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WTI 가격 흐름..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동분쟁 속 각국 이해관계 고려한 어지러운 유가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중동 정세가 어지럽게 돌아가면서 유가를 둘러싼 전망 역시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각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했지만 분쟁 당사자들의 확전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스라엘 제1의 도시와 제2의 도시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국경지대인 레바논 인접지대에선 헤즈볼라가 공격을 가해 이스라엘은 북부민들이겐 대피령이 내려졌다.
■ 서구권-권위주의권 블럭, 각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위협, 자제 요구 발언 뒤섞여
주요국들은 이 전쟁에서 각자의 우방국들을 지지하면서도 확전 자제 등을 당부하는 중이다.
미국에선 블링컨 국무장관 방문에 이어 18일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다.
미국은 특히 핵추진 항공모함 2척(제럴드포드호·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을 이스라엘 인근 해역으로 파견해 이란과 헤즈볼라를 견제해 주고 있다.
이란은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세계를 긴장시키면서도 자신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만,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 전쟁을 키웠다면서 상황 악화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외교적인 수사 조절도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외무장관들이 회담을 열어 보조를 맞추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서구권 국가 블록과 이슬람,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 블록이 부딪히는 가운데 유엔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해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국내에선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하마스의 공격 규탄에 참여하기도 했다.
■ 유가, 미국 이해관계 관련한 선택 주목
국제유가는 최근 오락가락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전쟁이 발발한지 10일이 지났지만 일단 국제유가는 한쪽 방향만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유가(WTI 기준)는 9일 4.34% 급등한 뒤 이후엔 빠지다가 13일엔 다시 5.77% 뛰기도 했다. 이번주 초엔 다시 하락하면서 '미국 스탠스'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유가 급등을 원치 않는 미국이 어떤 조율을 할지도 관심이다.
16일 WTI 가격이 1.2% 하락해 86.66달러로 내려간 이유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원유 매장량 세계 최고 수준인 베네수엘라가 새로운 공급 주체로 나서면 수급 우려가 줄어들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2020년부터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재제해 왔다.
미국이 전쟁·석유 이권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관심이다. 석유수출국들의 입장도 중요하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증산을 약속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에 대해 재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아울러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유가 급등 자체를 두려워해 이란 제재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쪽에선 비산유국간의 전쟁을 유가 급등으로 연결짓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 유가, 이스라엘-이란 관계 악화 정도 주목
금융사들은 최근 전쟁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을 제시하면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들도 내놓았다.
전쟁 상황 악화의 정도에 따라 유가가 춤을 출 수 있다는 견해들은 많다.
노무라는 "이스라엘의 지나친 공격으로 아랍 국가들이 반발할 경우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선다면 유가는 125불 이상을 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증폭되면 유가는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스라엘 공격이 가자지역, 레바논 남부 지역에 한정될 경우 유가가 다소 높아질 수는 있어도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전망가들이 유가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 구도를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상황을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알파인 매크로는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게 되면 유가는 1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흐름을 둘러싼 매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험적으로 볼 때 국지전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거나 미국이 이란을 다시 재제하는 정도의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평가도 보인다.
CIBC는 "국지전이나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와 같은 조치에선 유가가 100달러까지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정부, 유가 급등 가능성 경계하며 물가 관리 총력 다짐
정부는 이날 물가안정 관계장관 회의를 연 뒤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17일 "최근 들어 국제유가 상승과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부총리는 "9월말 이후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주 휘발유·경유 가격이 14주만에 하락세로 전환됐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는 등 세계 경제의 고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전쟁 전 고유가 재연 가능성에 긴장한 뒤 전쟁까지 발발하자 일단 최대한 소관부처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총리는 "석유류는 유류세 인하 및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구성하여 현장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계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면서 "각 부처는 현장점검, 업계 소통 등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