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1-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김진태 죽이기와 김진태 살리기...그리고 채권시장

  • 입력 2022-11-15 14:4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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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레고랜드 홈페이지

사진: 레고랜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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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의 파장으로 채권시장이 크게 냉각된 이후에도 책임론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시장은 김진태 지사의 '본헤드 플레이'(Bonehead play)로 이미 규정했지만, 김 지사 측에서는 여전히 오해가 있다면서 항변하는 중이다.

야당은 금융사 사장 출신 의원 등을 참여시켜 '김진태발 금융위기사태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서 조사에 나선 상황이었다.

전날 민주당 조사단이 춘천을 찾은 뒤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김 지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 민주당 진상조사단 '무책임한 고의부도' 결론

민주당은 14일 "김진태 강원 지사의 '무책임한 고의부도'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계약서 상 회생신청 절차 개시는 부도 사유"라며 이같이 결론내렸다.

특히 강원중도개발공사를 방문해 송상익 대표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도 전했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송 대표는 "9월 28일 회생신청 발표를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회생 신청 발표 이후 정상적 경영활동이 마비된 상태"라고 호소했다.

김남균 강원중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회생신청이 계약서 상 기한이익 상실사유"라며 "기한이익상실 통보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채권자의 권리"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진태 지사와 함께 강원도정을 이끌고 있는 부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진상조사단은 "서울로 떠난 김 지사 대신 간담회에 참석한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 등은 '계약서에 회생신청이 기한이익 상실사유라는 조항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따르면 계약서에 '파산신청 또는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있는 때'라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지역행사 참여를 이유로 진상조사단의 간담회에 불참했던 김 지사가 오후에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레고랜드 관련 포럼으로 내뺐다고 비난했다.

■ 김진태 항변 "채권시장이 회생과 디폴트 구분하지 못한 것 같아"

김 지사는 전날 오후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강원도가 돈이 있는데도 고의부도를 냈다는 식의 온갖 소문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자신도 '법조인'이고 이 사건이 발생한 때부터 보증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자신에게 덧씌우진 이미지를 억울해했다.

그는 특히 "저는 회생할 계획을 발표했는데 채권시장에서 회생과 디폴트를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시장 책임까지 제기했다.

아울러 전임 최문순 지사가 강원도정을 부실하게 이끈 탓에 자신은 더 잘하려고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김 지사는 "전임 도정에서 단 한 푼도 갚지 못하고 물러갔고 제가 이걸 어떻게든지 갚아보려고 하는 노력하는 와중에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원도가 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을 방법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알려달라. 강원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증채무 변제를 위해서 노력 중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회생 신청을 하겠다는 말, 그 한마디 갖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오늘 이 시간까지 회생 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파산도 아니고 회생이다. 말 그대로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것이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보증채무 2,050억 때문에 그간 강원도가 부담하고 있는 이자만 699억원이라며 전임 지사의 주먹구구식 도정 운영을 비판했다.

여당 의원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도 김 지사를 거들었다.

박 의원은 전날 토론회에서 "김 지사의 회생 신청이 디폴트 부도로 오해를 받았다. 졸지에 김진태 지사가 나비가 돼버렸다"면서 힘 내라고 격려했다.

■ 야당 금융사 채권본부장·금융사 사장 출신 의원의 규정...절차적 잘못에 의한 부도 처리와 시장 파장은 사실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본부장, 카카오은행 대표이사 등을 지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조사내용'을 좀더 상세하게 올렸다.

이 의원은 "14일 면담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지급일 하루 전인 9월 27일 강원도가 BNK에게 전화상으로 회생계획을 제출할 것이라는 뜻을 통보한 것은 실무자 선에서일뿐 기관 차원의 별도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강원도는 10월 중순까지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이렇다 할 협의가 없었다"며 "강원도가 4개월분 이자를 선납한 것은 '에스크로 계좌'에 묶여있을 뿐 실제적 납부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측은 보증채무 불이행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회생신청 발표 역시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NK투자증권과 GJC에서는 회생신청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되고, 만기일에 원금 상환을 해야 하지만 지급하지 않아 부도처리 된 것이라고 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 지분 44.01%로 회생절차에 있어 외국인 투자자 등(멀린사 22.54%) 다른 주주들과 상의 및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그러한 절차가 없었다고 했다.

기한이익상실의 결정은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의 결정 권한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정황상 김진태 지사가 여러가지 변명을 할 수 있을 수 있어도, 면책을 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 큰 틀에서 보면...김진태 '희생양 삼기' 지나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최근 채권시장 경색 사태와 관련해 김진태를 '희생양' 삼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채권의 기술적 원리에 대해 착각(?)했다고 모든 책임을 김진태 지사에게 덧씌우는 일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김 지사는 BNK가 강원도와 협의없이 부도처리를 한 데 대한 억울함과 함께 강원도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적이 없다고 항변해 왔다.

전임 최문순 강원지사가 남겨둔 빚은 결국 강원도민의 부담이고 자신은 중도개발공사 회생,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강원도민의 소중한 혈세를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레고랜드 사태는 큰 흐름에서 발생한 일종의 '트리거'였을 뿐이며, 김 지사가 운이 없었다고 했다.

사실 오랜기간 부동산PF는 증권사들의 주된 먹거리였다. 그간 PF로 증권사 등이 큰 돈을 벌었으며, 누구도 이 먹거리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으로 빨아들인 뒤 결국 레고랜드와 같은 부실PF에서 문제가 생겼다.

거대한 변화 속에 일어난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이 때마침 채권시장에 타격을 가했을 뿐인데, 모든 책임을 김진태 지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도 없을 수 없었다.

금융권에서 오랜기간 일하다가 현재는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증권사들이 수년간 PF로 잔치를 벌여왔던 건 이 바닥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 아니냐"면서 "결국 사단이 났지만 김진태만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은행·증권사 등이 어떻게 국민 세금으로 편하게 더 먹을까 궁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시장을 벗어나 보니, 뭘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엔 차라리 이번 참에 한국 금융권이 제대로 한번 망가지길 바라는 사람이 많더라"라고 했다.

이 인사는 최근 일련의 PF 사태, 이 과정에서 등장한 정부의 관치금융, 심지어 관치금융의 우산에 숨어서 또 돈을 더 챙기려는 각종 금융사의 이기심이 더해져 복마전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마어마한 돈이 풀렸고 이 유동성을 수속하는 과정에서 각종 발작들이 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발작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아울러 시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경련을 이용해 정치·경제적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이제 금리를 주구장창 올리는 데엔 한계가 왔다는 인식이 강화되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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