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19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현실화되는 4월동결·5월인하 구도와 추경...기준금리 2.50%, 2.25%, 2.00% 어디까지 열릴까

  • 입력 2025-04-17 15:0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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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월 금통위 모습

사진: 5월 금통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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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가 이자율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75%에서 동결한 가운데 5월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기준금리 인하 뒤 시장은 4월 동결, 5월 인하 구도를 그려왔다.

다만 최근엔 트럼프의 관세전쟁 강도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넘어서고 한국경제 비관론이 한층 강화되면서 4월 인하 가능성도 꽤 부상하는 모습이었다.

한은은 그러나 현 시점 관세전쟁으로 워낙 경기 불확실성이 큰 데다 환율·가계부채의 변동성도 안심할 수 없어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더 보기로 했다.

■ 금통위도 4월 동결, 5월 인하에 마음 가 있었다

이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통위를 대표하는 비둘기파인 신성환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원들은 포워드가이던스에서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열어두기'를 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결정 이벤트가 한 번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5월엔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개월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에 관해선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에선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5월 경제전망 상황을 볼 때 전망치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금은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라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성장률 전망이 당초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도 이런 관점에 무게를 실었다.

총재는 "어제 WTO가 발표한 상품교역 규모가 양수가 아닌 음수로 발표될 정도로 수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됐고 기타 요인도 있어서 1분기 성장률도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정치 혼란, 수출 둔화 속에 관세전쟁이라는 대외요인까지 압박하니 향후 경기를 낙관하긴 어렵다.

아울러 망가진 건설경기가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내수 상황도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 추경, 그리고 다시 해야 하는 경제전망

정부가 최근 12조원의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4월말, 5월초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향후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찔끔추경'이라며 늘리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7일 "산불 피해 지원, 경기 진작 및 회복을 위해 정부가 2조원 가량 추경을 증액 편성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추경안 심의를 위한 임시 국무회의가 18일에 열리고 내주 초 추경편성안이 국회로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신속한 합의를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차 추경' 여부와 별도로 민주당이 12조원 추경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내란으로 장기화 된 내수 침체의 활로를 뚫어야 하지만 12조원짜리 ‘찔끔추경’으로는 어림도 없다"면서 "과감한 소비 진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의장은 "지역화폐 발행이야말로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며 "추경으로 그 발행 규모를 더 키워서 시장과 골목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 추경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연초 계엄사태로 경기심리가 대폭 위축되자 15~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여와 야의 정치적 갈등이 극심할 때 한은 총재가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비판도 받았다. 당시 한은 총재는 계엄 상황의 대외신인도 문제 등을 고려해 이런 입장을 펼 수밖에 없었다.

총재는 일단 12조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P 정도라고 했다. 이전 자신들이 제안했던 15~20조원 추경의 경우 0.2%P 정도를 올릴 수 있었지만 규모가 줄어든 만큼 0.1%P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날 이 총재는 2차 추경이 필요하다면 필요 규모를 말해 달라는 질문도 받았다.

총재는 그러나 "2차 추경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어느정도 부양을 해야되는지 하는 문제는 지금 숫자를 제기하기 어렵다"면서 "5월 경제전망에서 얼마나 성장률이 낮아지는지를 보고서 필요한 양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추경 필요규모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일단 경기 악화, 금리 레벨 부담 속 금리 박스 그려보기

채권시장에선 향후 박스권 등락에 대한 예상이 많다.

5월 금리인하가 예상되지만 시장금리가 이미 2차례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 정책금리가 2%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확신까진 얻지 못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매나 미국채 금리 등에 따라 방향성 없이 등락하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다음달 금리 인하야 기정사실로 본다"면서 "하지만 정책금리 반영분을 생각하면 그냥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쪽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니 3년 기준으로 2.3~2.45% 정도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장은 내부적으로 추경이 어떻게 진척 되는지와 관세전쟁 여파를 확인하면서 레인지 등락을 이어갈 것이란 관점도 강하다.

B 증권사 딜러는 "전체적으로는 1차 추경 외에 2차 추경이 나오든지 물량 부담이 생기면 장기구간 금리는 좀 밀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장이 크게 조정을 받을 건덕지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기준금리 2% 이하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쉽지 않아 레인지 하단을 크게 넓히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C 증권사 딜러는 "특별한 방향성을 잡기보다는 당분간 이 수준 내외에서 박스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연내 기준금리 2.50%, 2.25% 2.00% 어디까지?

향후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룸이 50bp(2.25%), 75bp(2.00%) 중 어느 쪽이냐가 관건이란 평가들도 나온다.

최근엔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 악화로 정책금리 하단이 2.25~2.50%에서 2.00~2.25%로 낮아졌다는 진단들도 늘어났다.

한은 역시 관세전쟁 여파나 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안정 훼손 가능성 등을 확인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예단하기 쉽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내부적으로 빅스텝 인하 언급(신성환)이 나올 정도라면 금통위의 최우선 문제 의식은 경기의 하방 리스크로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일단 5월, 8월 금리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2월 인하 외 향후 2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조건부로 5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폭에 따라 추가 인하 횟수가 기존 2회에서 3회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올해 금리인하 횟수가 2월을 포함해 3회에서 4회로 확대된다면 시장은 터미널 레잇이 2%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이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주요국들의 대응, 향후 추경 규모 등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이어서 현재의 역캐리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이 ‘당장’ 이 가능성을 선반영하기엔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한은 스스로 정책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2%까지 욕심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한은은 정책 여력이 많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내 2%까지 인하가 단행되기에는 어렵다"면서 "한은의 5월 수정전망에서 올해 인하 횟수 전제가 기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한은 총재는 정부 정책이 실행되면 한은은 이를 반영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신 정부는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보다는 금융안정을 더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고 3년과 10년 하단을 2.4%, 2.65%로 봤지만 현 수준은 이를 밑돌면서 오버슈팅한 상황"이라며 "대선 전후 신정부의 2차 추경, 그리고 8월말 발표되는 2026년 예산안에 대한 우려로 금리는 베어 스티프닝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은이 5월에 금리를 2.5%로 일단 내린 뒤엔 금리 추가엔 인하에 상당히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5월에 기준금리를 2.5%로 내릴 것이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2.50%를 더 하회하는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2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인해 성장의 하방 압력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고 정책 당국이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번 통화정책 방향이나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그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단서들은 아직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금통위 이후에도 채권시장 전반의 강세 심리는 지속될 수 있으나 이미 상당수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구간의 경우 이미 추가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된 수준인 2.50%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분출이 이뤄질 경우 금리의 상방 압력이 하방 압력을 압도할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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