은 이제 서방세계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의 세계에 붙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정치권에선 친중파가 대거 늘어났다.

여전히 한국민 다수가 '친중'이 아닌 '친미'를 당연시하지만, 국가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권의 색깔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다.

한국 내 친중파 정치인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의 미래를 자유주의 경제 블록 대신 중국이 이끄는 권위주의 블록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친중파들이 많긴 하나 정부나 국민의힘에도 친중 그룹이 만만치 세를 확보하고 있다.

일부는 한국의 미래 기술력을 중국에 팔아먹으면서 치부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아직도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각종 미래먹거리와 관련된 친중파들의 비리 의혹들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는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불철주야 경쟁을 펼치는 중이지만, 한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은 미래의 한국을 팔아 자신의 배만 불리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 게임의 핵심은 관세 그 자체보다 '기술'

미-중 패권전쟁은 사실 '관세' 그 자체보다 미래 기술력과 관련된 싸움이다.

AI 등 미래 기술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는 큰 게임이다. 한국, 일본 등은 이 거대한 게임에 강제적으로 동원돼야 하는 중요한 말(馬)이다.

트럼프는 소위 우방국이란 말들마저 좀더 거칠게 활용했다. 물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더 거칠게 대했다.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미국 기술' 우위 유지를 목표로 했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과 좀더 합심했다.

트럼프가 뻔뻔스럽게(!) '미국 최우선'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맞선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과 공동 대응'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대할 때의 내용도 트럼프가 더 알찼다. 경쟁자를 대하는 태도가 더 강력했다는 의미다.

현재 트럼프 섀도우 내각에선 기술, 에너지, 통신, 천연자원, 의료용품, 국가자산 등 미국의 모든 핵심 인프라를 중국이 소유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상태다.

중국은 미국, 한국 등에서 핵심 기술을 배우거나 훔치면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1위의 기술력을 확보한 분야도 늘어났다. 중국은 경제공작회의 등에서 AI, 로봇, 반도체, 우주 등을 미래의 핵심 기술로 보고 더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정책방향을 잡아 나가는 정책가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 있다.

정치권이나 관료들의 행태를 보면 한국이 기술국가에서 오히려 유교국가로 회귀한 듯한 느낌도 든다.

한국과 같은 지구상에서 처음 보는 '인구 소멸국가'에선 과학과 기술이 더욱 중요하지만, 의사 결정권자들이 각종 명분론에 사로잡혀 미래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붙들고 있다.

한국은 과연 트럼프 2기가 열릴 경우 펼쳐질 거친 경제 패권전쟁에 맞설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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