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12월 은행 가계대출이 2천억원 감소했다. 작년 5월 1.6조원 감소 이후 7개월만에 다시 줄어든 것이다.
특히 12월 기준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2004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6월 6.3조원 증가한 이후 7월 9.7조원, 8월 6.1조원, 9월 6.4조원, 10월 5.2조원, 11월 2.9조원 등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11월 증가규모가 크게 줄더니, 12월엔 마이너스로 돈 것이다.
■ 은행 가계대출 마이너스 '생소한 일'
작년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7조원이다.
은행 가계대출 감소는 생소한 일이다.
2014년 1월, 2021년 5월과 12월, 즉 세 차례 뿐이다.
가계대출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때엔 특수효과가 작용한다.
예컨대 작년 5월 감소 때는 큰 인기를 누렸던 공모주 SKIET의 청약증거금 반환이 영향을 미쳤다. 그 해 4월 청약 열풍 등으로 가계대출이 무려 16.2조원이 늘어났던 탓에 5월엔 1.6조원이 줄었다.
작년 12월엔 기준금리 인상 효과,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이에 따른 주택거래 둔화, 연말 상여금 효과 등이 동시에 작용했다.
작년 추석 이후 강도높은 대출 규제로 지난해 가계대출은 지난해 71.8조원 늘어 2020년(100.6조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 규모도 2020년과 2015년(78.2조원)에 이은 역대 세번째로 크다.
■ 은행 주담대와 기타대출
은행 대출에서 주택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이른다.
정부 정책 효과로 하반기 주택거래가 크게 둔화됐고 주담대 증가세는 압박을 받았다.
관건은 당국이 계속 주담대를 누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매달 주담대는 4~6조원대로 늘었다. 그러다가 11월엔 2.4조원, 12월엔 2.0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2월 가계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특수요인'으로 기타대출이 2.2조원 줄었기 때문이었다.
주담대가 가계대출의 중추이며, 기타대출은 특수요인에 의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곤 한다. 따라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주담대가 튀어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대출규제로 지금처럼 주택거래가 큰 타격을 입으면 내수경기도 둔화 압력을 받는다.
이에따라 해가 바뀐 뒤 정책적 '억압'이 강도높게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아무튼 일단 금융당국은 '관리'와 '약자 배려'를 다짐하고 있다.
■ 금융권 전체로 보더라도 둔화 두드러져....금융당국 계속해서 '관리' 다짐
역시 이날 나온 금감원 데이터를 보면 작년 12월 중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0.2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단 은행 대출 감소 영향이 컸다.
전금융권 가계대출도 11월 5.9조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전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월 8.6조원, 9월 7.8조원, 10월 6.1조원, 11월 5.9조원으로 둔화되더니 12월엔 거의 보합(0.2조원 증가)을 나타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하던 가계대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한은의 2차례 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제한 등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21년 가계대출 증가율은 7.1% 수준으로,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급증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대출 증가세를 제어하겠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7.1%의 증가율은 명목성장률(6.2%)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빨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국내의 가계부채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가계부채/GDP 비중 변화(16년말→21년 6월말, %)를 보면 (한국)87.3→105.8 (일본)59.8→66.5 (프랑스)57.1→67.3 (독일)53.4→57.8 (영국)85.7→86.9 (미국)78.1→79.0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계대출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보니 더 낮추겠다는 의도다.
■ 금융당국, 대출 관리는...전체 증가세 제어하되 취약계층은 배려
금융당국은 여전히 대출 총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취약계층은 배려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당국은 최근의 대출 정책이 상당히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2년간 급증한 가계부채(220조원)가 우리경제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자평한 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차주단위DSR 적용 확대 등을 계기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빌리면 처음부터 갚아나가는 관행'을 정착시켜 가계부채가 시스템적으로 관리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1월부터 가계대출 총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는 이 확대된 규제를 적용 받는다. 또 1억원 초과 차주는 7월부터 대상이다.
대신 서민·취약계층 등의 실수요 대출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전세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분기별 공급계획 안분 등을 통해 중단없는 대출공급을 유도하겠다"면서 "아울러 입주사업장의 잔금대출 애로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자료: 한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출 옥죄기에 '마이너스' 나타낸 은행 가계대출...금융당국 계속 관리 다짐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