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달러/원 환율 일봉 그래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달러 독주 시대의 채권과 주식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원 환율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이 금리인상 전망이 환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봉쇄, 완화적인 BOJ 등은 미국과 다른 나라 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차별화시키고 있다.
27일 뉴욕 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전장대비 0.67% 높아진 102.99에 거래돼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FOMC의 50bp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이 됐으며, 일부 매파들은 향후 한번에 75bp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달러/원은 28일에도 급등해 1,270원을 상향 돌파했다.
■ 글로벌 달러 강세
미국이 겨우 금리를 1차례 올렸을 뿐이지만 달러 강세는 두드러진다.
더 이상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가 그 나라 자산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하던 달러가 아니다. 한국 원화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반적인 시장의 리스크 회피 분위기 속에 위험통화인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날 달러/원은 14.4원 오른 1,265.2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이날 1,270원을 넘어 속등 중이다. 환율은 2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당국 역시 긴장할 수 밖에 없어 개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수급적으로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팔자를 이어가고 결제 수요가 이어지지만, 네고가 별로 없다 보니 달러/원의 상승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역외에서도 계속 달러 사자를 지속하고 있어 과도한(?) 환율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환율과 채권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도 다소 긴장하고 있다.
일부에선 외국인이 채권을 사고 있지만 환율 급등세가 더 이어진다면 한국물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특히 환율 급등은 물가 압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물가 오름세에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 추락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스콤 CHECK(3275)를 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는 5.5조원, 순투자는 1.6조원 수준이다.
올해 연초 이후 순매수는 24.1조원, 순투자는 8.7조원 수준이다.
외국인은 올해 1~2월 8.6조원에 가까운 순투자를 했으나 3월엔 1.7조원의 '마이너스' 순투자를 기록했다.
이후 4월엔 다시 순매수와 순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에선 리스크 오프에 따른 메리트와 함께 외국인이 한국물 전반을 팔 가능성 등을 동시에 생각해 보기도 한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쨌든 리스크 오프 분위기는 안전자산선호 차원에서 채권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면서 "다만 환율 급등세가 더 이어져 외국인이 한국물을 다 던지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B 증권사 딜러는 "환율 급등이 눈에 띄기는 하는데,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채권 매도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환율에 따른 물가를 우려하는 시각은 적지 않다. 인플레 우려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고공행진이 물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 기재부가 구두개입을 하고 실개입도 하고 있지만 잘 꺾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국 물가 측면에서 환율이 채권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환율과 주식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 투자를 줄이는 중이다.
달러/원 상승 흐름과 외국인의 주식 팔자가 맞물려 환율 상승 순환고리도 작용하고 있다.
이달들어 외국인은 27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5.1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단 3일 매수했으며, 오늘도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국내 주식을 계속 줄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조원 남짓 순매도 중이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강도가 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추가적인 원화 약세를 부를 수 있으며, 이 부분이 다시 매도를 부를 수 있는 악순환 고리도 작동 중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약한 현실적인 문제는 외국인"이라며 "펀더멘털 이슈보다는 삼성전자, 현대차 중심의 외국인 매도세 집중이 차별적 주가 부진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2년간 달러/원 환율 1,200원 전후는 외국인 수급 변곡점이라는 경험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신흥국향 자금 유입세에도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차별적인 매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2년전 55% 수준이었던 외국인 지분율이 51% 수준까지 하락하며 2011년 이후 저점 수준인 50%에 근접하고 있다. 2018년 이후부터 추세적인 비중 축소가 진행됐던 현대차의 경우도 외국인 지분율(26.5%)이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향후 외인들의 매도세가 진정되고 '과도한' 원화 약세가 돌려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주가 상승 탄력은 커질 수 있다. 이런 외국인 자금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의 매도 강도가 완화되는 점에 기대를 갖기도 한다.
일각에선 환율이 이미 지나치게 급등했다고 보면서 최근 환율 급등이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예비하고 있어 지금은 저가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할 때라고 보기도 한다.
펀드매니저 출신 교수 D씨는 "최근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도에 국내 대표주들이 지나치게 빠졌다"면서 "환율이 도와주는 이 때에 국내 대표 수출주들을 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 운용사 주식매니저는 "달러/원은 달러/엔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지금이 실적 피크 시즌이라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좋은 것 같고 코스닥은 여전히 차익실현 모드"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주가 모두 다음주 초 FOMC 회의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파월이 명확히 방향만 제시해 준다면 주식시장은 일단 단기 안도 랠리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여전한 달러 독주 환경
전 세계 사람들이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내부 요인으로 달러/원 상승을 막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대, 러-우 전쟁에 따른 달러 선호, 코로나에 따른 중국 봉쇄 등은 달러/원 상승을 자극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 재료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모멘텀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가장 두드러진 편이다. 유럽은 러-우 전쟁 충격까지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고 일본은 다른 선진국처럼 공격적 긴축에 나설 수 없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존 사정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원화도 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다.
아울러 한국이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 이전처럼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수출이 한국경제 성장률을 떠받혔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국이 벌어들이는 달러는 줄었다. 유가가 급등하다 보니 올해 1,2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40% 남짓 축소됐다.
현재의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 급등을 불러서 추가적인 경상수지 흑자 축소로 이어지고 이 부분이 다시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악순환 고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단시간에 달러를 제외한 각국 통화가 급속히 약해졌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으나, 여전히 달러가 독주하는 큰 그림은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달러 강세라는 큰 흐름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말 네고나 금융당국의 환 시장 개입, 무엇보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레벨 부담이 환율 상승을 얼마나 막아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