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월 14일 3.4781%에서 고점을 찍은 뒤 8월 1일엔 2.5705%로 급락했다.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에 금리는 90bp 넘게 되돌림됐다.
금리가 크게 뛴 뒤 경기 침체와 물가 피크아웃 전망이 늘어나면서 시장엔 연준 피봇(pivot)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즉 내년 하반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인식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가격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 피봇 기대가 되돌림됐으며, 며칠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변했다. 달러/원 환율은 13년 남짓만의 최고치로 뛰었고 국내 금리도 급등했다.
■ 6월 FOMC 기점으로 피봇 기대에 급등했던 주식·채권의 되돌림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종합지수를 보면, 이 지수는 지난 6월 17일 10,646.10까지 밀린 뒤 얼마전인 8월 15일엔 13,128.05까지 뛰었다.
나스닥이 지난 6월의 저점에서 최근 15일까지 기록한 상승률은 23.3%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나스닥은 이틀 연속 2% 넘는 하락을 나타내면서 12,000대 초반을 향해 떨어졌다.
연준 피봇에 대한 기대감이 퇴색하고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 채권시장 모두 6월 FOMC를 기점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면서 강세 무드를 이어갔다. 연준의 공격성이 둔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반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전망엔 물가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다시금 매파적인 목소리에 힘을 싣고, 유럽 물가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졌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6월 FOMC를 기점으로 반등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긴축 전망 약화와 PER 회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간 성장과 관련한 긍정적 소식은 많지 않았고 실적 전망 하향이 잇따랐으나 시장이 반등했다"며 "S&P 500의 12MF PER은 15.4를 바닥으로 18.4까지 상승했다. 긴축 전망의 되돌림은 경제지표 둔화와 물가 상승세의 약화를 확인하면서 이뤄졌지만 속도감이 빨랐다"고 평가했다.
주식, 채권 모두 '연준 피봇 기대'를 바탕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고 이 흐름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수익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 판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시장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 7월 FOMC, '변화'에 중점 둔 해석..뒤늦게 '아차'한 시장
최근 7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 뒤 시장이 긍정적으로 해석한 대목이 있었다.
연준 위원들은 "통화긴축을 지속하지만 일정 시기가 되면 통화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은 "필요 이상의 긴축기조로 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 표현을 본 뒤 시장은 9월 FOMC의 75bp가 아닌 50bp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더욱 무게를 뒀다. 당시 페드와치 툴은 50bp 인상 확률을 60%대 중반 근처로 높였고, 미국시장은 의사록의 도비시한 부분에 천착했다.
하지만 이 시기 영국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발표됐다. 영국 7월 소비자물가가 10.1%나 뛰면서 영란은행의 연속 빅스텝에 힘이 실렸으며, 유럽 금리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연준의 잭슨홀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이 연준 의도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미국, 유럽 등의 금리는 재급등했으며, 주식시장은 '피봇 기대 후퇴와 금리 상승'이라는 악재에 하락전환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시장금리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한 후 과도한 기대를 하자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다시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면서 "결국 자신 만만하던 시장이 유럽의 에너지 대란 등 주변 상황을 보면서 주눅이 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 중앙은행들의 지속된 전망실패 '에러'..보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
지난해 연준은 물가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한은 등 다른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들어서도 물가는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결국 연준 등 상당수 중앙은행들은 데이터를 확인한 뒤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금리인상의 폭을 조율하는 중이다. 금리정책의 선행성을 강조했던 상당수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변해버린 태도에 입을 닫았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말이 좋아서 '데이터 디펜던트'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말장난을 하는 중이라는 비난까지 내놓고 있다.
아무튼 중앙은행의 전망 자신감이 떨어진 가운데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경제가 더 큰 후폭풍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장도 의식하고 있다.
즉 지난 1970년대처럼 중앙은행이 물가 통제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완화적으로 스탠스를 전환하면 물가가 재급등하는 등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연구원은 "1970년대의 경우 물가 급등은 한번이 아니라 3파까지 이어졌다"면서 "따라서 지금은 연준이 섣부른 피봇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유럽 쪽 물가에서 봤듯이 전망의 실패는 계속되는 중"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잭슨홀도 물가안정과 긴축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 피봇기대 되돌림 속 '금리 메리트, 외국인, 오버슈팅 가능성' 등으로 복잡한 심기
이자율 시장은 이번주 금통위의 25bp 금리인상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전망에 '큰' 변화만 없다면 당분간 25bp씩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은도 약속한 페이스 대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횟수나 최종 기준금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놓고 2.75%: 3.00%가 맞섰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아침 한은이 발표한 기대인플레는 인플레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는 수치를 보여줬다.
올해 큰폭으로 오르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상승률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작년 말과 연초 2.6% 수준에서 3월 2.9%, 4월 3.1%, 5월 3.3%, 6월 3.9%, 7월 4.7%로 최근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8월 수치는 4.3%로 전달에 비해 0.4%p나 낮아졌다.
C 증권사의 한 딜커는 "내년 금리인하라는 연준 피봇 기대가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9월 50bp 인상이 75bp 인상으로 오히려 시장에 더 불리한 피봇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다만 한국에선 기대 인플레 둔화라는 고무적인 수치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연말 기준금리 3%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이날 장중 국고3년이 3.3%를 넘어서는 등 금리가 이미 악재 가능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어 더 밀리는 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은 금통위, 잭슨홀 등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낫다는 진단도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매매주체는 외국인이란 점도 부담이 된다.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3년선물 1.3만개, 10년 선물 7천개에 육박하는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친 뒤 전날엔 3선을 2천개 남짓을 순매도하고 10선을 1천개 남짓을 순매수했다. 오늘은 1시30분 현재 3선을 4500개 남짓 순매도하는 등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10선 매도 규모는 500개 정도다.
D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외국인 매매를 보면 계속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일단 이들은 계속 금리를 높이면서 커브는 누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위기가 조심스러워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감안하면서 보수적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E 딜러는 "여기서 10bp 정도를 맥스로 본다. 다만 지난번에 3.6%를 훌쩍 넘은 적도 있어 비이성적인 손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