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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창용, 향후 기준금리 '3%+알파' 시사...매파적 이벤트에 궁지 몰린 채권시장

  • 입력 2022-08-25 14: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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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출처: 한은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출처: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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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25bp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준 가운데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짧은 쪽 금리가 20bp 넘는 폭등을 기록하기도 한 가운데 이날 금통위는 이자율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매파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선 3% 이상의 금리인상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러면 기준금리 3%는 무조건 간다고 생각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9월에도 75bp를 인상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한은 총재가 상당히 매파적으로 나왔다"고 판단했다.

■ 한은 총재의 확실한 메시지, "물가 피크아웃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날 이벤트는 확실히 물가에 방점이 찍혔다.

시장에선 이 총재가 물가 우려와 함께 경기 부담을 비슷한 정도로 얘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 총재는 확실히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쪽을 택했다.

한은 총재는 특히 물가가 고점을 본 뒤에도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을 안정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정점에 도달해도 5%대 유지 가능성 크다"면서 경계감을 늦춰지 않았다.

총재는 "정점과 관계없이 높은 물가 지속이 예상돼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3분기말, 4분기 초 당초 예상했던 시점보다 빨리 고점을 볼 수 있지만, 예컨대 5%대의 물가가 지속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총재는 "성장률이 전망과 큰 차이가 없고 물가가 5%를 유지하면 물가를 먼저 잡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러면 계속해서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우리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선 물가가 내년 하반기에 3%로 빨리 내려가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은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은 총재가 물가 피크아웃보다 물가 둔화 속도의 중요함을 어필했다"면서 상상 이상의 매파적인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 늘어나는 기준금리 3% 이상 보는 사람들...얼마나 더 오를지는 물가에 달려 있어

한은 총재는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2.75~3% 전망에 대해 다시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뉘앙스는 3% 이상을 보라고 말하는 듯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총재는 연말 2.75~3%에 대한 입장이 여전한가 하는 질문에 "시장 견해는 아직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물가 문제를 강조하면서 3% 이상의 기준금리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A 증권사 딜러는 "당초 한은 총재가 경기 하강 위험도 감안해 완만한 인상 기조 유지 쪽으로 말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사실상 총재는 오늘 물가 얘기만 했다"면서 기준금리 3%를 기본으로 놓고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년에도 한은이 금리를 계속 올릴지, 또 얼마나 더 올릴지는 결국 물가 안정 속도에 달려 있다.

한은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가 높게 유지되면 긴축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정책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다만 총재는 향후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총재는 지금의 정책금리(2.50%)를 중립금리의 중간 수준으로 평가한 뒤 향후 중립 후반부를 벗어나 긴축으로 갈 수 있는지 여부도 물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 시장의 정책금리 리스크 반영은 충분한가

이날 국고2년과 3년이 장중 20bp 내외의 폭등세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시그널에 크게 주눅이 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옹기종기 붙어있는 국고채 금리 레벨 3.2%대 수준은 충분히 저가매수할 수 있는 영역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진 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상당 구간의 국고채 금리가 이제 3.5%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으며, 국고5년 등은 3.6%에 근접하고 있다.

시장엔 미래 기준금리 전망을 크게 올려 잡으면서 '변동성'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한은 총재는 이날 물가, 경기 전망과 관련해 지금은 불확실성이 워낙 커 3개월 이상을 전망하기도 어렵다는 스탠스도 보인 바 있다.

아무튼 매파적인 분위기에 중점을 두면서 일단 내년 한,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열어두는 모습도 보인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총재 말처럼 내년도 문제는 지금 가늠하기 어렵다. 유가, 환율, 러-우 전쟁 등을 고려해 내년까지 기준금리 3.5% 정도까지는 열어두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 "현실적으로 올해 말 기준금리는 3%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제 남아 있는 두 차례(10월, 11월) 금리결정회의에서 한은이 25bp씩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3%가 된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 3%, 내년 기준금리 3~3.5% 사이, 시장금리 3년물 기준으로 +20bp 내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내년에도 금리를 올리느냐는 질문에 "힌트 드렸다. 당분간 25bp 인상 기조"라며 "언서턴티(불확실성)가 심하다. 내년 금리 어떻게 할지 금통위원과 깊이 얘기하기도 어렵다. 불확실성 크다"고 했다.

즉 연말까지 베이비스텝을 이어가고 내년 상황은 해가 바뀔 때의 경기, 물가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 시장 일각의 항변 "지난번엔 경기우려도 강조하더니..."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한은 총재가 경기 리스크까지 거론하다가 이렇게까지 매파적으로 바뀔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확실한 메시지는 좋은데 총재가 저렇게까지 매파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A 증권사 딜러도 "지난 번과 비교하면 한은 총재 스탠스가 (매파 쪽으로) 급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25% 반영이나 금리가 오버슈팅 중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넋을 잃고 지켜 보는 모습도 보인다.

당장은 잭슨홀이 또 얼마나 매파적일지 알 수 없어서 저가매수 같은 것을 따질 때가 못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저가매수를 논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 그리고 잭슨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담은 플레이어들이 그야말로 멘탈 붕괴 상태에 직면했다"고 했다.

F 증권사 딜러는 "시장 심리는 완전히 무너졌다. 딱히 짚이는 것도 없다"면서 "이제 또 다시 10bp 단위의 '와리가리' 장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금리 전고점도 사정권 내로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8월 금통위는 이자율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파적인 이벤트가 돼 버렸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금리 전고점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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