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7일 "엔화를 둘러싼 환율여건과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만큼 엔화의 약세 국면도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금센터는 "통화가치 회복은 글로벌 통화긴축 및 강달러 정점 통과에 좌우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연준을 필두로 한 글로벌 통화긴축이 정점을 통과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할 경우 금년 들어 약화된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회복되면서 약세국면이 전환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현재의 엔화 약세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HSBC는 현재 엔화와 위험지표(VIX) 사이에서 드물게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으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최종 정책금리 인상 전망이 환율에 완전히 반영된 이후에는 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Goldman Sachs는 엔화의 강세 전환은 미국 경기침체 위험이 확대되고 일본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의해 BOJ의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엔화의 '극단적 저평가' 상태가 부각되는 시점에 나타날 것으로 예견했다.
■ 엔화 얼마나 약한가
7일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속에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4엔을 돌파했다.
연간 약세폭은 사상 최대(장중 고점 144.384엔,-20.3%)에 이른다.
국금센터는 김선경·이상원 연구원은 "금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미달러 환율은 24년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 달러화 대비 약세폭도 G10 통화 중 최대"라고 밝혔다.
그간 연간 약세폭이 최대를 보였던 해는 79년(-19.1%)이려 최근 이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치 급락은 여타 G10 통화와 비교해도 매우 큰 편이다. 전세계 147개 통화 중에서도 엔화보다 연간 약세폭이 큰 국가는 11개에 불과할 정도다.
G10 통화의 대미달러 약세폭(9/6일 기준)은 일본(-19.4%) > 스웨덴(-16.1%) > 영국(-14.9%) > 유로존, 덴마크(-12.9%) > 노르웨이(-12.1%) > 뉴질랜드(-11.5%) > 호주(-7.3%) > 스위스(-7.2%) > 캐나다(-3.9%) 순이다.
엔화의 초약세는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 속 일본은행과 연준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주된 배경이다.
연구원들은 "달러화는 연준의 공격적 통화긴축, 미국경제의 상대적 호조 등으로 달러인덱스가 200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10을 돌파하는 등 초강세(연간 +15.2%) 지속 중"이라며 "반면 엔화는 완화 기조를 고수 중인 일본은행과 공격적 통화긴축을 하고 있는 여타 중앙은행의 차별화로 약세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대미 금리차 확대로 약세압력이 가중되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통화완화를 유지 중인 가운데 외환당국도 아직까지 직접개입보다는 구두개입 수위 조절에 그치고 있어 정책측면에서 약세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김선경·이상원 연구원은은 "엔화가치 급락 제한을 위해서는 약세를 촉발한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전환되어야 하지만, 일본은행이 금리상승 억제를 위해 무제한 국채매입을 지속 중인 현재 시장에서는 이 가능성을 희박하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MUFJ Morgan Stanley는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구로다 총재가 ‘일본은행이 금리를 소폭 인상 하더라도 엔화 약세를 막을 수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시장의 정책 변화 기대를 효과적으로 없앴다고 평가했다.
Jeffries는 일본은행이 실질임금 상승률이 지속되기 전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며, 이로 인해 엔/달러 환율은 150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경·이상원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현재 구두개입 강화에 그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당장 직접개입에 나설 여지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당국이 직접 시장에 달러 매도 개입한 사례는 1997년 12월~1998년 6월(대미달러 환율 122엔~147엔), 매수 개입은 2011년이 마지막이다.
9월 7일 마츠노 관방장관은 "최근 빠르고 일방향적 환율 움직임을 우려한다. 이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스즈키 재무상은 "최근 엔화 움직임은 다소 가파르며 일방향적"이라며 "엔화 약세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Daiwa Securities는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현재 엔화 약세가 일본 내부적 문제가 아닌 달러화 강세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는 외환당국이 즉각 시장개입에 나서거나 일본은행이 정책을 변경할 필요성이 없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MUFG는 일정 시점 도달 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로써는 당국이 이를 꺼리는 것으로 평가했다.
7일 구두개입 수위가 강해졌지만 실제 단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약세가 지속됐다.
김선경·이상원 연구원은 "보다 강한 구두개입, 일본은행-재무성-금융청 3자 회의 소집 시 약세 제한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더라도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 관리 정책(YCC)을 고수하는 한 시장 개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 강화된 엔화 약세 전망
아직 연말 엔/달러 환율 140엔대를 전망하는 금융사들은 소수지만 최근 제시된 의견들을 고려할 때 환율 전망치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8월 하순부터의 가파른 엔저 재개에도 불구하고 연말 140엔대 환율 전망은 아직 소수 의견이다.
8월 29일 이후 Goldman Sachs, Nomura, Standard Chartered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2022년말 대미달러 예상 환율을 각각 145엔, 130엔, 132엔으로 제시했다.
12개 주요 해외 IB 중 연말 140엔대 환율을 예상하는 기관은 3개에 불과하다. 평균은 133엔이며, 이후의 예상 경로도 강세 방향(23년 3월말 131엔, 6월말 128엔)이다. Goldman Sachs 145엔, JPMorgan 140엔, Morgan Stanley 140엔을 제시하고 있다.
국금센터는 그러나 "엔화가 주요 심리적 저항선인 140엔을 크게 돌파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선회 전까지 엔화 약세 기대가 강화되면서 환율 전망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Goldman Sachs는 시장의 대미 금리차 확대 및 연준 최종 정책금리 상향 조정 기대를 고려해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3개월내 145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금융여건 완화를 억제하고 위험회피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환율 상승세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JPMorgan은 최근 시장이 이미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40엔을 기준으로 여기지 않고 있고 그 외 뚜렷한 저항선도 부재함에 따라, 1998년 전고점인 147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HSBC는 2023년 하반기 중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수 개월 간 145엔을 넘어설 오버슈팅 가능성이 잠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Mizuho는 최근의 엔저는 미-일 금리차 확대 등의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며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