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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어쩔 도리 없는 대외요인...1300원 넘어서도 고공행진 중인 달러/원

  • 입력 2022-07-15 15:1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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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시3분 현재 달러/원,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3시3분 현재 달러/원,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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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환율 1,300원이 열린 뒤 일단 1,300원대 중반까지는 각오해야 할 것이란 진단도 많다.

이런 가운데 환율 상승세가 상당히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나 이월 네고 물량 등이 수급 차원에서 환율 상승세를 일시 제어할 수 있지만 큰 그림의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1,300원 뚫어낸 뒤에도 계속되는 달러/원 고공행진

종가기준으로 보면 작년 말 달러/원 환율은 1,188.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 해 동안 102.5원 올랐다.

이후 올해 들어선 오름세가 더욱 빨라졌다. 올해 상반기(6월 30일)엔 1,300원에 밀착한 1,298.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반기 동안에만 109.6원 오른 것이다.

특히 지금은 1,300원을 뚫어낸 뒤에도 계속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종가기준으로 달러/원은 지난 6월 23일 1,301.80원을 찍어본 뒤 잠시 1,300원대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았다. 하지만 7월 5일 1,300.30원을 기록하면서 1,300원대에 재진입한 뒤엔 지속적으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전날 1,312.1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이날은 1,320원을 넘어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대외요인이 워낙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로존에선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국의 인근국인 일본, 중국은 통화긴축이라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

결국 이런 나라들의 사정은 원화의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 외환당국도 인정한 어쩔 수 없는 환율 상승

지금은 미국 달러가 독주하는 시대다.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와 매파적인 통화정책 등으로 달러 강세엔 여전히 힘이 실려 있다.

국내 외환당국 역시 개입의 한계를 감안하고 있다.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다보니 13일 금통위에선 한은 총재에게 환율 조치 필요성을 묻는 질문들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예컨대 환율이 12일 1,316원까지 오르면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언론에선 한미 통화스왑이 필요성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다만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싶으면 언론들은 습관적으로 한미 통화스왑을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이창용 총재도 우선 이 점을 꼬집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 당시 "통화스왑을 자꾸 이야기하는 게 우리가 97년으로 돌아가거나 2008년으로 가는 것 아니냐 하는 마음이 뒤에 있어서 자꾸 그러는 것 같다"면서 "우선 그런 상황이 아니다. 두 번째 통화스왑 얘기가 좀 복잡한 이유는 2008년, 코로나 시기 한·미 통화스왑을 마치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 이렇게 한 것으로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통화스왑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당시 미국이 주요 신흥국도 포함시킬 때 한국도 포함됐던 것이다. 특별히 한국만 따로 배려해서 한 게 아니었다.

연준은 주요 선진국과 상시 통화스왑을 갖고 있다. 위기 시엔 이머징 마켓의 중요 국가들 금융시장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머징 마켓'의 중요한 나라인 한국 등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던 것이다.

물론 총재는 "한국과 미국만의 통화스왑은 별도의 문제"라고 했다.

총재는 또 지금의 높은 환율은 우려하는 게 '위기 경험의 트라우마'로 평가하면서 높아진 환율에 대해 과장해서 접근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지금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 굉장히 긴장들 하고 1997년과 비교하기도 하고 2008년 하고도 비교하고 그러는데, 그 당시와 비교하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가치가 우리만 떨어지는 게 아니고 달러가 강세가 되면서 엔화, 유로화, 메이저 커런시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절하되고 있다"며 "다만 최근 들어서 전 세계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가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과 중국의 환율이 더 많이 절하되다 보니까 중국과 일본과 수출 경쟁관계가 있는 한국이 경기가 조금 더 나빠지지 않겠냐 이런 면에서 최근 들어 엔화와 중국 위안화와 동조되면서 우리가 더 절하되는 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의 자본이 안전자산을 찾아서 빠져나가고, 또 전 세계적으로 달러를 제외한 환율들이 절하되는 그런 국면이기 때문에 2008년이나 1997년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나라 상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한국이 어떤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 달러/원 환율, 미국은 선진경제권 중 가장 매파적이고 유로존은 불안에 휩싸여 있고...

달러/원 환율의 흐름과 관련해 여전히 대외 요인이 중요해 보인다.

최근 국내 무역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 등도 원화 약세 심리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대외 큰 그림이 바뀌지 않으면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즉 글로벌 강달러 요인이 누그러져야 환율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미국 현지에선 연준 인사들이 7월 FOMC 회의에서 100bp가 아닌 7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발언해 달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환율은 13년 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선제적으로 가장 매파적 방향을 제시했던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100bp 아닌 75bp 인상 지지' 발언이 강달러를 제약하는 역할을 했으나 달러 고공행진 그 자체를 막지는 못한 상태다.

환율은 지난 2009년 4월 30일 장중에 기록한 1,325.0원 이후 가장 높다. 달러인덱스가 108을 넘어서면서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은행의 한 딜러는 "불라드의 누그러진 발언이 있었지만 연준의 강도높은 금리 인상은 지속된다"면서 "반면 유럽은 이탈리아 등이 걱정인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한계가 있고, 아시아의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방향과 차이가 있어 달러/원 환율이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달러인덱스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 지역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이 달러의 독주를 계속 지지해주고 있다. 최근엔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의 사임, 가스 수급에 대한 우려 등으로 스산한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유로와 달러의 패러티(1:1 등가)가 무너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ECB가 정책금리 인상과 동시에 주변국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제한 국채매입 등 추가 안정화(backstop)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정책 마련 시에도 조기시행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남유럽권, 특히 이탈리아의 재정 상태는 좋지 않다.

2021년말 기준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51%로 2010~2012년 재정위기 당시 평균수준(122%)을 능가했다. 스페인(73.5%→118%), 포르투갈(115%→127%), 그리스(162%→193%로 역내 최고) 등도 모두 당시보다 부채비중이 높아졌다.

박미정·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재정건전성 악화, 단기내 ECB의 고강도 안정화 기구 가동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 유로존 주변국 국채시장 불안이 확대될 위험성이 높고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제2의 유로존 재정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센터의 황유선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의 성장동력인 독일 경제의 추락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독일의 어려움으로 유럽 전체적으로 경제 하방압력이 강화되면 이는 EU의 결속력 약화 등 정치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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