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국채 시장 발전을 위해 다음 정부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시장 일각의 주목을 끌고 있다.
WGBI 편입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국고채 수요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국고채 발행금리와 시장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부총리는 WGBI 편입에 따른 '국가 위상 제고' 등도 거론했다. 특히 최근 국고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입찰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WGBI 편입 여부는 다시 관심사가 됐다.
정부의 연간 국채발행 규모는 2019년 101.7조원에서 2020년 174.5조원, 2021년 180.5조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와 문재인 정부의 '큰 정부' 정책에 따라 국가 빚이 크게 늘어나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WGBI 가입은 새로운 수요처 확충으로 이어진다.
■ 한국, 경제 위상에 걸맞지 않은 WGBI 미편입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23개국 국채로 구성돼 있다. FTSE 러셀이 관리하는 지수로 추종 자금은 2조4천억 달러가 넘는다. 우리 돈 3천조원 정도의 규모다.
글로벌 채권 펀드의 벤치마크 역할도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이 지수에 편입돼 있지 않다.
부총리는 미국 방문 자리에서 "한국의 경우 세계 10대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 위상으로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받고 했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WGBI에 가입했지만 한국은 가입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지만 편입돼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했다.
아시아존에서 주요국이 가입돼 있고 뉴질랜드까지 편입이 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이 지수가 들어가지 못했다.
중국은 최근인 2020년에 편입된 바 있으며, 뉴질랜드는 올해 11월부터 본격 편입된다.
한국은 국채 발행잔액 500억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 등 WGBI 편입을 위한 정량적 조건은 충족하고 있다. 한국의 등급은 AA로 WGBI의 기준보다 4단계 더 높다.
■ 세금 문제
WGBI 편입과 관련해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세금이다.
한국 국채를 매입하는 외국인에게 세금 혜택을 줘야하지만 이 문제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도 최근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 등 조세 문턱을 낮춰야 하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가입 추진은 윤석열 차기 정부에서 이뤄지고, 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한국 국채에 투자하면 다른 선진국처럼 채권투자 이자소득과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해 주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바 있다.
당시 채권시장은 WGBI 추진 과정에 대한 얘기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 외국인 단기자금이 크게 들어오자 정부는 부담을 느꼈다. 결국 비과세 방침이 없던 일로 되면서 WGBI 가입은 미래에 추진할 과제로 넘겨졌다.
■ WGBI, 편입까지의 최단시간은
WGBI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이 지수를 관리하는 FTSE 측과 올해 9월 사전 협의를 한 뒤 관찰대상국에 들어가야 한다.
이후 편입 절차가 무난하게 진행이 되면 내년 9월 최종 편입이 가능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FTSE의 요구 상황을 충족해야 한다.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 달러(400억 유로, 5조 엔) 이상 △ S&P 기준 신용등급이 A- 이상(Moody’s 기준 A3 이상) △ 시장 접근성이 레벨2(시장, 거시경제 및 규제 환경, 외환시장 구조, 채권시장 구조, 글로벌 경제 등의 세부항목 조건 100% 충족)가 돼야 한다.
이 세가지 큰 카테고리 중 한국은 앞의 큰 두 카테고리는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시장 접근성과 관련해 외국인들의 조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외 국부펀드나 중앙은행들은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해 조세협상 면세를 적용 받지만, 그 외 외국 투자자들의 경우는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정부는 FTSE에 WGBI 편입을 신청한 뒤 시장접근성이 레벨2로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FTSE 측과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6개월 이상 검토 후 매년 9월에 있는 연례 심사를 거쳐 최종 편입이 결정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이런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경우 9월 와치리스트에 편입되고, 내년 9월에 최종 편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WGBI 편입시 한국 편입 비중은 얼마나
윤석열 정부가 올해 상반기 WGBI 편입을 위한 사전협의에 착수하면 이르면 오는 9월에 관찰 대상국 목록에 등재될 수 있다.
편입 과정이 낙관적으로 흘러가면 내년 9월에는 최종 편입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편입이 되면 한국의 비중은 최대 2.2%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원은 WGBI 추종자금 2.5조 달러 등을 감안해 한국 국고채 추종자금은 대략 5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KB증권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시 463.5~505.5억 달러(4월 25일 환율 적용시 58~63조원)의 자금이 국내 채권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말 기준 국채의 발행 잔액이 843.7조원이지만,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만기가 1년 이상의 고정금리 채권이어야 하며, 채권별 발행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50억 달러(연준 보유 제외), 일본은 5천억엔(BOJ 보유 제외) 이상이어야 한다. 이로 인해 미 국채 규모는 28조 달러 수준이지만, WGBI가 추종하는 미 국채의 시가총액은 10.3조 달러"라며 "전세계적으로 25.68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가별로 기준은 상이하지만 일정 이상의 발행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고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발행 규모가 큰 3년(82.3조원), 5년(117.7조원), 10년(257.9조원), 30년(205.9조원) 정도만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임 연구원은 "편입 가능성이 높은 국고 3년, 5년, 10년, 30년이 전체 편입될 경우 5,300억 달러(663.8조원)가 유입된다"면서 "1년 미만의 채권은 편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국채는 56.2조원"이라고 밝혔다.
1년 미만의 채권이 모두 3년, 5년, 10년, 30년일 경우 WGBI에 편입되는 규모는 4,851억 달러(607.6조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통상 18~24개월에 걸쳐서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월별 유입되는 금액은 20~29억 달러(2.5~3.6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그 시절의 플레이어들, "아직 관심 안 모아진 상태...관심이 모아지면 달라질 수 있어"
2009년 당시 WGBI 편입 여부가 한국 채권시장의 큰 관심사일 때 이 재료의 진행 상황에 국내 금리를 등락을 거듭한 바 있다.
그 시절과 지금 시절 모두 채권을 사고 파는 플레이어들 중엔 기억을 되살려 영향력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은 아니지만 WGBI와 관련해 가시적인 진척 상황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금리에 본격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관심이 안 모아진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별 영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언제부터, 어느정도의 규모가 들어온다는 리서치가 이뤄진다면 서서히 시장에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WGBI 편입 가능성은 잠재적 호재지만 일단 언제 가능할지가 잡혀야할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WGBI 추진 시점과 편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편입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임재균 연구원은 "지난 추경이 논의될 당시 10조원의 추경은 10bp의 금리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역으로 계산하면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원화로 60조원 내외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WGBI 편입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는 총 60bp 내외"라고 추정했다.
그는 "WGBI 편입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 60bp 내외와 월별로는 3bp 내외의 금리하락 요인을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KB증권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의 WGBI 재도전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