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FTSE 러셀은 현지시간 29일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간 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노력 중임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의욕을 감안할 때 빠르면 내년 봄 한국의 지수 편입이 발표되고 9월엔 편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 상태였다.
WGBI 추종자산은 2.5조 달러 수준이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대한 양도세와 이자소득세 면제, 발행잔액 500억달러 이상, S&P 신용등급 A- 이상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 국채시장 규모와 WGBI 추종자산 등을 단순감안할 때 편입시 대략 70조원 내외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지 않겠느냐는 분석 등도 보였다. 정부는 2020년 금융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대략 50~60조원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1,2년 전부터 정부는 WGBI 편입에 한층 더 열의를 보였으며, 올해 5월 출범한 새 정부도 편입과 관련해 큰 의욕을 보였다. 편입시 장기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날 수 있다.
■ 정부, 2023년에 편입 확정하겠다
최근까지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WGBI 편입에 강한 의욕을 피력하곤 했다.
정부는 내년에 있을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에서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도록 FTSE Russell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FTSE가 국내시간 새벽에 한국이 WGBI 와치리스트에 올라갔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환영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 관찰대상국 등재는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원화채권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채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시장에 쉽고 빠르게 접근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 과정에서 시장 참가자들과도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관계부처, 기관과 함께 국채시장 선진화와 안정적 관리,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WGBI, 채권시장 수급 효과와 정부 조달비용 감축 효과는
세계국채지수(WGBI)는 23개 주요국 국채들이 편입돼 있는 선진 채권지수다.
추종자금 규모가 2.5조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한국, 인도를 제외한 명목 GDP 10대국 모두 WGBI에 편입돼 있다. 최근엔 중국(21년 11월 편입)이 편입된 바 있다.
골드만삭스, KB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최근 국채 발행잔액과 환율 등을 감안할 때 지수 편입으로 자금유입이 60~9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WGBI 효과 관련 세미나에서 "현재 한국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비중은 2.05%로 8번째로 비중이 큰 국가"라며 "WGBI 추종자금 2.5조 달러로 연간 510억달러(71조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3월 한국의 지수 편입이 공식발표되고 실제 지수 편입엔 5~6개월이 걸리는 만큰 가장 빠른 시기는 내년 9월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가 이번엔 세금 부문 등을 양보하면서 '실질적인' 편입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7월에 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외국인 국채투자시 이자/양도소득세 면세 법안이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또 WGBI 추종 채권들의 듀레이션이 10년에 가깝기 때문에 향후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수가 주목된다.
김 연구원은 "WGBI 평균 듀레이션은 9.6년이지만 현재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 국고채 듀레이션은 7.1년"이라며 "지수 편입시 장기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부는 수급 요인에 의한 금리 하락으로 나름대로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유입에 따른 금리 하락으로 연간 약 0.5조원에서 1.1조원의 국채 이자비용이 절감이 기대되는 등 재정건전성 측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는 또 "한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국채 및 외환시장의 안정성 강화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 국채투자 관련 FTSE의 나라별 분류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에 FTSE 러셀은 채권시장 국가분류(FTSE Fixed Income Country Classification Announcement September 2022)를 발표했다.
FTSE Russell은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LSEG)의 자회사로 S&P Dow Jones, MSCI, CRSP와 함께 세계 최대 시장지수(market indices) 산출기관 중 하나다.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는 매년 3월, 9월 두 차례 발표하고 FTSE Russell은 이 분류 체계를 토대로 세계국채지수(WGBI) 등 채권 지수를 운용한다.
그리고 국내시간으로 이날 FTSE Russell은 한국을 잠재적으로 시장접근성 상향 조정(레벨1→레벨2)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분류한 것이다.
FTSE Russell은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국가별 시장접근성(market accessibility)을 레벨0~2로 구분하고 있다.
레벨2 국가만 WGBI 편입이 가능하다. 한국은 현재 레벨1이나 레벨2로 올라갈 가능성이 큰 나라로 분류가 된 셈이다.
한국이 관찰대상국(레벨1→2)에 등재된 것은 FTSE가 2019년 3월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의 시장접근성을 레벨1으로 평가한 이후 처음이다. 실제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FTSE Russell은 한국 정부가 최근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 비과세, 외환시장 선진화 방침,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한 국채 거래 활성화 계획 등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외국인 채권 투자를 저해해왔던 요인들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자 평가를 바꾼 셈이다.
■ 편입절차와 각 나라별 비중은
한국은 이번 관찰대상국(Watch List) 등재로 이르면 내년 중 시장접근성 레벨 상향 조정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접근성 레벨 상향 조정은 관찰대상국에 최소 6개월 이상 포함된 후에 가능하다.
즉 FTSE Russell은 내년 3월과 9월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를 통해 한국의 제도개선 성과 등을 평가하고 시장접근성 및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의 시장접근성 레벨 상향 및 WGBI 편입 결정시, FTSE는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시점과 편입비중의 조정기간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WGBI 편입 결정과 실제 지수 편입시점 사이에는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둔다. 또 최종 편입 비중이 1%를 초과할 경우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편입 비중을 확대한다.
채권시장에 미칠 수급 효과 측정을 위해선 한국의 규모를 따져야 한다.
정부는 "현재 추정되는 한국 국채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2.5% 수준"이라며 "이는 편입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에 해당된다"고 했다.
8월말 현재 WGBI 편입비중은 미국 44.0%, 일본 15.0%, 프랑스 7.4%, 이탈리아 6.4%, 독일 5.5%, 스페인 4.3%, 영국 3.9% 수준이다.
■ 채권시장, WGBI 이미 감안하던 내용...내년 수급 기대 속 외국인 수급 변화 지켜볼 필요
채권시장은 최근 세제혜택 등으로 한국의 '실질적인' WGBI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해왔다.
따라서 크게 신선한 내용은 아니며, 실제 수급효과를 봐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와치리스크에 올라간 것이고 실제 편입이 될 때 외국인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예상되던 사안이다. 와치리스트에 올라갔고 빠르면 1년 뒤 편입이어서, 지금 호들갑을 떨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같은 장에선 뭐든 호재가 필요하니, (불안정한 변동성 장세에서) 심리적 위안거리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이 영국 사태(새 내각의 재정정책이 준 변동성 충격), 연준의 추가적인 긴축의지 등에 휘둘리고 있는 만큼 호재에 반응할 여유가 얼마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당장은 이 재료를 평가할 여유가 없더라도, 향후 WGBI 편입이 수급 안전판을 마련해 줄 수 있으며 내년 수급 기대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편입 확률이 높아진 만큼 향후 선취매 가능성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C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 9월에나 편입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 긴축재정과 함께 국고채의 수급상 우위에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살아남아 있기만 한다면, 내년도엔 채권쟁이들에게 좋은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와치리스트에 올라갔으니 가능성은 높아졌다"면서 "편입에 대한 확신이 강해져 미리 반영하는 흐름도 나타날 수 있어 앞으로 외국인 수급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료: 기재부, FTSE 러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WGBI 와치리스트 등재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