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추가긴축도 정책완화도 어려운 국면...계속되는 미국 바라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가 '금융시장 예상보다' 길어진 가운데 한국 중앙은행의 수장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다만 한국만의 특수 사정도 있는 데다 예상치 못한 금융불안에 대비할 필요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전날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에서 "예상치 못한 금융불안 발생 시 유동성이 적시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상시대출제도 개편 등을 통해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가용자원 크게 확대해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 한은 부총재 "아직은 '추가 긴축' 생각할 때 아냐..시장금리, 미국금리 반응은 변동성 차원서 주시"
이런 가운데 전날 저녁엔 중앙은행 부총재가 언론과 워크샵을 하면서 한국 중앙은행의 고민을 드러냈다.
일단 현재로선 금리 추가인상을 논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긴축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아직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총재는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면 어느 정도 환율, 금리 등 시장가격,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서 영향을 받는다"면서 "지금까지는 환율, 금리 등엔 일부 반영돼 적절히 흡수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경제 주체의 기대를 너무 과도하지 않게 적절하게 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적절하게 흡수돼 시장 가격에 반영 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미국을 따라 한국 금리도 크게 오른 가운데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관심사였다. 한은은 금리가 오르는 방향성보다 시장의 쏠림 등을 걱정하고 있다.
유 부총재는 '미국 따라 금리 오르는 건 자연스럽고 속도가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변동 속도가 문제다. 4일 시장이 긴장한 건 이미 알고 있지만 너무 변동성이 크고 시장이 충격을 받을까 걱정한 것"이라고 했다.
■ 한은 금리정책 옥죄는 부채의 문제
한국은 미국보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다.
따라서 금리정책에 한국이 미국보다 더 예민할 수 있다.
정책금리를 더 높여 변동 대출에 타격을 입힐 경우 경제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면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부동산 거래가 '절멸 상태'에 이른 뒤 정부가 거래의 숨통을 틔우자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여기서 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리스크를 더 쌓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한은 내에선 부채가 이미 크게 늘어나 있는 점과 금리를 더 올리는 문제 등에 대해 고심이 커 보인다.
유상대 부총재는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단기금리 뿐만 아니라 예금이나 대출금리에 다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CD 금리 같은 단기 금리를 통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특히 자영업자라는 이름으로 잡힌 가계부채, 기업부채를 별도로 더 신경써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유 부총재는 "자영업자 부채가 일정 부분은 가계부채, 일정 부분은 기업부채로 잡힌다. 자영업자 부채 늘어나는 건 걱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기업부채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시장도 발전돼 있어서 괜찮지만 자영업자 부채 중에서도 기업부채로 분류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을 와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은 정책도 연준 정책의 종속변수
한은이 당장 정책금리를 더 올려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은 낮다.
다만 한은 자신들 역시 연준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큰 흐름에선 상당부분 정책이 종속될 수 있다.
지난 8월 22일 금리결정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단순히 한미 금리 격차의 문제 보다는 파월이나 연준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느냐 하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연준의 금리 결정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연준이 제시하는 큰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금리가 미국을 그대로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이것이 미국 금리 등락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정책 역시 불확실성이 꽤 높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고용이 좋을 수도 있지만 최근 민간고용 데이터에선 고금리의 경기 악영향도 확인했다"면서 "유가도 최근엔 하락해 반드시 모든 환경이 연준의 긴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각국 중앙은행들도, 각국 금융시장도 미래를 예단하기 어려워 데이터를 보면서 후행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해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