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전채 발행한도 확대 법안 부결의 파장

  • 입력 2022-12-09 15:1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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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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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전채 발행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올리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하거나 기권하면서 부결된 것이다. 반대에 앞장선 의원은 민주당의 양이원영 의원이었다.

양이 의원은 전날 "한전 적자 원인은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체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회사채 돌려막기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트리플A 신용등급 한전 회사채 발행증가는 민간기업 회사채 발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 민주당 "전기요금 올리자. 부채 돌려막기 안 된다"

현실적으로 의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법안은 통과되기 어렵다.

전날 본회의 표결에서 한전법 일부개정안은 재석 203인에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됐다.

전날 반대 토론자로는 환경단체 출신으로 탈원전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양이원영 의원이 나섰다. 민주당은 양이 의원의 논리에 찬성했다.

민주당은 한전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한전 정상화 로드맵'을 요구했다. 한전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되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물건너 가는 등 안 그래도 한전의 자금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한전이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인상과 대출 외에는 찾기 어렵다.

전날 양이 의원은 "산업부가 3년간 추진할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내년 3월까지 수립하라"며 "최소한 올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60원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러-우 전쟁 등으로 전기의 원료값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상상하기 어려운 연간적자 30조원 등이 거론되면서 국회 산자위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법을 개정해 채권 발행 한도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향후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더라도 당장 요금을 대폭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간 채권 발행한도 확대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자는 인식에 여와 야가 공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날 양이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개정안은 부결되고 만 것이다. 국회 부결로 인해 국민의힘은 한전채법 개정안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 국민의힘 "한전 적자는 탈원전 정책의 대가...민주당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에 표 던져"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실패 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지 물었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전날 "전기료 인상 없는 탈원전이라는 무책임한 에너지 정책을 내건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전기 요금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한전은 146조 원 빚더미에 올라 있다"며 "한전은 올해에만 31조2800억 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우려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호남 표만 노린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순전히 정치 논리로 탄생한 한전공대에 2031년까지 한전이 1조 원을 부담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원유, 가스, 석탄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전망으로 한전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인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 부담이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에게 전가됐다고 했다. 하지만 채권 발행 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치솟는 물가와 서민 생활고 때문에 전기료를 큰 폭으로 올릴 수도 없다"며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적자투성이 한전 재정상태를 충분히 예견하고도 방관한 이유가 무엇인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한전공대는 계속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당은 야당이 해당 상임위인 산자위에서도 합의 통과시켰고, 법사위에서도 이견없이 의결돼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한전법 부결로 여당과 정부는 오늘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의 대거 반대·기권 표결이 불러온 충격으로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됐다"며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개정안임에도 ‘합의 정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민주당 당대표, 원내대표부터가 기권표를 던졌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한전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지속적으로 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10월 단 한 차례 인상이 전부였다. 그로 인한 대규모 적자의 한전은 윤석열 정부가 오롯이 떠안았다"며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정치 논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그는 "무리하게 추진한 '탈원전' 집착이 불러온 결과가 적자의 늪에 빠진 한전임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한전을 빚더미에 올려놓고선 이제는 채무위기 해결에 필수적인 법안을 부결시키며 채권 발행도 못 하게 한 셈"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자칫 우리 전력 시장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마저 커졌다. 한전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결국 쓸 수 있는 카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며 "한전법 개정안의 반대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라는 것에 던진 한 표"라고 했다.

■ 여당 "채권 발행 위한 법 개정, 포기할 생각 없다"

정부는 한전법 개정이 야당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가자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전 채권 발행한도 상향은 반드시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다시 결의를 다졌다.

여당 의원들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법안 개정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철규 의원은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고 전기료를 2배, 3배 올릴 수는 없다. 개정안은 일단 채권을 발행하고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 상환해가면서 시차를 둬 전기요금에 미치는 충격을 덜려고 만든 법안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정부가 법을 만들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해놓고 채권 발행을 막았다"며 "원전도, 석탄도 하지 못하게 하고 전기요금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이러면 한전 손실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전법 개정에 다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전법 개정이 지연되면 전력구입비를 제 때 결제하지 못해 자칫 전력시장이 마비되는 대혼란까지 올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산자위 간사는 "내년 1월쯤 한전이 파산될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여야가 합의했고 법사위에서도 아무런 반대 토론이 없었는데 민주당이 뒤통수를 쳤다"면서 다시 법안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 채권시장의 한전 관련 기대감, 그러나...

올해 채권시장에서 이뤄진 대규모의 한전채 발행은 상당한 구축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전이 대규모로 채권을 찍으면서 다른 회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만약 향후 한전이 채권 발행을 늘리지 않고 대출 등으로 자금 문제를 해결한다면 채권시장 입장에선 좋다는 지적도 보였다. 채권시장 일각에서 한전 채권 발행 한도 상향조정이 실패하는 경우의 득실을 따지는 모습도 있었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법 통과 실패로 한전채 발행 부담이 줄어든다면 한전채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일"이라며 "당연히 물량 부담이 줄어드니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채권시장 발행 같은 직접 금융시장을 활용하지 않고 은행 대출을 통한 조달이 이뤄진다면 시장에 이롭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전채를 포함해 우량채들의 발행, 유통 금리는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가 크게 낮아진 뒤 투자자들이 우량 신용물을 담은 영향이다.

다만 한전이 대출로 당길 수 있는 자금도 한계가 있는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 한전법 재통과 여부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현실적으로는 한전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한전의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듯하다. 정치권이 갑자기 기업용 전기 단가를 높이거나 가정용 전기 가격을 상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대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지금은 국회의 법 통과 실패로 채권 추가 발행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정치권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봤다.

■ 주식시장의 한전 관련 기대감, 그러나...

그간 한국전력 주가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해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장기간 각 정부들은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막았다.

과거 한국의 정부들은 물가가 오르지 않아 한국은행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막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강화되면서 한전 주가가 급등 중이다. 장 후반 한전 주가는 8% 넘게 급등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전 주가에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한전이 흑자전환 할 정도 대폭의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우리의 추정치에 따르면 한전이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약 +50 원/kWh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며 "야당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12월 기준연료비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기 요금 정상화를 급격히 실시할 경우 각종 비용이 올라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일각에선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 이참에 깔끔하게 해결해버리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서둘다 보면 반드시 다른 쪽에서 탈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강하다.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올해까지 한전의 누적 채권 발행액이 대략 70조원인 상황에서 2022년 한전은 대규모의 적자를 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법은 한전 사채발행 한도를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전이 발전 대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지불해 온 상황에서 내년 4월부터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 이는 비상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정부는 내년 3월 한전 주총까지 회사채 발행을 늘려주는 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 정부의 결론은..."한전채 발행한도 재확대 추진..한전발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도 약속"

대출이나 전기요금 인상을 쉽게 얘기하기도 하지만, 회사채 발행 없이 한전이 제대로 굴러가기는 어렵다. 해외 채권 발행 역시 한계가 있다.

안 그래도 한전의 재무구조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돈을 빌리면 한전은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해외채 발행의 경우 절차의 문제가 있는 데다 한국이나 한국물 전반의 신용도 하락을 자극할 수도 있다. 여기에 지금은 한전이라는 업체를 굴리기 위해서 필요한 매달 2조원의 운영자금마저 버겁게 다가온다.

한전이 올해 30조원 가량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 없이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민주당 등 일각에선 '깔끔하게 전기요금을 올려서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만만치 않다. 정부는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법 부결 뒤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한전법 개정을 통해 사채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내년 3월 이후 사채한도 초과로 신규 사채발행이 불가능해져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한전법 개정안 부결로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던 자금시장 경색국면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염려했다. 일단은 한전법 개정안을 다시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필수적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각 부처와 기관이 동의했다"며 "차기 임시회 중 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본회의 통과를 위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는 회사채 발행과 함께 전기요금 정상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산업부는 또 "한전의 당면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한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조기에 수립하고 국회에도 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이 부실화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아울러 한전 부실화 시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산업부는 "한전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금융시장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정상적인 사채발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한전에 대한 기업어음, 은행 차입 등 사채외 자금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권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한전의 재무위기가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한전도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을 지속하면서 당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자구노력 계획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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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전력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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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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