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10시 4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속 빅스텝 문제와 환율...그로기 상황 몰린 이자율 시장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하고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를 125bp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10월 빅스텝(50bp 인상)을 당연시하는 시각이 늘어났다.
더 나아가 일각에선 올해 남은 2차례의 회의에서 모두 빅스텝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50%, 미국은 3.00~3.25%로 미국 금리 상단과의 역전폭은 75bp다.
하지만 미국이 11월 회의 75bp 인상과 12월 50bp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금리격차론에 무게를 싣는 사람들의 연속 빅스텝 전망도 하나, 둘 보였다.
■ 환율 감안해 연속 빅스텝 예상하기도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제 10월 50bp 인상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며 "개인적으로 10월 뿐만 아니라 11월의 50bp 인상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올해 100bp를 더 올리고 미국이 125bp를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은 금리차 100bp로 한해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환율을 관건으로 꼽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은 고강도 긴축을 통해 달러 독주 시대를 열어젖혔다. 한국과 같이 글로벌 경기에 예민한 수출국은 적어도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압박을 각오해야 했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변동성이 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연속 빅스텝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런 견해들이 한, 둘 씩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하면서 빅스텝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커졌으며, 미국의 긴축 강도를 다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성의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연속 빅스텝은 과도한 접근법
하지만 금리차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연속 빅스텝을 거론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는 여전히 많다.
다음달 50bp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경제의 체력이나 가계부채, 미국 정책금리 인상 루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한국이 연속으로 빅스텝을 밟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C 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정책금리 상단을 4.50~4.75%로, 한국을 3.5%로 보고 있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 미국이 75bp, 50bp를 올릴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다음달 50bp 인상 이후엔 다시 25bp 인상폭을 기준으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준금리가 현재 중립금리인 2.5%에 있는 상황에서 올해 2차례 남은 회의에서 75bp를 더 올려도 한국이 3.25%까지 오른다"면서 한미 금리차로만 접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지금 기준금리 2.5%가 중립금리의 중간이라고 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3%를 상회하면 중립금리 상단으로 추정되는 2.75%를 상회하는 긴축 영역"이라며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50bp, 11월 25bp 인상을 통해 연말 기준금리는 3.25%,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통해 최종 기준금리는 3.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등 한국의 특수요인을 감안할 때 금리차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한국의 가계 부채는 GDP대비 105.4%로 전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의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득이 낮고 자산도 적은 30대 이하의 대출 비중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연준 스탠스와 환율 고공행진 등 이례적인 상황에서 처음으로 50bp 인상을 단행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례적인 상황이 초래됐다.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으며, 연준은 금리인상 강도를 시장 예상보다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속 빅스텝과 같은 접근은 다른 문제라는 평가도 보인다.
D 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한미 금리가 100bp 이상 역전된 경험을 했고 상황을 과장할 필요도 없다"면서 "환율 때문에 호들갑을 떨지만, 오히려 금리를 과하게 올려 거시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다"고 했다.
■ 미국 따라 금리 올리는 주요국...계속되는 환율의 문제
이자율 시장은 계속해서 환율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후 주요국들이 큰 걸음으로 이를 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스웨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단번에 100bp 인상한 가운데 22일엔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해 0% 위인 0.5%로 끌어올렸다. 스위스는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2015년 1월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정책금리 시대를 끝냈다.
영란은행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50bp 인상해 기준금리를 2.25%로 맞췄으나 9명의 정책위원 중 3명이 75bp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2.25%에 맞췄다. 그런 뒤 물가 상승을 거론하면서 11월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상당수 국가들은 고물가 대응, 그리고 자국 통화가치 방어 차원에서라도 미국을 뒤쫓아 가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격차가 벌어지면 결국 환율이 문제가 된다. 일본은행은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초저금리 기조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0%에서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구로다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며, 필요 시점까지 완화 정책을 변경하지 않겠다"며 더 나아가 "상황에 따라 추가 완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 따로 가는 통화정책에 애 먹는 일본
하지만 여타 주요국이 금리 인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의 완화기조 유지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다.
결국 엔화 가치가 계속 추락하자 일은은 자국 돈 가치 방어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이 22일 엔화 강세를 이끌기 위한 환율 개입에 나섰다. 지난 1998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달러/엔 환율이 24년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엔화 약세 가속화에 따른 조치다.
전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고 초완화적인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히자 달러/엔 환율이 145엔을 웃도는 등 엔화 가치가 24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일본 외환당국이 환시에 개입했으며, 엔화는 빠른 속도로 급락했다.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급등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결단력있는 행동을 취했다"고 전했다.
스위스가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한 0.25%로 상향 조정해 이제 일본이 세계 유일의 기준금리 마이너스 영역 국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일본 당국이 달러에 대한 엔화 약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 심리, 수급 무너지며 폭등한 채권금리
FOMC 여파와 각국 통화긴축, 주요국 금리 상승, 환율 고공행진에 국내 이자율 시장도 다시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FOMC 여파가 작용했던 전날 국고채 금리(최종호가수익률 기준)를 보면 국고2년은 21.2bp 뛴 4.070%, 국고3년은 25.7bp 폭등한 4.104%를 기록했다. 국고5년은 20.9bp 급등한 4.114%, 국고10년은 10.6bp 오른 3.997%를 나타냈다.
이는 FOMC 이후 미국 시장이 보인 흐름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FOMC 당일 미국채 2년물은 6.92bp 오르고 10년물은 3.31bp 하락했다. 경기 침체를 반영하며 장기물 금리는 하락했다.
다만 그 다음날 미국 장기금리는 폭등했다. FOMC 다음날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8.39bp 급등한 3.7128%, 국채2년물은 8.66bp 상승한 4.1222%를 기록했다.
전날 웬만한 약세장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의 금리 폭등세가 나타난 가운데 이날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오늘은 전날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10년 금리가 급등했다.
A 증권사 딜러는 "한은 총재 스탠스는 연준을 팔로우 한다는 것이다. 한은의 기본 스탠스가 이런 이상 미국채 금리가 안정되지 않는 한 한국 금리도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C 은행 딜러는 "향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정책금리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장금리는 분명 오버슈팅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손절 등으로 시장이 망가져버린 상황에서 당장 뭘 어쩌겠는가"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