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7월 27일 FOMC 당시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9월, 커져버린 미국과 유럽 동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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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잭슨홀 이벤트를 통해 각 지역 통화정책가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낸 가운데 9월엔 미국과 유럽의 동시 자이언트스텝이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 관계자들은 쉼없이 매파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잭슨홀에서 의기투합한 듯 유럽 쪽 인사들도 큰폭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주 금통위에서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목소리를 선보였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그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매파적 목소리를 냈다.
■ 연준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매파적 목소리를 쉬지 않고 내면서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9월 FOMC의 75bp 인상 확률을 70%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역 연준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강도 높은 긴축 필요성을 어필하자 시장의 가격변수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준에서 공개시장운영을 담당하는 뉴욕 연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30일 "내년에도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리를 아래쪽으로 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그 수준을 내년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연준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 수준을 2%로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6월과 7월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정책금리 상단을 2.50%로 끌어올린 상태다.
올해 들어 3월 25bp 인상으로 금리 인상사이클 개시를 알린 뒤 다음 금리결정회의인 5월엔 인상 보폭을 50bp로 넓혀 금리 상단을 1%에 맞췄다. 그런 뒤 더욱 강도 높은 인상을 지속하는 중이다.
토마스 바킨 미국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30일 헌팅턴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준의 책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고용과 같은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강도높은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경제지표가 발표된다면 75bp 금리인상에서 물러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높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유럽 정책가들은 물가를 잡는 데 매진하는 중이다. 지나치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지금의 물가를 잡기 쉽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다.
■ 유럽, 자이언트스텝 목소리 분위기 장악하는 중
잭슨홀 시점부터 유럽 통화정책 관계자들도 자이언트스텝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로버트 홀츠만 위원은 28일 "75bp 인상이 다음달 논의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고, 클라스 노트 위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만큼, 내달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는 뜻을 공개했다.
뒤이어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유럽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하면서 자신들이 강력한 매파로 변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스티안 바슬러 ECB 정책위원은 30일 "다음주 통화정책회의에서 75bp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면서 이런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에너지 가격 문제로 유럽 지역은 러시아에 목덜미가 잡혀 있으며, 계속해서 물가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로존 맹주 독일 물가가 40년래 최고치를 이어가면서 ECB의 큰 폭 금리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나겔 총재는 "경기침체 우려를 핑계로 추가 금리인상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되지 않으면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워진다"면서 주변 중앙은행 총재들에게도 강도높은 긴축 필요성을 설파했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 사이에서 이에 수긍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놋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금리 정상화와 선제적 긴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뮐러 총재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75bp 인상도 고려 대상 중 하나이며, 인플레 억제를 위한 정책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 한국, 다시 한번 빅스텝 밟을 가능성은...
미국, 유럽 쪽 분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돌면서 일각에선 한국의 분위기도 다소 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비치기도 했다.
지난주 금통위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으나 이창용 총재는 기대를 능가하는 매파적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이었지만, 총재는 여전히 연말 기준금리 기대치 2.75~3% 전망치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아직 발걸음을 다시 한번 크게 뗄 생각은 없는 듯했다. 물론 총재도 '전망이 크게 어긋날 경우'엔 변화가 올 수 있으니 완전히 가능성을 닫은 건 아니었다.
한국에선 7월 13일 처음으로 50bp 인상, 즉 빅스텝이 단행된다. 이후 총재는 '별일 없으면' 25bp씩 꾸준히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시장도 이 약속에 기대고 잇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시장은 25bp씩 계속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본다"면서 "물론 총재가 인상폭을 완전히 고정시킨 것은 아니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 한은 등은 물가 '피크아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물가 상승률을 낮출 수 있을지를 관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알린 상태다.
파월 등 연준의 여러 인사들은 물가목표 2%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내년 후반부에 물가를 3%로 낮출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국은 9월에 금리결정회의가 없다. 만약 미국, 유럽이 모두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상황이 변하기 위해선 물가 데이터에 큰 변화가 와야 한다.
주요국 긴축 기조에 국내 채권시장 심리도 크게 냉각돼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일단 한은이 25bp 인상 루트를 밟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가 해 놓은 얘기가 있으니 일단 25bp씩 인상되는 것으로들 생각하고 있다"면서 "향후 경제, 물가 관련 데이터가 다르게 나올 상황도 아닌 듯해서 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