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3시10분 현재 주요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궁지 몰린 채권시장...외국인·환율·금리전고점 보면서 전전긍긍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에 이어 다시금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면서 채권금리가 크게 뛰었다.
장중 채권 만기별로 6월의 전고점을 뛰어넘는 모습도 나타난 가운데 투자자들의 긴장감도 이어지고 있다.
일단 외국인이 이틀간 대규모의 선물 매도 공세를 퍼부으면서 저가매수가 힘을 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6월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딜러들이 포기 단계에 진입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면서 "딜커들이 하나, 둘 짐을 싸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 외국인, 전날에 이어 다시 시장을 밀었다
전날 외국인은 3년 선물을 1만 2,495계약, 10년 선물을 9,948계약 순매도하면서 금리 급등을 견인했다.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선물 매도세였다.
그 전날 3선과 10선을 각각 6천개, 2천개 내외씩 순매도하면서 긴장감을 높인 뒤 전날은 화력을 더 집중시키면서 시장을 억눌렀다.
외국인은 이날도 선물을 대거 팔면서 금리 급등을 견인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외국인이 선물 매도에 힘이 실리자 금리 레벨은 더 뛰었다. 2년, 3년과 같은 짧은 채권 금리가 3.8%에 다가서고 5년은 3.8%를 훌쩍 넘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당장은 외국인 매도와 환율 움직임이 꺾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나마 둘 중의 하나라도 멈춰야 숨통이 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의 전고점 경신 흐름
환율은 최근 채권시장의 긴장감을 키웠다.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한은의 긴축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다.
달러/원은 이날 지난 29일 기록한 고점(종가 1,350.4원)을 뛰어넘어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장중 15원 넘게 급등하면서 채권시장에도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달러/원은 29일 19.1원 폭등한 뒤 이틀간 각각 3.7원, 9.1원 하락하며 레벨을 낮췄으나 이날 재차 크게 튀고 있다.
한국은 2009년 4월 이후의 고점을 경신하는 중이다. 많이들 얘기했던 1,400원까지 열릴지 주목을 받고 있다.
환율 흐름에 대해선 과도하다는 평가들도 나오지만, 미국의 긴축 흐름에 더해 한국의 무역적자 지속도 위쪽이 더 열릴 수 있다는 점에 설득력을 더해 줬다.
이날 관세청 발표를 보면 8월 수출은 567억달러, 수입은 661억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9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6.6%(35.1억달러) 늘어난 반면 수입이 28.2%(145.7억달러) 증가해 무역 적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47억달러로 같은 기간 작년에 기록한 무역 흑자 207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8월 한달만에 100억달러 가까운 적자가 쌓이면서 수급적으로도 환율이 방향을 틀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유럽 경제 불안, 연준의 강도높은 긴축 지속, 중국 코로나 재유행 등 주변 환경에 더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가 나타나다 보니 달러/원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인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C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위험자산 급락 분위기 속에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레벨, '여기서 얼마나 더 밀릴 수 있을까' VS '이 분위기서 가격 반등하면 차라리 밀겠다'
금리가 6월 고점으로 올라온 뒤 여기서 더 밀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도 보인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워낙 냉각돼 있다보니, 가격 반등 시도 시 분위기를 역이용하겠다거나 레벨 메리트 평가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현재의 레벨에 대해 "여기서 밀려봐야 얼마나 더 밀릴까 하는 생각"이라며 "지금 금리에서 예컨대 조금 더 밀리면 개인들이라도 국채를 사러 몰려들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이전까지 장기간 저금리가 지속될 때 구경하기 힘들었던 고금리 세상이 다시 열리면서 매력을 느끼는 주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상승세지만 한국의 경우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도세에 따른 수급 이슈로 인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과도한 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며 "금리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TB 10년 금리가 최근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전고점 영역과는 여전히 30bp 이상 차이를 두고 있으며, 지난 6월 한국과 함께 금리 상승세가 가팔랐던 호주 국채 10년 금리 역시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고점 영역과 아직도 큰 차이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국들도 지난 6월 금리가 연중 고점을 형성했지만, 이 고점과 비교할 때 최근 한국의 금리 오름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시장의 매수 심리는 큰 타격을 입을 상황이며, 6월 고점을 기준으로 삼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들도 보인다.
A 증권사 관계자는 "6월 금리 고점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예컨대 미국 정책금리가 4%까지 오를 수 있고 한국이 이창용 총재 말대로 독립적이지 않은데, 지금의 시장 금리가 진짜 매력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ECB의 금리 75bp 인상시 게임 끝, 아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금리 상단과 관련한)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지금은 저가매수를 저울질 할 때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금리 급등에 오버슈팅 성격이 있지만, 기술적 가격 반등마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조심해야 할 때라는 진단도 나온다.
D 증권사 딜러는 "일시적으로 과열권 같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반등할 만하면 밀리고, 또 밀리고 하는 바람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 채권시장 두려움의 근원, '최종 기준금리 상단 열려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매파성을 강조하기 위해 꽤 새로운 말들을 했다.
예컨대 한국 통화정책이 정치에선 독립돼 있지만 연준에게선 독립돼 있지 않다는 점,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멈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시장을 압박했다.
아울러 물가 피크아웃이 문제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얼마나 빨리 떨어뜨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예컨대 내년말 물가를 3%로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 물가 4~5%선에선 계속 긴축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한미 금리차 그 자체를 타겟하지 않지만 금리차가 커질 때 두고만 보기 어렵다는 점 도 언급했다.
채권 투자자들에겐 한은 총재의 이같은 강도 높은 표현들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해외파' 한은 총재의 이런 모습에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자신감은 한층 더 떨어졌다.
E 딜러는 "이제 연말 기준금리 3% 이후 내년에도 계속될 금리 인상에 다들 주눅이 들어 있다"면서 "심리가 망가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이 모두 75bp씩 올린 뒤 주변에서 한국 빅스텝 같은 압박이 나온다면 시장은 더 망가질 수 있어 쉽게 저가매수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시장이 기준금리 3.5% 반영 등을 얘기하지만, 최종 기준금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금의 분위기가 시장 불안의 근원"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