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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원유·곡물 등 가리지 않는 원자재 급등...강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 입력 2022-03-07 13:5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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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러-우 전쟁으로 원자재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지난 주 뉴욕 시장에서 115달러를 넘어선 WTI가 이날은 장중 130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과 EU가 러시아 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 등은 유가 급등세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러시아의 전쟁 지속 의지 등은 원자재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현지시간 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요구를 수용하고 저항을 멈출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향후 뉴욕 정규장에서 유가 움직임 등을 더 봐야하지만, 유가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상당히 커져 있다.

동시에 전쟁으로 인한 이상 물가 급등이 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는 진단 역시 많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이 됐다.

■ 원자재 시장, 놀라운 한주 뒤 계속되는 가격 급등 우려

지난 한 주간 원자재 시장은 두드러진 급등세를 기록했다.

S&P GSCI 기준으로 보면 원자재 상승률은 20.04%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국들의 대러시아 제재 발표로 에너지와 산업금속, 농산물 섹터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유가 급등뿐만 아니라 에그플레이션도 현실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밀 가격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41% 폭등했다.

유가, 식품물가, 산업금속 등의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인플레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방의 압박은 러시아 수출의 1/2, 재정수입의 1/3을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함께 러시아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 물가 상승률이 1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률 역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결국 글로벌 경제 성장세는 낮아지고 물가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위기, 곡물 공급 차질 우려 증폭

러-우 전쟁으로 곡물가 급등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의 항구가 폐쇄돼 글로벌 곡물 수출입 구조에 흠집이 났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로 돈을 지불할 방법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미 밀 가격은 급등해 농산물발 물가 우려도 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유/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곡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 4일 소맥 가격은 톤당 492.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6% 상승했다. 옥수수 가격은 톤당 300.8달러로 사상 최고치 근처로 치솟았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소맥 생산 비중은 4%, 10%이고 수출 비중은 12%, 17%에 달한다. 옥수수 생산 비중은 3%, 1%, 수출 비중은 17%, 2%"라며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곡물이 소맥이지만 단기간 내 소맥가격 급등은 주요 수입국의 구매 능력을 저하시켜 대체곡 수요 증가를 촉발시켜 결국 전체 곡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소맥, 옥수수 가격이 연초 이후 18%, 19% 오르는 상승세를 시현한 바 있으나 합병 절차 마무리 이후 소맥, 옥수수 가격은 상승분을 반납해 연중 고점 대비 연말까지 14%, 18% 속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대러 제재 수준의 강도가 높고 사태도 진정되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어 향후 곡물가 안정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곡물가 급등이 또다른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북아프리카(MENA) 식품 물가 급등이 러-우크라 사태를 넘어선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다시 강화될 스태그플레이션 논란

러시아와 경제적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 전에 이미 인플레 압력이 컸던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물가 우려를 더욱 키웠다.

여기에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공급처인 팔라듐을 포함해 니켈, 알루미늄 등 필수 금속이 부족해지면서 공급망 혼란은 더욱 가중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NG는 "에너지, 원자재 공급 차질이 성장을 제어하고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상승시킬 것"이라며 "특히 유럽 지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작년 가을부터 쉼 없이 제기됐다. 공급망 문제 등에 따라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큰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물가에 의한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국내 통화당국은 일단 최근까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거듭 부인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월 금통위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2월 24일 금통위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 회복에 힘입어 내년에도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때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비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 압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진다면 이런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BoE가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3.75%로 대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3월 ECB, FOMC 공히 2022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국내 경기 회복 경로에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성장률 전망 서베이 숫자도 하락세를 시현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자 ECB 정책 위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면서 "경기 둔화 상황에서 물가와 중앙은행 정책 관계는 속도전이 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통화정책 대응강도 주목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연준의 긴축 강도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세졌다. 이는 3월 FOMC가 기준금리를 50bp가 아닌 25bp 인상 예상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결국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지는 구도여서 당장의 조심스러운 대응이 미래의 더 강도높은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씨티은행은 최근 3월 FOMC 금리인상 전망을 50bp에서 25bp로 수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 위험은 더 커진 것으로 평가했다.

씨티는 "연준의 매파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 기준금리는 5월 50bp 인상을 포함해 올해말 2.25%, 내년말 2.75~3.0%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당장 지금은 성장에 대한 우려보다 물가에 대한 대응이 급선무여서 경기 침체 가능성에 크게 신경 쓰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UBS는 "파월 의장은 성장 불확실성보다 인플레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 정점이 늦춰지면서 더욱 빠른 금리인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에 따른 통화당국의 더욱 강력한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공급' 충격으로 인한 물가 급등에 대한 금리 대응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쟁이 물가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지만, 지금 같은 국면에서의 적극적인 금리인상은 경기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말처럼 인플레 우려에 따라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 강도높은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원유·곡물 등 가리지 않는 원자재 급등...강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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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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