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17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보고서와 국회 세미나를 통해 집값 급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향후 집값 급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공급'이 걸림돌이라는 펑가를 하고 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등으로 수급이 이미 탈이 난 가운데 금리 요인, 경기 요인, 건설 원가 상승 등이 겹쳐 주택 공급은 이미 정상 경로를 이탈한 상태다.
문제는 가까운 미래 역시 공급을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작년 하반기부터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향후 집값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 받는다.
■ 주산연,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고...
어떤 재화든 가격 결정의 기본은 수급이다.
국내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 역시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기 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주산연은 '주택공급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주택 공급부족이 누적된 반면 주택에 대한 기본 수요는 늘어난다"면서 집값 상승을 우려했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인허가 물량은 2022년 52만호, 2023년 43만호, 2024년 38만호(예상치)로 나와 있다. 이는 2017년~2011년의 평균인 54만호를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착공물량은 2017년~2021년 5년 평균인 52만호에 크게 미달했다. 2022년 38만호, 2023년 24만호, 2024년 35만호(예상치)로 제시했다.
향후 주택 공급 부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사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국토장관을 지내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한축을 담당했던 김현미 전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이 아니어서' 당장 물량을 늘릴 수 없다.
■ 누적된 공급부족...수요 불씨 당기면 집값 급등할 수 있어
주산연은 2020~2021년 2년 동안 공급 물량은 예년 수준이였으나, 가구수와 멸실주택 증가폭이 커서 38만호 수준의 공급 부족이 누적됐다고 분석했다.
또 2022~2024년 3년 동안은 시장 침체에 따른 공급 감소로 약 47만호 공급 부족이 누적됐다고 추산됐다.
즉 실제 분양(아파트)과 준공(기타주택) 물량 기준으로 2020~2024년 5년간 86만호 수준의 공급 부족이 누적된 상태라는 것이다.
공급 부족 관련 지역별 관련 비중을 보면 수도권이 66%, 지방광역시가 22%를 차지해 향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상승 압력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산연이 주택건설사업자와 디벨로퍼들을 대상으로 향후 1년 동안 주택공급계획을 물어본 결과 예년보다 축소할 예정이라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예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응답은 24%, 예년보다 확대할 예정이란 답변은 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후반부터 본격화된 '거래 실종 시대'에 누적된 매수세가 힘을 받기 시작하면 주택가격은 다시 급등할 위험이 커 보인다.
■ 주산연이 본 '기본수요' 증가
지난 1987년 주택 200만호 공급이라는 '대역사'(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집값을 안정시킨 대표적인 공급 요인이다.
그리고 집값 안정은 '결혼과 출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주산연은 집값 안정 시대에 태어난 신생아들이 현재 30대가 돼 '기본수요의 증분'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주산연은 "집값 안정기였던 1991년~1997년 사이 결혼과 출산이 증가해 신생아가 30세에 도달하는 2022~2028년 30세 도달인구가 평균 5만명 정도 늘어난다"면서 "특히 2019년 이후 주택을 투자자산 중 하나로 보는 경향이 30대들의 주택시장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주택시장의 주요변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1970년대 초반생(현재 50대)을 끝으로 한국의 2차 베이비 붐이 끝났다. 이후 출생아수는 1984년 67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990대 들어서 신생아수가 다시 70만명이 넘게 태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주산연은 '주택시장 활동인구'가 2028년까지 연간 30만명 이상 순증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5년간 30세 도달인구가 67만명에서 75만으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신생아는 한해 겨우 20만명 넘게 태어나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지만, 당장은 '주택시장활동인구'가 부족한 주택 공급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다.
또 최근 한국의 인구가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수요 단위인 가구수는 상당기간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독신가구는 2023년말 현재 734만 가구로 총 가구수의 33.6%나 차지하고 있어 이제 '혼자 사는 가구' 비중이 제일 많아졌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어나는 부분도 주택 수요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 수는 2010년 126만명 수준에서 2023년엔 251만명으로 2배가 됐다.
구조적인 '수요' 요인만 봐도 주택 공급 부족이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그간 억눌려 왔던 누적 수요에 스파크가 튄다면 집값이 재급등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전세시장이 압박할 매매가격
통계를 내는 각 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세가격은 대략 작년 하반기(7월)부터 상승 전환해 현재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주산연은 특히 "30대 주택시장 진입인구는 더 증가하지만 이들 대상 소형주택 공급은 크게 감소해 수도권 소형주택 전월세 상승폭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올해 8월이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제도'인 계약경신청구권 도입(2020년 7월말) 4년이 된다.
계약경신청구권은 지난 2020~2021년 집값이 한국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뛸 때 그 흐름에 불을 지른 요인이다.
이 제도는 집값 상승기에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고 하락기엔 더 하락시킬 수 있는 등 '변동성'만 키운다.
기존 세입자에게 안정을 주는 듯 하지만, 수급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이 2020년 제도 도입 당시 이를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이다.
주산연 역시 '2+2'가 한 사이클을 돌면서 다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사는 사람들 중엔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전셋값 급등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주택 매수에 동참하면 불안한 주택시장이 더욱 자극받을 수 있다.
주산연은 올해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 전망은 1.8%, 수도권은 0.9%, 전국은 -1.8%로 제시했다. 전세가격은 서울 2.3%, 수도권 2.5%, 전국 0.8%로 예상했다.
예상에 비해 막상 올해 내놓은 전망 수치는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다.
■ 다시 집값 급등이 오는가
하지만 한국 특유의 쏠림 현상을 감안하면 수치보다 방향이 중요할 수 있다. 방향이 맞다면 한국 아파트 시장은 수치를 순식간에 부풀리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일단 주택가격 상승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은 서울과 수도권 내 양호한 입지를 가진 곳이다. 아울러 집값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여지도 적지 않다.
주산연도 "아파트 기준 서울은 3월말부터, 인천은 4월초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면서 "향후 수도권 전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더 나아가 공급 부족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내년, 내후년엔 수급에 따른 집값 상승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단 늘어나는 거래량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리스크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1~12월만 하더라도 1천건대였으나 올해 1~2월 2천건대로 늘어나고 3~4월엔 4천건대로 뛰었다.
아직 집계 중이지만 5월 거래량은 5천건에 육박할 수 있는 상황이며, 6월은 더 늘어날 여지도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린다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여전히 서울에서도 지역별 아파트 온도차가 크지만 다시 집값 급등 시기가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는 둔주(올림픽파크프레온)라도 있지만 내년, 내후년엔 공급 물량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라도 내린다면 집값 상승에 더욱 불을 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칼럼) 주산연의 '공급부족' 따른 수도권 집값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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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주택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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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