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미국 1월 CPI 발표 뒤 연준 기준금리 전망, 정리: 국제금융센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강화된 미국 6월 금리인하 관점과 인플레 흐름 크게 보기...좁혀진 시장과 연준의 시각차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2024년 1월 지표들이 양호해 최근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히 퇴조했다.
1월 고용 서프라이즈에 이어 ISM PMI가 반등한 뒤 CPI까지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타격을 입었다.
2월에 발표된 연초 지표들이 연속적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에 흠집을 내자 조만간 나올 1월 소매판매도 같은 역할을 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연준과 금융시장 모두 지표들을 더 확인하고 싶어하는 가운데 일단 금리 인하 기대감은 퇴조할 수 밖에 없었다.
■ 늦어지는 연준의 금리 인하...이제 6월 인하로 모아진 시각
미국 CPI가 발표된 뒤 현지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의 관점은 '6월 인하'로 모아졌다.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 시점에 대한 예상은 3월에서 5월, 다시 5월에서 6월 쪽으로 이동했다.
최근처럼 경제지표가 잘 나오거나 물가 둔화 강도에 의문이 커지면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이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늘었다.
미국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월 FOMC 직후 연준이 연내 100~175bp 정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CPI가 나온 뒤엔 75~125bp 정도 내릴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기준금리 변동폭 25bp를 기준으로 연내 4~7번 정도 인하를 기대하다가 이제는 3~5번 정도로 바꾼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인하 사이클은 경기 침체를 필요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물가의 하향 안정 강도에 따른 인플레이션 컷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견고한 근원 서비스 물가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연준의 정책전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난 상태다.
연준 점도표가 올해 3차례 인하를 예상한 가운데 최근 시장의 전망도 이에 수렴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 인하는 한다...그러나 지표 더 확인해야 한다
최근까지 연준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위해선 데이터들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당장 다음 달 인하는 물 건너 간 상황이라는 평가도 많다. 특히 이번 1월 CPI 쇼크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범피'(bumpy)할 것이란 견해가 강화됐다.
하지만 물가 둔화 과정이 순탄하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목표(2%)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엔 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연준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연준에선 시계(視界)를 늘려서 상황을 평가해야 한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4일 물가상승률이 목표(2%)로 복귀하는 과정을 단기적으로 볼 필요 없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굴스비는 "인플레이션이 약간 오른다고 해서 연준의 2%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약간의 상승과 기복 등이 있더라도 여전히 그 경로에 있을 수 있다. 너무 흥분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달간 높게 나오더라도 2% 목표로 복귀하는 경로와 여전히 일치한다고 했다. 따라서 1월 CPI가 예상을 웃돌긴 했지만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굴스비는 "금리 인하는 2% 목표로 향하는 길에 있다는 확신과 연결돼야 한다"면서 "연준의 2% 목표가 CPI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근원 PCE 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밑돈 바 있다.
1월 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2%)를 상회했고 전년비로는 3.1% 올라 역시 예상치(+2.9%)를 웃돌아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의 큰 흐름은 둔화 중이다.
굴스비는 "연준은 3개월, 6개월 또는 12개월 단위로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계획"이라며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6~7개월 연속으로 인플레이션 흐름이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월 CPI가 다소 놀라운 수치를 보여줬지만 추세나 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려면 주거비가 줄어야 한다"며 "주거비와 관련한 CPI 하락을 주목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저가매수와 금리박스 상단 더 높아질 가능성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 국고3년 금리는 3.3%대에서 대기매수를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물가지표는 금리 박스 상단을 열었다.
다만 국고채 금리들이 기준금리(3.5%) 위, 아래로 포진하자 여기서 더 오르는 것도 오버하는 것이란 진단도 제기됐으며, 국고채 금리들은 모두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CPI가 발표되고 금리 상단이 열리는 모습이었지만 한계도 드러난 것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3%대로 올랐다가 다시 4.2%대로 내려왔다.
금리가 뛰자 저가매수도 들어오고 미국 정책 관계자들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그간 금리인하를 놓고 연준과 시장의 견해차가 컸지만 결국 시장이 패하면서 연준 쪽에 기대감을 맞추고 있다"면서 "그러자 연준 관계자나 재무장관이 도비시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다독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CPI로 시장이 흥분한 것을 본 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굴스비처럼 '큰 흐름'을 보라는 조언을 했다.
옐런은 "1월 CPI가 좀 높았지만 장기적이고 큰 추세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지표나 물가지표가 계속 예상을 웃도는 수치를 보여줄 경우 금리 레인지 상단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부담도 남아 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굴스비, 옐런 등 미국 당국자들의 지원성 발언이 저가매수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소매판매가 곧 나오고 이 결과에 따라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오늘 장 후반엔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