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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부동산PF와 채권투자자들의 두려움

  • 입력 2022-10-19 15: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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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금리가 쉼없이 오르자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급증한 PF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부동산 PF, 즉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건설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은행권이 PF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나온 반면 증권 등 제2금융권이 PF를 통해 큰 이익을 얻었다.

금융사는 대출을 제공하거나 채무 보증을 통해 이자나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얻는다. 다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을 때, 그리고 금리가 크게 뛸 때는 어쩔 수 없이 리스크 요인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의 8월 기준 전국 주택의 미분양 물량 규모는 3.3만건 수준이다. 통상 5만건 이상이어야 의미를 둘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이지만, 일단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올해 들어 미분양 주택건수가 1.5만건이 더해졌기 때문에 증가률이 80% 이상으로 상당히 높게 잡힌다. 미분양 관련 보다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볼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수도권 1천채 수준으로 많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만만치 않은 긴장감을 던지고 있다.

특히 비아파트 관련 리스크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나 그간 PF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 한은, 금감원 등 당국 PF 우려의 목소리...금융사들도 공감

금융당국 쪽에선 한은이 지난달부터 부쩍 부동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은은 9월 금통위 당시의 금융 안정상황 보고서나 지역경제 보고서 등을 통해 집값 하락을 예상하면서 특히 PF를 우려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이 없었던 9월 금통위 당시 "부동산 가격 급락시 건설투자가 상당폭 위축되면서 부동산·건설업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금리 상승이 PF대출, 가계대출에 영향을 줘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한은이 분석한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12.2조원으로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5%씩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은행권 사업 다각화와 맞물려 증권사, 저축은행 등의 PF가 많이 늘었다.

한은 자료를 보면 증권사의 경우 PF대출 유동화증권 발행, 보증수수료 수익 확대 노력 등으로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이 2013년말 5.9조원에서 2022년 6월말엔 24.9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물론 규모가 커진 만큼 위험이 비례해서 커졌다고 볼 수는 없다. 6월말 현재 PF대출 연체율은 0.5% 정도로 2013년말 PF 부실사태 당시 연체율 8.21%에 비해 크게 낮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은은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가격 하락 기대 등으로 사업이 지연·취소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브릿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의 건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미분양주택 등이 단기간 급증할 경우 일정 시차를 두고 본PF대출(사업인가 후 대출) 부실도 빠르게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PF대출 부실사태를 보면 위기 전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급증한 후 저축은행 PF대출연체율이 2~3년의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증권사들은 유동성 제공 외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공여형 보증을 주로 확대하면서 유동성 확보부담 외에 신용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PF유동화증권 채무보증 확대로 대출 부실시 일부 증권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7일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여전사, 저축은행의 담당자를 불러 원활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거론했다.

금감원은 당시 "어려운 시기를 맞아 금융회사들은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PF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이 원활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감독당국 앞에선 금융사들은 "시장여건 악화로 부동산PF의 부실 발생 가능성이 우려돼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동감을 표했다.

■ 급속히 커진 PF와 유동화채, 지뢰가 조심스러운 투자자들

최근 수년간 부동산은 금융사들의 밥벌이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 PF 대출에서 파생된 유동화증권 규모는 올해 상반기 40조원 수준이 이른다. 이는 2014년 20조원 수준에서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는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지방 공기업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PF대출을 기반으로 2천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한 뒤 갚지 못하고 강원도도 나몰라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신용 채권시장이 얼어 붙어 버렸던 것이다.

최근 수년간 각종 부동산PF가 늘어나고 유동화채권도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증권사 등 제2금융권 어느 곳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해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규 건축 부동산 대상인 부동산 PF시장이 2008년 80조원 수준에서 2022년 6월 152조원으로 증가했다.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금융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부동산 PF는 200조원~250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고 추정했다.

서 연구원은 "부동산 PF의 구성을 볼 때 위험이 큰 비(非)아파트 PF 비중이 절반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저축은행, 여전사,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이 보유한 부동산PF 부실화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면서 벌려놓은 PF 사업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으며,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어딘가에서 다시 터진다면 시장이 또 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는 일단 돈을 갚기로 했다.

■ 강원도 사태는 일단 급한 불 끄는 쪽인데...

강원도 의회는 레고랜드 ABCP 상환재원 마련을 위한 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레고랜드 ABCP가 내년 1월까지 상환될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강원중도개발 법원 회생절차가 탄력을 받으면서 인수자가 나타나 빚을 갚으면 이 예산을 쓰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강원도 사태가 해결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면서도 "다만 문제는 최근 시장 분위기에서 보듯이 전반적인 신용 채권에 대한 심리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강원도가 돈을 갚는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빨리 실제로 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강원도의 돈을 갚겠다는 '당연한' 태도를 반기면서도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레고랜드 문제가 해결되는 수순이지만 이미 심리에 기스가 나서 큰 영향을 못 줄 것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더 중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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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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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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