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2-22 (일)

(장태민 칼럼) RBA와 BOK의 '쉼표' 찍기

  • 입력 2023-08-01 15: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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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호주중앙은행(RBA)이 1일 기준금리를 4.10%로 동결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25bp 인상 전망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RBA는 이번 금리 동결에 대해 "경제지표와 경제전망에 대한 금리인상 효과를 평가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번에도 동결 결정이 인상 사이클의 끝이 아니라 '평가하는 기간'임을 다시 알렸다.

하지만 최근 두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해 이전보다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 작년 5월~올해 3월 지속적 인상..4월 쉼표..5·6월 인상..7·8월 길어진 쉼표

호주는 올해 4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작년 5월 이후 쉬지 않고 이어졌던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호주는 지난해 5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6, 7, 8, 9월 각각 50bp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10, 11, 12월, 그리고 올해 2월과 3월 각각 25bp를 올렸다.

10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올해 4월에 쉼표를 찍은 것이다.

RBA는 그러나 한 달만 숨 고르기를 한 뒤 5월과 6월 다시 금리를 올리면서 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음을 어필했다.

연속적인 인상을 쉰다는 결정이 인상 사이클의 끝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투자자들이 7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할 때 호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 4일 금리 동결 당시 시장은 2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RBA는 통화정책 회의 전 나온 5월 CPI 둔화를 확인한 뒤 시간을 좀더 두고 관찰하는 쪽을 택했다.

7월 회의 당시 RBA는 "동결 결정은 위원회에서 경제 상황, 전망 그리고 관련된 리스크 등을 평가하기 위한 더욱 많은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후 7월엔 예상과 달리 동결했으니 8월엔 인상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RBA는 7월에 이어 이날(8월)에도 금리를 유지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두 번의 동결 모두 시장 예상과 배치되는 것이었으며,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쉼표'를 찍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지점을 향해 갈수록 쉼표의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 8월의 RBA, 인상룸 열어두면서 경제지표 관찰 의지..길어지는 쉼표

RBA가 예상밖 동결을 결정한 뒤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도 장중 전일비 8bp 이상으로 낙폭을 키웠다.

호주 중앙은행은 7월처럼 인상룸을 열어두되, 단정하지 않는 표현을 썼다.

RBA는 "일부 통화정책상 적정 기간동안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지표와 리스크 관련 평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동결 배경에 대해선 "지난해 5월부터 금리를 높이기 시작해서 4%p 금리를 인상했다. 높아진 금리는 수급간 지속적인 균형 확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높아진 금리와 경제전망 관련 불확실성을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결은 경제지표와 경제전망 관련한 금리인상 효과를 평가하는데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점도 각인시켰다.

RBA는 "호주 인플레이션은 6%대로 여전히 높다. 상품 물가 오름세는 완화됐지만 다수 서비스 물가는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렌트비용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 전망을 제시했다.

호주 CPI는 둔화세를 보이면서 2024년 연말 3.2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후반으로 가면 2~3% 범위로 내려올 것으로 봤다.

■ RBA의 쉼표와 BOK의 쉼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2020년~2021년 아파트값 폭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거칠어지자 매파 금통위원들을 중심으로 집값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다른 주요국보다 빨리 시작됐다.

한국은행의 유달리 뛰어난 촉 때문에 한국의 금리인상이 먼저 시작된 게 아니라, 당시 부동산 폭등 분위기 때문에 금리라도 일단 인상하고 봐야 했다.

한은은 2021년 여름 금리에 손을 댄 뒤 징검다리 인상을 이어가다가 22년 4월부터는 매 회의마다 금리를 올렸다.

작년 7월과 10월엔 금리를 50bp씩 올려 자이언트 스텝을 밟던 미국과 어느정도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 금리를 3.5%까지 올려 놓은 뒤 계속해서 '쉼표'를 찍고 있다.

한은은 연초 금리 인상 이후 4번의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8월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이 확실시 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연속 금리인상 기간을 가진 뒤 자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강도를 보면서 추가적인 인상 등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은 연초 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물가 상승률이 최근 2%대까지 빠르게 둔화된 바 있어 중앙은행이 추가 인상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호주는 연속 인상 행진을 4월에 '멈춘 뒤' 재차 물가를 관찰한 뒤 필요에 의해 다시 올렸다. 그런 뒤 최근엔 멈추는 기간이 길어졌다.

물가 둔화 흐름이 보다 가시화됐기 때문에 호주의 중앙은행가들에게도 좀더 많은 여유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 인상 사이클 끝 지점, 시장과 중앙은행의 눈치 게임

이런 가운데 늘 앞서나가야 하는 금융시장은 언제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도 궁금해하고 있다.

대략 내년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주변국들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중앙은행가들에겐 아직 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과 본격적으로 논의할 생각까지는 없어 보인다.

중앙은행들이 물가 둔화에 내심 안도감을 느끼고 있지만, 빈틈을 보이면 성미 급한 시장이 분위기를 몰아가기 때문이다.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여차하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의사소통 방식을 유지하면서 물가 둔화 강도를 체크하는 중이다.

시장도 중앙은행들에게 생긴 '여유'에 대해선 눈치를 챘다. 하지만 아직 그들이 친절하게 나올 때는 아니라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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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호주 통계청, 호주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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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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